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출신' 전북보건국장 "의협 부끄럽다…회비 거부"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국민 신뢰 잃어
의료현실 감안할 때 의대 정원 증가 불가피
지역의료원 연봉 3억5천에도 지원자 없어
단순 증원만으로 의사 부족 해결 어려워
필수과 전문의가 개업의로 가는 '기형적 구조'도 개선해야
남원 공공의대는 국가 사업… 지역 의료인력으로 키워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계 집단행동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희근 경찰청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신자용 대검찰청 차장검사. 박종민 기자

◇ 유연수> 정부의 의대 정원 2천명 확대 방침에 따른 의사협회 등 의료계 반발이 큽니다. 전라북도에서도 대부분의 의대생이 휴학계를 내고 레지던트 전공의들은 사표를 던지고 근무 중단에 나서는 등 집단행동에 나선 상황인데요. 이런 와중에 현직 의사로서 의사협회가 부끄럽고 회비 납부도 거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분이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강영석 전북특별자치도 복지여성보건국장인데요. 국장님 모시고 관련된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국장님 어서 오세요.
 
◆ 강영석> 네, 반갑습니다.
 
◇ 유연수> 의사 신분으로서 또 전라북도 행정에는 어떻게 들어오시게 된 거예요?
 
◆ 강영석> 사실 의사가 꿈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의대에 들어왔고 의사가 됐고 그런데 진료보다는 보건행정에 관심이 있어서 보건소를 통해서 입사하게 됐습니다.
 
◇ 유연수> 보건소 근무를 하시다가 지금은 도청에서 근무하시는데 코로나 시국 때도 굉장히 애써주신 것으로 많은 도민들이 기억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의대 정원 확대에 관한 이슈에 대해서 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오늘까지도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먼저 궁금한 게 전공의가 병원에서 이탈할 경우 의료 공백에 얼마나 영향을 주게 되냐 하는 부분이거든요.
 
◆ 강영석> 현재 사직서를 내고 집단행동을 하고 있는 의사들은 수련의, 전공의들이죠. 인턴, 레지던트 포함해서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하는 상황입니다. 병원에서는 교수님들 그리고 전문의 중에 전임의라고 하는 명칭이 있습니다.
 
◇ 유연수> 전임의요?
 
◆ 강영석> 네, 전임의. 그런 분들이 전문의로서 환자분들을 직접 관리를 해드리는데 외래 일반 진료라든지 아니면 수술방에서의 여러 가지 관리 체계, 그리고 병실에 입원해 계시는 분들 환자분들, 보호자분들에게 다양한 설명이라든지. 그런 진료나 의료행위의 과정 중에 전공의들의 역할은 지대합니다. 전임의 분들이 그 역할을 하시지 않을 경우에는 전공의가 일부 역할들을 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병원 전체의 의사들, 수련병원의 의사들 중에 보통 30%, 40% 정도를 전공의가 차지하고 있는데요. 그만큼의 역할이 없을 경우에는 병원에서의 의료 공백은 굉장히 클 수밖에 없고요. 또 병원 자체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의료 체계에 주는 영향도 크다고 말씀드립니다.

SNS 캡처
 
◇ 유연수> 제 주변에서도 수술을 예약했다가 지금 취소가 되면서 낭패를 본 지인들도 많이 계시는데 참 이런 의료 공백이 심각한 상황이에요. 그런데 우리 국장님께서 최근에 페이스북을 통해서 좀 소신 있는 발언을 올리셨더라고요. 제가 요약을 해드리자면 '집단행동을 할 수는 있지만 또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거나 등을 돌리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협회 회원인 것이 부끄럽다.' 이렇게까지 표현하셨는데 공개적인 이런 곳에 동료들을 향해서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을 텐데 그럼에도 이런 글을 쓰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 강영석> 사실 매우 망설였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후회하는 마음도 일부는 있습니다. 그런데 의대 정원이 불합리하다고 생각이 된다면 의과대학장 그리고 의대 교수님들이 먼저 그런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내고 논의의 장에서 국민들을 설득하려고 하셨어야죠. 하지만 그런 분들에 앞서서 환자 곁에 계셔야 할 많은 우리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보였다고 하는 것에 대한 실망입니다. 그런 부분에서 글을 쓰게 된 것입니다. 저는 절대 의사라고 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 아니고 의사협회원이라고 하는 것이 지금 상황에서 안타깝다는 말씀을 드린 것입니다.
 
◇ 유연수> 지금 이 사태를 대응하는 어떤 협회의 자세에 대해서 좀 안타까움을 나타낸 표현이신 것 같은데요.
 
◆ 강영석> 맞습니다.
 
