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밤피꽃' PD "결국 이하늬란 임자 만났죠"

MBC 금토드라마 '밤에 피는 꽃'을 연출한 장태유 PD. MBC 제공
12부 방송 만에 최고 시청률 18.4%(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동일). MBC 금토드라마 '밤에 피는 꽃'이 이뤄낸 의미 있는 성과다.

'밤에 피는 꽃'는 심각하거나 애절한 로맨스 사극은 아니다. 이하늬의 액션이 담보하는 적절한 오락성에 코믹한 재미를 더했다. 조선 과부 '히어로물'에 로맨스를 더한 '밤에 피는 꽃'은 답답한 시대 상황을 판타지나 다름 없는 복면 히어로 조여화의 활약으로 풀어 나간다.

장태유 PD에게도 이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조선시대 과부가 겪어야 했던 설움을 어떻게 너무 무겁지 않게, 따분하지 않게 풀어나갈 수 있느냐는 드라마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과제였다. 장 PD는 이를 위해 코미디와 액션의 길을 택했고, 이 같은 장르에 특화된 이하늬란 배우를 만나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냈다.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OTT 작품에 밀려, TV드라마는 이제 과거의 영광을 찾아 보기 어렵게 됐다. 그러나 '밤에 피는 꽃'은 짧은 호흡의 TV드라마가 쉽고 재미있게, 조화로운 장르적 완결성을 가지면 어떻게 성공하는지 직접 증명해 보였다. 배우들뿐만 아니라 '밤에 피는 꽃'을 총괄한 장 PD의 치열한 노력과 고민 없이는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다음은 장태유 PD와의 서면 인터뷰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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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밤에 피는 꽃'(이하 '밤피꽃')으로 '연인'에 이어 또 한번 MBC의 로맨스 사극 저력을 보여준 것 같다. 18%대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는데 소감은


A 아직도 잘 믿어지지 않습니다. 제작발표회 때 짓궂은 질문이라 생각하고 한 번 웃고 넘어가자는 마음으로 '목표 시청률'을 15%라고 질렀습니다. 그런데 농담이 진담이 되고 나니, 얼떨떨하고 좀 믿어지지 않습니다. 애청자분들께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Q 드라마를 이끈 배우, 조여화 역의 이하늬는 출산 이후 오랜만에 드라마에 복귀해 특유의 통쾌한 액션과 코믹한 로맨스까지 보여줬다. 캐스팅 비하인드가 궁금하다

A 조여화 역의 이하늬는 MBC 남궁성우 EP님의 추천과 인맥으로 연결이 됐습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적역이라 생각했고, 안되면 다음 후보를 찾으려고 했는데, 극적으로 만남이 이뤄졌습니다. 비오는 날 이태원 식당에서 만나 몇 시간 동안 작품 설명을 한 후 여러 차례 추가 미팅을 계속했습니다. 아이 엄마가 된 후 3년 만의 액션과 코미디, 그리고 멜로와 복수 등 막대한 촬영 분량과 연기폭을 요구하는 드라마를 선택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작품은 임자를 만났습니다.
 
Q 드라마 '금수저'로 얼굴을 알린 배우 이종원도 이번 드라마를 통해 주연급 배우로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다. 적지 않은 나이 차이임에도 이하늬와의 '케미'가 상당히 좋더라

A 이하늬 배우와 어울리는 남자, 연하남을 찾으려고 백방으로 수소문했습니다. 오디션도 끊임없이 보면서 몇 달 동안 찾고 찾고 또 찾았습니다. '금수저'에서 거의 주연급으로 이미 나온 배우였기에 오디션을 보자고 하는 게 미안했지만, 연기력 검증이 필수라 어쩔 수 없는 과정이었습니다. 이종원 배우는 시원시원하게 오디션장에 왔고, 5장이 넘는 긴 오디션 대본을 녹화하면서 진심으로 본인을 증명했습니다. 주연급 배우를 오디션으로 뽑을 때는 오디션을 여러 차례 봅니다. 단독으로 상대 배우와 그리고 여러 명과 함께. 이 배우는 모든 과정을 훌륭히 소화했고, 만장일치로 캐스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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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밤피꽃'하면 조선시대 각종 '빌런들'을 응징하는 이하늬의 코믹 액션 연기를 빼놓을 수 없다. 이하늬가 과거 이와 유사한 캐릭터를 많이 하기도 해서 연출에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A 여화의 액션은 할리우드 액션 영화 같은 느낌으로 만들자고 생각했습니다. 거칠고, 진짜 뼈 때리는 소리가 들리도록. 국내 최고의 액션팀과 협력해 최대한 영화적인 느낌으로 가보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항상 마지막에 코믹 한스푼을 첨가한 액션이길 바랐습니다. 이 부분 때문에 무술 감독님과 끝까지 논쟁이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죠. 4년 만에 돌아온 이하늬 배우의 코믹 연기는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봐도 봐도 재미있으니까요. 사실 이하늬 배우가 사극에서 코미디를 한 적은 없습니다. 상황이 주는 재미가 많이 힘을 실어주며 신선하게 코미디를 만든 것 같습니다.

