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대학원에서 미술을 공부했던 저자는 결혼과 동시에 전업주부의 길로 들어섰다. 주부 초년생 때만 해도 '꿈'이라는 배를 결혼이라는 항구에 잠시 매어두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수록 '화가 조금희'와는 점점 멀어졌다. 50대 중반에 이르러 많은 짐을 내려놓았지만, 삶의 시간을 채우던 중요한 역할이 사라지자, 오히려 길을 잃고 말았다.
이 책은 엄마 이후의 삶을 꿈꾸는 여자들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내와 며느리, 딸, 엄마로 살아온 지난날을 돌아보며 힘겨웠던 일상 속에 박혀 있는 보석 같은 순간과 추억들을 음미한다.
아이가 어릴 때는 먹이고 재우고 입히고 씻기고 달래느라 파김치가 되기 일쑤다. 아이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 학업 스트레스까지 더해진다. 학부모 커뮤니티에 소홀했다간 '왕따'가 될 수도 있다. 아이들 내신 성적 챙기느라 입시 전문가까지 돼야 한다. 그렇게 20~30년을 지내다가 막내가 대학에 입학하는 날이 찾아온다. 육아로부터 해방되는 날이다.
그러고 나면 삶이 좀 여유로워질까? 어깨를 짓누르던 책임에서 벗어나면 자유로워질까?
'엄마 이후의 시간', 주부이고 엄마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과 찰진 대사들이 마음을 사로잡는 책이다.
조금희 지음 | 행복한작업실 | 25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