◇ 유연수> 이번 사태를 일으킨 근본 원인을 따져보겠는데 의대 정원 2천 명을 늘리는 문제요. 의사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니까 좀 많이 뽑아서 소아과라든지 산부인과라든지 외과라든지 비인기학과라고 하는 이런 필수과로도 보내고 또 지역에도 의사를 보내면 좋은 것 아닌가요? 국장님 의견은 어떠세요?
 
◆ 강영석> 다양한 의견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의사 증원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시스템에서의 의사 증원은 그 효과를 보기보다는 부작용이 분명히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국가에서 발표한 내용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단순히 증원만의 문제가 아니고 의사 처우의 개선도 포함이 돼 있고요. 또 다양한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개선책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 지역에서도 현재 읍면 단위 지역을 이야기 드리는 것이 아니고 군 정도의 지역을 책임지면서 지역 완결형 형태로 조금 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그런 기본적인 의사를 채용하는 데 있어서도 어려움이 있거든요. 일례로 지역 의사를 모시기 위해서 3억 5천만 원의 연봉을 제시하는 데도 찾아오시는 분들이 전혀 없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들은 단순히 증원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다른 정책도 함께해야 한다는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 유연수> 조금 전에 그 지역 의료 인력을 확충하기 위해서 연봉 3억 5천만 원을 제시하는 데도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씀하셨는데 연봉 3억 5천만 원이면 보통 의사들의 평균 연봉보다는 조금 더 높다고 할 수 있나요?
 
◆ 강영석> 네, 맞습니다. 정확한 연봉을 확인하기는 조금 어려운 부분들은 있습니다. 병원에서 봉직으로 근무하시는 분들 또 1차 의료기관 지역에서 개원하시는 분들 또 그런 지역 여건 사정에 따라서 상당히 편차가 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 여건, 교육 여건들이 완비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많은 연봉이라고 하더라도 혼자 그 지역에서 진료 업무를 하실 수 없고 가족들과 함께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높은 연봉에 대해서도 오셔서 진료하시는 분들이 적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연봉 외에 다른 지원책, 장려책들이 필요할 수도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 유연수> 단순히 돈을 많이 준다고 해서 오는 것이 아니고 인프라라든지 정주할 수 있는 여건을 좀 같이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말씀이신 것 같은데요.
 
◆ 강영석> 네, 맞습니다. 그리고 저는 조금 다른 각도로 들여다보면 우리 지역의 대형병원 3차 병원들이 1차, 2차 병원에 가셔도 되는 그런 환자분들을 모심으로 업무가 과해지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3차 병원으로써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3차 병원으로써의 기능을 바라고 오시는 분들이 우리 지역의 3차 병원에서 그 기대치를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서울 쪽에 있는 큰 병원으로 찾아가시는 그런 부분들도 일부분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의사의 숫자만의 문제가 아니고 의료 전달체계라든지 여러 가지 그런 구조적, 체계적인 개선도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지역의 1차 의료기관에 있어야 하는 의료진은 전문의가 아니고 어찌 보면 일반의여야 됩니다. 어떤 분이 건강 문제를 가지고 오셨을 때 이분의 가벼운 건강 문제는 일반 의사도 충분히 풀어드릴 수 있고 전문적인 진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2차, 3차 병원으로 의뢰하는 시스템이어야 하는데 거의 대부분의 1차 의료기관이 보면 정신과 전문의, 내과 전문의, 외과 전문의, 소아과 전문의, 산부인과 전문의 이런 분들이 1차 의료기관을 개업하고 있는 이 자체도 어찌 보면 의사 부족을 초래하는 이유일 수도 있거든요. 왜냐하면 산부인과 전문의가 개업하고 있으면 지역에서 1차 의료를 담당하는 역할을 못 하게 됩니다. 산부인과 전문의라면 2차급, 3차급 병원에서 함께 모여서 분만을 책임지고 해야 하는 것이고요. 외과 의사도 1차 의료기관에 있으면 당장 수술도 못 하잖아요. 정형외과 의사가 개업한다면 수술도 못 하는 곳에서 안 좋은 표현으로 '나이롱 환자'들, 교통사고 환자들, 산재 환자들 그냥 물리치료 하는 데 오더만 내리는 역할밖에 못 하거든요. 전혀 기능을 못 하는 곳에 의사들이 배치돼 있는 구조 자체도 매우 심각한 문제예요.
 