Q 열녀가 되길 강요하는 조선시대의 다소 불합리한 유교적 분위기를 영리하게 풍자적으로 풀어낸 것 같다. 방향성에 있어서도 고민이 많았을 듯한데

A 유교걸, 유교보이. 지루하고 고루하다는 의미로 쓰이는 신조어죠. 이 드라마도 태생적으로 그런 색채를 띠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좋은 이야기를 잘 전달하려면, 조금 웃음 터지게 가보자. 조금 빠르게 가보자. 조금만 비틀어보자. 균형을 잃지 않는 한 끝까지 밀어 붙여보자. 방송 전까지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과감한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Q 사극이라 아무래도 촬영이 쉽진 않았겠지만 가장 힘들었던 장면을 꼽는다면? 그리고 고심했던 연출 포인트가 있다면

A 12부 편전에서 여화의 복수를 재판의 형식으로 담아낸 씬이 생각납니다. 매우 긴 한 씬입니다. 하루종일 한 씬을 찍었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부족했고, 배우들은 모두 지쳤습니다. 마지막 촬영이라는 힘으로 버텼던 것 같습니다. 깊은 감정, 길고 긴 대사, 거의 모든 출연자들이 앵글에 담기는 씬 상황. 드라마의 대미를 장식하는 씬이기 때문에 부담도 컸습니다. 편전에 여인이 들어올 수 있는가에 대한 고증의 문제로 갈등도 있었습니다. 촬영 전날까지 고민하고, 수정하고, 당일 아침에 확정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모두의 고민이 한데 모인 씬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진땀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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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일견 유치하지만 중독성 있게 보게 된다는 평이 상당히 많았다. '밤피꽃'의 어떤 점이 시청자들을 매료시켰을까. 연출자 관점이 궁금하다


A 우리는 콘텐츠의 홍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볼 것도 읽을 것도 너무 너무 많죠. 우리는 웹툰 전성시대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숏폼 영상의 인기에 주목했습니다. '병맛' 개그와 짤 영상이 퍼져서 돌아다니는 그런 드라마로 자리매김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 점이 시청자들을 유입하고, 본 뼈대의 이야기의 힘이 이분들을 떠나지 않게 한 것 같습니다.

Q 시즌2를 바라는 시청자들도 많고, 암시가 있다는 분석도 있는데 혹시 기대해봐도 될까

A 솔직히 계획은 없습니다. 기획단계에서 만약 시즌2가 있다면 조선시대 과부의 액션 히어로물일 수 있겠다 싶었죠. 2대 여화, 3대 여화 이런 식으로 가면 어떨까. 1대 여화는 이제 더 이상 과부가 아니니까 물려주는거죠. (웃음)

Q OTT가 주류인 시대가 되면서 제작비가 급격히 상승하고, TV드라마 흥행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럼에도 '밤피꽃'은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A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빤스' 벗고 뛴다는 말이 있죠. 세상의 모든 드라마가 OTT의 풍족한 제작비 수혜를 받고 만들어지는 건 아닙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는 정신으로 뛰었습니다. 거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소중한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좋은 드라마는 꼭 큰 제작비 속에서만 나오는건 아니니까요. 
 
Q 그렇다면 업계 종사자로서 앞으로 TV드라마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A TV드라마의 방향은 '초심'을 회복하는데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상 속의 이야기, 이 사회의 아픔을 다루는 이야기, 삶을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 청년정신의 가치를 보여주는 이야기, 사랑의 기적을 보여주는 이야기, 가족의 의미를 담은 이야기. 아직도 우리는 할 이야기가 많이 있습니다. 범죄, 판타지, 히어로물이 아니어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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