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레노는 시간과 기억, 인식과 경험, 관객과 작품의 관계를 고민해왔다. '보이스'전은 데이터 연동, 인공지능(AI), 디지털멀티플렉스(DMX) 기술을 활용해 전시 자체를 하나의 거대한 설치 작품처럼 만들었다. 죽어 있는 유기체 같았던 전시 공간의 모든 작업은 미술관 외부에서 유입된 정보와 상호작용하면서 생명력을 얻고 관람객 역시 활성화된 시간을 경험한다.
미술관 야외 데크에 새로 설치된 신작 '막'(膜)은 타워 모양 인공지능이다. 42개의 센서가 기온, 습도, 풍량, 소음, 대기오염 등 외부환경 정보를 수집해 사운드로 전환하고 사운드와 목소리가 서로 교류하며 전시 공간에서 청각적 풍경을 연출한다.
작가는 26일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미술관에서 전시할 때면 항상 외부에 센서를 배치한다. 전시장 내의 시간성을 지닌 사물에는 정보가 필요한데 알고리즘이 아닌 외부 세계에서 온 정보를 활용하고 싶었다. 외부 세계와 등 돌리고 있는 미술관이라는 공간에 틈을 내고도 싶었다"고 말했다.
작가는 "42개의 센서는 예민한 감각을 지닌 하나의 캐릭터이고 타워는 이 캐릭터가 살아가는 장소"라며 "캐릭터에게 인간의 목소리를 부여하고 싶어서 배우 배두나의 목소리로 말을 할 수 있게끔 했다"고 설명했다. 배두나의 목소리는 인공지능에 의해 '∂A'(델타 에이)라는 목소리로 변형됐다. 델타 에이는 언어학자가 발명한 새로운 언어를 습득하고 외부에서 수집된 정보와 상호 교류하며 전시의 모든 요소를 조율한다.
이름도 역할도 없는 일본 만화 캐릭터 '안리'에 목소리 '델타 에이'를 입힌 작품 '세상 밖 어디든'(2000)에서 보듯 작가는 인공지능에 대한 선구안이 뛰어나다. '자신이 창조한 인공지능이 스스로 예술을 창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몯자 그는 "인공지능은 제가 갖고 있는 도구박스의 많은 도구의 하나일 뿐이다. 지금으로서는 도구로만 사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관람 팁도 공개했다. 작가는 "미술관이라는 공간에 틈을 낸다는 건 관람객이 마음대로 전시장을 누비면서 전시에 관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시장에서 어떤 식으로 시간을 보낼 지는 여러분에게 달려 있다"고 했다.
뮤지엄2 1층에서는 프랑스 그래픽 디자인 듀오 M/M(Paris), 동료 작가 피에르 위그 등과 협업한 1990년대~2000년대 작품 1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작가의 유년기를 배경으로 희망과 디스토피아를 이야기하는 '엔딩 크레딧', 그래픽 포스터 '안리: 유령이 아닌, 그저 껍데기' 등을 전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