'비명횡사' 반명(反明) 줄탈당 가시화…野 격전지 '빨간불'

민주당, '공천 불복' 후폭풍에 비명계 줄탈당 가시화
비명계 "홍영표, 이인영, 임종석 결과 보고 움직인다"
이탈파 수도권·충청 출마하면 야권표 분산 가능성
임종석 등 일부 비명계는 민주당 남아 후일 도모할 수도
완강한 이재명 "세대교체 있어야…새로운 기회도 주어져"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재명 대표, 홍익표 원내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가 열리고 있다.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공천불복' 후폭풍에 휩싸이면서 비명(非이재명)계 의원들의 '줄탈당'이 가시화하는 모양새다. 이탈자들의 지역구가 때마침 수도권과 충청권 등 격전지에 몰려 있어 이들이 탈당해서 출마할 경우 야권 표가 분산돼 총선 성적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비명 "홍영표, 이인영, 임종석 결과 보고 움직인다"

민주당 비명계 5선 설훈 의원이 28일 탈당했다. 비명계이자 친문(親문재인)계 핵심인 홍영표 의원도 같은 날 그의 지역구 인천 부평을이 전략 지역구로 지정되면서 사실상 컷오프(공천배제)됐다. 전날 서울 중·성동갑에서 컷오프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당 지도부에 재고를 요청했지만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공천 결과가 최종 확정되면 이들은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한 데 뭉쳐 '이재명의 민주당'을 견제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영표 의원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탈당을 결심한 의원이) 아주 많지는 않겠지만 전체적으로 한 다섯에서 10명까지 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설훈 의원도 이날 탈당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탈당하거나 어떤 형태가 되더라도 이재명 대표가 하고 있는 행태에 대해선 가차 없이 비판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의 경선 배제(컷오프)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차량에 올라 떠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들은 탈당 가능성이 열려 있는 다른 비명계 의원들의 공천 결과까지 지켜본 뒤에 다음을 도모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비명계 중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홍영표, 이인영 의원, 그리고 임종석 전 실장의 공천 결과를 보고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비명계 재선 의원은 "'사실은 우리(당 지도부)가 공천해 주려고 했는데 나갔어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무게감 있는 비명계 중진들의 공천 결과가 최종 확정되면 이들의 탈당 여부를 비롯해 4월 총선 출마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충청 출마하면 야권표 분산…임종석은 당권 의식?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탈당한 현역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한다면 민주당 입장에선 악재다. 탈당한, 혹은 이탈 가능성이 있는 비명계 의원들의 현 지역구 대부분이 표심에 민감한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서다. 홍영표, 설훈 의원은 각 인천 부평을과 경기 부천을이 지역구다. 아직 공천 결과표를 받지 못한 비명계 친문 4선 이인영 의원도 서울 구로갑 현역이다. 서울 중·성동갑 출마를 준비하던 임종석 전 실장도 과거 이 지역에서 내리 2선을 했다. 이들이 신당에 입당하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면 야권표가 갈라질 수밖에 없다.
 
선거 캐스팅보트를 쥔 충청권 지역 의원들 일부도 민주당을 탈당해 이낙연 대표가 이끄는 신당 '새로운미래'로 넘어가고 있다. 대전 대덕구 현역 박영순 의원은 현역 의원 평가 하위 10%에 반발해 민주당 탈당과 함께 28일 새로운미래로 입당했다. 여기에는 이미 충남 논산·계룡·금산군 현역 김종민 의원이 공동대표로 있다. 김 의원은 현재 세종갑과 수도권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임 전 실장의 경우 출마가 무산돼도 탈당하지 않고 민주당에 계속 남아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임 전 실장은 민주당 원외인사로 남아 있다가 이재명 대표 체제가 흔들릴 때 당권에 도전하는 등 기회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10일 비명계 윤영찬 의원의 민주당 탈당을 막은 것도 임 전 실장이었다는 후문이다. 임 전 실장이 탈당하지 않고 민주당에 계속 남아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완강한 이재명 "세대교체 있어야…새로운 기회도 주어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윤창원 기자

이른바 '비명횡사(非明橫死)', '공천파동' 논란에도 민주당 지도부는 완강한 입장이다. 민주당은 이번 주까지 공천 일정을 최대한 마무리 짓고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선거 캠페인 모드로 들어가겠다는 목표다.
 
이재명 대표는 28일 정책간담회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내 공천 갈등에 탈당자가 속출하는 것에 대해 "경기하다가 질 것 같으니까 경기 안 하겠다, 이런 건 별로, 그렇게 국민들 보시기에 아름답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그는 이어 "규칙이 불리하다고, 경기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해서 중도에 포기하는 것은 자유지만, 그게 마치 경기 운영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말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강물이 흘러서 바다로 가는 것처럼 또 세대교체도 있어야 하고 새로운 기회도 주어져야 하고, 특히 우리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선수 선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 일각에선 현 상황이 '탈당 러시(Rush)'로까지 이어지긴 어려울 거라고 주장한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탈당하면 다음 기회도 없고 영원히 끝이라는 걸 비명계 의원들도 알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탈당을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비명계 설훈 의원조차도 지난 26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다들 당에 대한 충성심과 당에 대한 미련이 있다. '나의 당원 동지들이 나를 선택할 것이다'라는 미련들이 있다. 그래서 쉽게 선택을 못하고 '경선이라도 하자', 이런 생각들을 하는데 그건 어쩔 수 없으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공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공천 마무리 단계에서 친명(親이재명)계 일부를 내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당 안팎에서는 이날 친명계인 안민석·변재일 의원이 각각 컷오프 명단에 오른 것을 두고 극단으로 치달은 계파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시도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안민석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친명이라는 이유로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라고 반발했고, 변재일 의원도 "20대 대선 경선에서 충북 현역 의원 가운데 유일하게 이재명 대표의 손을 잡아드리며 54 대 28 충청권 대승을 이끈 장본인이었다"며 컷오프 결정 재고를 촉구했다.

반대로 친문계 핵심 홍영표 의원을 당이 사실상 컷오프한 만큼, 남은 비명계 의원들에게는 경선이나 단수공천의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까지 공천장을 받지 못한 대표적인 비명계 친문 의원으로 전해철, 이인영 의원 등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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