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등진 의사 없어야"…파업 속 '현장' 지키는 의사들

[현장 지키는 의사들①]
"간호사 곱지 않은 시선에 멘탈 나갈 것 같은 상황"
"'살려줘서 고맙다'는 환자의 말 한마디에 현장으로"

연합뉴스
▶ 글 싣는 순서
①"환자 등진 의사 없어야"…파업 속 '현장' 지키는 의사들
(계속)


"무엇보다 환자 생명이죠."
 
'의사를 늘리자'는 정부의 방침에 전공의들은 가운을 벗어 던졌다. 의과대학 학생들은 대거 휴학원을 제출하며 힘을 합쳤다.
 
정부는 물러서지 않았다. 현재 상황을 의사들의 불법 집단행동으로 규정하며 철저한 수사와 기소 그리고 구속까지 언급했다. 정부와 의사 간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피해는 오롯이 환자가 떠안게 됐다.
 

병원 내 균열 가시화…'그래도 일 줄이지 말자'

이런 '난리통'에도 의료 현장을 지키는 이들이 있다. 환자를 등지는 건 의사가 아니라는 소신 때문이다. 최악의 상황에 가장 애가 타는 건 '환자'들이라 여기며 늘어난 밤샘 근무를 묵묵히 소화하고 있다.
 
도내 한 병원에서 응급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사 A씨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양해를 구했다.
 
환자가 평소보다 2배 이상 많아져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길게 통화는 어렵다는 점, 내부 분위기상 현장을 지키는 '소신'을 말하기에 부담스러워 모든 부분을 익명으로 부탁한다는 점이다. A씨의 두 가지 요구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재 의료 상황의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전북대병원 본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음. 김대한 기자

A씨는 "인턴 선생님과 전공의 일부가 실제 근무를 이탈해 타격이 큰 상황이다"며 "남아있는 의사들이 연장 근로를 하며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남아 있는 의사들에 대한 병원장 지침은 '최대한 일 자체를 줄이지 말자'는 것. 이 때문에 당직 업무는 배가 됐고, 이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부담은 다음날 진료 영향으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는 "아직은 버틸만하지만, 장기화되면 장담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공의 파업으로 병원 내부에선 균열도 일어나고 있다. 앞서 간호법 제정을 두고 의사들이 극렬히 반대했던 터라 간호사들의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이다.
 
A씨는 "의사 보조 동의서를 받는 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으로 들었다"며 "'간호법 제정 때 뭘 도와줬냐'는 등의 날 선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환자를 생각하는 '원팀'은 없고 현장을 지키자는 목소리는 일부가 된 현재 상황에 "멘탈이 나갈 것 같다"고도 언급했다.
환자로 붐비는 병원 모습. 연합뉴스

"친구 좋다는 게 뭐냐"…'웃픈(웃기면서 슬픈)' 상황도

이번 의료 대란 현실화로 A씨에겐 곤란한 상황이 늘었다. A씨는 "이번 파업으로 진료에 차질이 생겨서 그런지 아는 분을 통해 진료와 수술을 해달라는 부탁이 쏟아지고 있다"며 "안 그래도 바쁜 상황에 수술 좀 해달라는 등의 요청이 오면…"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자리를 지키는 의사들에 대한 부담은 이렇듯 다양한 방식으로 커지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A씨는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분명하게 반대하면서도 현장을 지키는 소신은 명확히 전했다.
 
A씨가 지역에서 또 그 중 응급 현장을 지키는 이유. '긍정적인 피드백'이 좋기 때문이다. 그는 "응급에 계속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정말 딱 한 가지다"며 "살려줘서 고맙다는 환자와 그 가족들의 눈빛과 말 한마디가 뿌듯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경험을 안정적으로 쌓아갈 수 있어야 하는데, 실상은 의료 사고에 대한 부담감도 크고 몇십 억을 배상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커 누구도 오려고 하지 않은 상황이다"며 "(이런 부분에 대한 해결 없이) 단순 증원으로 필수과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사고로 인해) 수갑도 찰 수 있다는 환경에선 필수과 의사들이 자신들의 과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늘리긴 어렵다"며 "(자긍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현장을 지키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A씨는 "다른 말 필요 없이 그 어떤 것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생명이다. 정말이다"고 말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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