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증원 방침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정부는 27일부터 전공의들의 공백을 간호사 인력으로 메우는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장의 간호사들은 PA(Physician Assistant) 인력들에게 불법의료행위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며 정부와 의사단체가 진료 정상화를 위해 하루 빨리 대화에 나서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27일 의료계와 정부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7시 기준 전국 100개 수련병원에서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1만34명으로 집계됐다. 전제 전공의의 80.5%에 달하는 인원이다.
이 중 병원을 떠난 전공의는 9006명으로, 72.3%로 집계됐다.
정부는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이 이달 말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사법조치에 들어갈 거라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29일까지 돌아온다면 책임을 묻지 않겠다며 여지를 뒀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2차장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26일 중대본 회의에서 "정부는 지금 상황의 엄중함을 직시하고 마지막으로 호소한다"며 "29일까지, 여러분들이 떠났던 병원으로 돌아온다면 지나간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복귀 시한을 넘기면 면허정지 등 행정절차와 사법처리에 들어갈 방침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다음달부터는 미복귀자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과 사법절차 진행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면허정지 처분은 기록에 남기 때문에 해외 취업 등 이후 진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전공의를 압박했다.
"3일 주겠다" 전공의 압박 나선 정부…'공백기'는 간호 인력 활용
정부가 오는 29일로 '마지노선'을 정한 이유는 인턴과 전임의 계약 시점이 이달 말로 '임박'했기 때문이다. 인턴과 전임의가 한꺼번에 의료 현장을 빠져나가면 의료 공백이 심화될 거라는 우려에서다.
박민수 차관은 "인턴은 이달 말이 되면 계약이 종료되고 전임의도 보통 1년 단위로 계약을 하기 때문에 2월 말에서 3월 초면 계약 기간이 많이 도래하는 걸로 알고 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의료 현장으로 돌아와 달라고 시한을 못 박은 한편 의료 공백에 대비해 27일부터 진료지원인력 사범사업을 시작한다.
의사집단 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전국 종합병원과 수련병원의 병원장이 직접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결정하도록 했다. 정부는 시범사업이 시작되면 간호사들이 현장에서 수행하는 업무 범위가 명확해질 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사의 업무를 담당해야 하는 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들의 불안과 우려도 적지 않다.
보건의료노조는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노조 사무실에서 '의사 진료거부 중단과 조속한 진료 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PA간호사들은 인턴, 전공의들이 해왔던 환자 치료들을 외래진료에, 수술에 손이 모자란 교수들을 대신해서 의료법상 불법의료임에도 불구하고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전했다.
이어 "전쟁터와 같은 병원 환경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불안과 아픔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정상적인 진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와 의사단체는 대화를 시작해 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정부의 최후통첩에도 의사단체는 버티기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대한의사협회는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부가 의료 파국을 막기 위해 폭압적 자세를 버리고 정책 폐기를 전제로 한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9일에는 전임의들의 계약이 끝나면서 의료 현장이 더욱 혼란에 빠질 것"이라며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면허정지 및 사법절차를 진행할 경우, 대한민국 의료가 완전히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의과대학 및 의전원이 소속된 대학의 총장들에게는 의대정원 배정 신청을 거부할 것을 요청했다.
의협은 "학생들이 희망을 잃고 휴학계를 던지고 수업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추가 의대정원 증원 배정은 학생들을 학교로 돌아오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