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필 대법관 후보자 "의료사고 특례법, 충분히 공감"

엄상필 대법관 후보자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엄상필(55·사법연수원 23기) 대법관 후보자가 국회에서 논의 중인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안(의료사고 특례법)과 관련해 "충분히 공감할 부분이고, 방식과 추진에 관해 전혀 이의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엄 후보자는 28일 국회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논의 중인 의료사고 특례법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느냐'는 의사 출신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의료사고 특례법은 의료사고 발생 시 종합공제에 가입돼 있다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의료인의 형사처벌 부담을 덜고, 중환자 비중이 큰 필수의료 과목 선택을 늘리겠다는 게 법률의 취지다.  

다만 엄 후보자는 '환자 단체에서는 의료 분쟁 시 압도적인 정보격차에 따라 입증 책임을 의사에게로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는 데 대해서는 "충분히 균형을 고려해서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엄상필 대법관 후보자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날 청문회에서는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 저하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변호사 출신인 양정숙 개혁신당 의원은 '국민 70%는 재판결과가 불공정하다고 보고, 재판 불신율이 56%에 달하는 이유'를 물었다.

엄 후보자는 "재판을 받는 입장에서 보면 '내 얘기가 판사에게 잘 전달됐는지, 꼼꼼히 살펴봤는지' 하는 걱정이 항상 있는 것 같다. 또 모든 재판은 누구에게나 유리한 결론과 불리한 결론이 있게 된다"면서도 "그런 과정에서 여러 이유로 신뢰가 떨어지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 항상 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재판 중 오판율을 스스로 어떻게 진단하느냐'는 질의엔 "당시로서는 최선의 결론이었다고 생각하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일축했다.

이 밖에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에 대해 엄 후보자는 "우리 형법이 상당히 오래됐는데, (입법) 당시 과학적 증거(유엔아동권리협약이 제시한 전두엽 피질 발달 상황 관련 '14세 이상' 기준)가 반영됐는지 모르겠다"면서 "지금 이 정도 기준(현행 만 10세 이상~14세 미만)이면 현재로서는 특별한 과학적 근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유지도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엄상필 대법관 후보자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엄 후보자는 전날 신숙희 대법관 후보자가 '여성 대법관 비중을 절반까지 늘려야 한다'고 답한 것과 "같은 생각"이라고 답해 여성 대법관을 늘리는 방안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또한 판·검사 탄핵이 너무 정쟁화돼 절차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공감한다"고 밝혔다.

엄 후보자는 또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장을 지낸 강규태 부장판사가 재판을 16개월간 지연하다 결국 사직하면서 총선 전 선고가 어려워졌다'는 지적에 "언론에 보도되는 것처럼 빨리할 수 있는 재판을 일부러 미룬 것인지는 사실관계를 모르는 상태에서 함부로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료법관으로서 그런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입장"이라면서도 "법에 정해진 선거법 처리 기한(6개월 내)을 최대한 준수하겠다"고 부연했다.

지난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등 일부 정치적 사건에 우리법연구회 출신 부장판사의 편파 판결이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판사의 정치적 성향이 판결의 결론이나 진행에 영향을 미쳤다고 현재로서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제가 살펴볼 기회가 된다면 결론뿐만 아니라 절차 진행의 타당성에 대해서도 살피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국회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특위는 이날까지 이틀간 신 후보자와 엄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한 뒤 오는 29일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서를 표결할 예정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무난한 채택을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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