 제가 그래서 답답한 것이 뭐냐 하면 그런 것을 정책적으로 펼칠 수 있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 의견을 제시해 줘야 하는 것이 의사협회의 역할이거든요. 의사의 역할이 아니고요. 의사는 진료를 봐야 하는 것이고 의사협회는 의사협회를 이루고 있는 그 구성원들은 진료를 안 보고 거기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고 그 안에는 연구소도 있고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 사람들이 그런 역할을 못 해서 지금 이 상황을 만든 것이거든요. 연봉이 3억 5천만 원인데도 안 가는 이유가 있죠. 교육 문화 여러 가지 여건들이 안 좋으니까 안 가는 거예요. 하지만 그곳에 가지 않더라도 다른 곳에서도 그런 정도의 수입을 얻기 때문에 그렇기도 해요. 그래서 숫자를 늘리겠다고 하는 거예요. 늘리면 가는 사람도 있겠죠. 그러나 늘려서 그렇게 가게 되면 그것은 국민한테도 부담이 되는 거예요. 국가에게도 부담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늘리는 것 말고 늘리는 것 더해서 이런저런 구조적인 것이 개선되어야만 늘리는 것에 대한 효과가 효율이 함께하는 것이겠고요. 안타까운 것은 정책적으로 급진적으로 나가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을 수는 있어요. 하지만 이 모든 것의 주인은 국민이잖아요. 국민이 바라시는 대로 가야 해요. 하지만 우리 국민께서 모든 것에 전문가가 아니시니까 우리 국민이 가지고 계신 기대치 눈높이가 꼭 충족돼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것이 아니라면 전문가들이 그런 것을 설득하기 위해서 보다 더 노력해야죠. 우리 국민께서는 그날그날 생활하시는데 바쁘신데 그런 역할을 못 했던 저는 의사협회가 안타깝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왜 국민을 아프게 하는 수단을 선택했냐는 것입니다.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파업에 돌입한 지 이틀째인 21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전공의 전용공간 앞으로 환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 유연수> 앞서 지역 의료현실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셨지만, 의대 증원 명분으로 삼는 것 중에 '지역 의사제'라는 게 있어요. 궁금한 점은 군 단위에서도 개인 병원들이 많이 있는데 그럼에도 지역의사제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뭔가요.
 
◆ 강영석> 우리 지방보다 중앙 쪽이 교육이며 문화며 다양한 시설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자유시장 경제 논리 때문에 가능합니다. 의료기관도 마찬가지의 경우입니다. 지역의 인구 구조라든지 인구수에 따라서 의료기관들이 자리 잡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래서 이런 의료 불균형이 초래되겠고요. 국가에서는 시장 논리에만 맡길 수 없기 때문에 공공재라고 보고 또 공공자금이라든지 여러 가지 보조금을 투입하고 또 의료 인력들도 확대해서 대응하고자 하는 그런 내용으로 이해를 해 주시기를 바라고요. 치료 가능 사망률이라고 하는 지표가 있습니다. 치료를 받으시게 되면 사망을 예방할 수 있다는 그런 지표가 되겠는데요. 그런 내용으로 설명해 드리자면 수도권 지역은 치료 가능 사망률이 낮습니다. 그만큼 가까운 의료기관에 가셔서 치료를 적절하게 받으시면 사망에 이르지 않는다는 내용이거든요. 그런데 대부분의 수도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들에 있어서는 그 수치가 높습니다. 그런 내용으로 지역 의사제의 필요성에 대해서 말씀을 드립니다.
 
◇ 유연수> 지표로 나와 있는 것이 있다.
 
◆ 강영석> 네.
 
◇ 유연수> 지금 전북 같은 경우에는 남원의 공공의대 이슈가 있는데 공공의대가 생긴다면 어떤 인프라 또 어떤 계획들이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 강영석> 만약에 남원에 공공의대가 설립되는 경우라면 의과대학생을 유치하는 데는 문제 없고요. 사립대가 아닌 국가에서 운영하는 학교이기 때문에 실습 관련한 다양한 인프라를 함께 지원해줘야겠지요. 또 지역 공공 의사로서의 역할 같은 점에 대해 학교와 학생이 생각을 공유하고 교육 커리큘럼에도 그런 공공성을 담아내야 합니다. 그리고 배출돼서 현장에서 역할을 하게 될 의사들은 우리 전북만이 아닌 17개 시도의 모든 지역으로 배치될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은 남원의 지역 사업, 전라북도의 지역 사업이 아니고 우리나라 국가사업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 유연수> 서남대 의대의 선례를 봤을 때 학생 유치에는 문제가 없지만 또 수준 높은 교수진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지방 사립이 아닌 공공의대로 가야만 이것이 가능한 부분이 또 있군요.
 
◆ 강영석> 네, 그렇습니다.
 
◇ 유연수>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강영석> 감사합니다.
 
◇ 유연수> 강영석 전북특별자치도 복지여성보건국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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