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AI 원해" 달라진 AI 트렌드에 '따로 또 같이'

[MWC현장]
버티칼 AI 급부상
빅테크-통신사, 통신사들끼리의 '협력'

MWC24 전시회장 모습. 홍영선 기자

"40대 남성을 위한 선물을 골라줘." 간단한 말 한마디에 바로 아마존에 있는 상품들이 화면에 나온다. 손가락으로 하나를 골라 "리뷰 영상을 보여달라"고 하면 유튜브가 뜬다. 원래대로라면 아마존에 검색어를 입력하고 그 중에서 리뷰를 골라야 하지만, 한 번에 해결되기 때문에 시간이 단축된다.

'앱 프리' AI폰을 선보인 도이치텔레콤은 'AI 비서'를 만들기 위해 퀄컴, 브레인닷AI와 손을 잡았다. 퀄컴 칩을 이용한 온디바이스 AI로 인터넷 연결 없이 이미지 생성도 빠르게 만들 수 있다. 삼성이 AI폰을 들고 나오면서 구글·퀄컴과 '연합'을 형성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SK텔레콤은 전 세계 주요 통신사들과 '동맹'을 맺고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빅테크들이 챗GPT 같은 범용 대형언어모델(LLM)에 맞서 '통신'에 특화된 '텔코 LLM'을 구축하고 이를 위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다. 콜센터를 대체하는 AI콘택트센터가 대표적이다.

이번 '월드 모바일 콩그래스(MWC) 24'에서도 AI가 단연 주인공이었지만, AI 흐름은 다소 구체화됐다. '나만의 AI'를 원하는 수요에 따라 특정 산업 영역에서 AI 기술의 사용에 초점을 맞추는 '버티칼 AI'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이를 위한 빅테크-통신사, 통신사들끼리의 '협력'을 통한 AI 기술 개발 흐름도 뚜렷해지고 있다.

국내 통신사들도 생성형 AI를 자신들의 사업에 접목한 '버티컬 AI'를 앞세우는 전시를 주로 선보였다. SKT가 힘을 쏟고 있는 건 '통신에 특화된 LLM'이다. 단순 빅테크의 LLM을 가져오는 게 아니라 규모는 작더라도 통신사들만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학습시킨 LLM을 만들어 목적에 맞게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유영상 SKT대표는 "AI 시대 새임 체인저 서비스가 생겨날텐데 그게 바로 개인형 비서(PAA)라고 생각한다"면서 "반드시 빅테크들이 잘 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새로운 스타트업에서 나올 수 있고 저희 같은 통신사업자에서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SK그룹 자체에서도 이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AI 시대에 우리가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서비스해줄 수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려고 한다"면서 "거의 모든 회사(계열사)들이 AI에 관계된 것들을 뭔가 하고 있다"고 밝혔다.

KT도 LLM '믿음'의 전략을 경량화 모델로 선회했다. 김영섭 KT 대표는 "언어 모델을 구매하려는 고객들이 모두 LLM을 사용하진 않는다"며 "각자 사업에 맞는, 규모가 작지만 질적으로 수준이 비슷한 sLLM을 사용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오승필 KT 기술혁신부문장(CTO)도 "요즘 경량화된 sLLM의 경쟁이 매우 치열한 데 LLM AI가 여러 가지를 할 수 있고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며 "2100억개를(믿음의 매개변수) 경량화 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흐름은 결국 '수익성'과 관련이 깊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생성형 AI는 범용성이 높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사업으로의 연결이 어렵다"면서 "결국 사업과의 점목을 위해 특정 목적 기반의 버티컬 AI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높고 실질적으로도 이렇게 돼야 B2B 사업으로 확대가 된다"고 짚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통신사들의 영향력이 적어짐에 따라 이를 타파하기 위해 통신사들끼리의 협력, 통신사와 빅테크 간의 협력이 더 부각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업계의 관계자는 "통신업자들은 통신비를 갑자기 올릴 수도 없고 수요가 더 이상 늘지 않는다"면서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 통신 이외의 분야까지 두루 살펴보고 있는데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AI에 대해 눈길이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MWC 기조연설에 나선 마츠 그란리드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사무총장은 AI는 지구와 클라우드의 협업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마르게리타 델라 발레 보다폰 CEO도 무대에 올라 기술산업 안팎으로 대규모 생태계를 구축해야 하며, 파트너십이 필수임을 거듭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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