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주주총회 시즌 임박…'밸류업 바람' 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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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상장사 밸류업 지원 방안 발표와 맞물려 앞으로 주주제안이 더 늘어나고, 기업의 수용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3월로 예정된 상장사 정기 주주총회(주총)에서도 '밸류업 바람'을 탄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주 환원 확대 요구 등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업의 장기적 발전보다는 단기 차익 실현에 초점을 맞춘 주주 행동주의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밸류업' 정부 발표 맞물려 상장사 주주환원 호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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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국내 코스피·코스닥 전체 상장사가 기업 가치 개선 목표를 설정하고 이행 계획을 수립해 일 년에 한 번 자율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 계획을 지난 26일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을 충실하게 이행한 우수 기업들에게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이들 중심으로 구성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개발해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구상도 세부안에 담겼다.
 
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의 주요 원인이 상장사들의 낮은 수익성과 소극적 주주환원 때문이라는 진단이 많았던 만큼, 이를 개선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서부터 이 프로그램 발표를 앞두고 시장 기대가 부풀자 기업들이 호응하는 선순환 흐름이 이어졌다. 최근 여러 상장사들은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 확대 계획 발표와 이행을 통해 주가순자산비율(PBR) 지표의 분자인 시가총액을 늘리고 분모인 자본을 줄이는 방식의 지표 개선 노력 의지를 보였다. PBR은 기업 보유 자본 대비 시가총액이 얼마나 큰 지 보여주는 지표다.
 
예컨대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일 자사주 491만 9974주(약 8천억 원 규모) 소각 결정을 공시했다. 창사 이래 첫 소각 결정이다. 자사주 소각은 발행 주식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이는 강력한 주주환원책으로 꼽힌다. 한화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작년 한 해 국내 상장사들의 자사주 소각 규모는 4조 7626억 원이었는데, 올해 들어 이달 중순까지 공시된 소각 계획 규모 합산치는 이미 3조 원을 넘어섰다.

 

행동주의 주주 움직임도 활발…투자 기업에 '가치 제고' 적극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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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환원을 통한 기업 가치 제고 필요성이 정부 정책 추진으로 부각되면서 3월 주총 시즌을 앞두고 행동주의 주주 움직임도 더욱 활발해진 기류다. 주주 행동주의란 주주들이 기업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던 기존 관행에서 탈피해 일정 수준 이상의 지분을 모아 의결권을 확보한 뒤 적극적인 제안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능동적 행위를 뜻한다.
 
주로 헤지펀드, 사모펀드, 개인 등이 그 주체며 회사 이사회에 배당 정책과 지배구조 개선, 자사주 매입, 자산 매각 등을 요구한다. 상법상 의결권이 있는 지분을 전체의 3% 이상 확보하거나 1% 이상의 지분을 6개월 이상 보유하면 일정 사항을 주총 목적 사항으로 할 것을 제안하는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같은 주주제안은 투자자들의 높아진 증시 관심도에 비례해 증가 추세를 보여 왔다. IBK투자증권 분석 보고서를 보면 주주제안이 이뤄진 국내 상장사 숫자는 2021년 34개사에서 작년 50개사로 증가했다. 제안 안건수도 같은 기간 168건에서 195건으로 늘었다.
 
해당 증권사의 김종영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을 선제 도입한 일본의 경우도 주주제안이 늘어났다는 점을 들어 "행동주의 펀드들의 국내 기업 대상 주주제안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책 환경이 조성된 만큼) 기업들도 과거처럼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기보다 기업 가치 제고를 목표로 대화, 행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당장 3월 주총도 밸류업 프로그램의 영향권에 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총을 앞둔 작년 2월 한 달 동안 코스피 상장사 측 문서에서 주주환원 관련 내용이 언급된 건수는 193건이었는데, 올해는 2월 들어 보름 만에 167건이나 언급됐다며 "현재 속도라면 300건 이상 언급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노 연구원은 이를 근거로 "올해 3월 주총 시즌에는 과거 어느 때보다 주주환원이 활발하게 검토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다가오는 주총에서부터 밸류업 프로그램 맞춤형 기준을 세워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행동주의 펀드도 나왔다. KCGI자산운용은 투자 기업의 주주환원율(순이익에서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이 차지하는 비율), PBR,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이 운용사 내부 기준에 미달될 경우, 주총 안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행사하는 의결권 행사 세부 기준을 마련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복현 "기준 미달 상장사, 거래소 퇴출 검토"…기업 부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윤창원 기자

국내 다양한 주주 행동주의 흐름을 분석해온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도 주총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행동주의 캠페인은 주주환원을 위한 자사주 매입 후 소각, 이사회 내 독립성·다양성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8일 연구기관장 간담회에서 "최근 10년 간 국내 상장사의 주주환원율은 29% 수준으로,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91%, 여타 선진국은 67%라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특히 이 원장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상장 기업도 일정 기준에 미달할 경우 거래소 퇴출이 적극적으로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주환원과 관련한 특정 지표를 만들어 그 지표에 미달했을 경우에 대한 연구 단계의 논의가 진행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밸류업 노력을 기업 자율에 맡기겠다는 정부 발표와 달리 정책 강제성을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주총을 앞둔 상장사들로선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주주 행동주의의 초점이 단기 차익 실현에 과도하게 집중돼서는 곤란하다는 의견도 많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작년 '주주 행동주의 펀드 역할 확대에 따른 시장 영향' 보고서에서 "주주 행동주의 펀드가 가진 긍정적인 역할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단기 업적에 치중하고 경영권 불안을 야기해서 기업에 불필요한 비용 부담을 증가 시킨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황 위원은 이어 "적극적인 주주제안이 기업의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에서 이뤄진 것인지 여부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중한 판단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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