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포스터에도 힌트가 있었다. 검은 수트를 입은 채 카메라를 들고 정면을 응시하는 태용은 'TY TRACK'이라는 CD 표지를 장식한다. 가수마다 각자 개성을 뽐내면서 앨범 형태도 다양해진 현재가 아닌, 이른바 '표준형'이 존재했던 과거의 CD 모양이다. 앞으로 시작할 곡이 무엇인지를 왼쪽 상단에 표시하고 CD가 돌아가는 움직임은, 마치 오디오에 CD를 넣어 재생시키는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마지막 곡 '백 투 더 패스트'(Back to the Past) 땐 아예 음악 재생 플레이어 모양을 화면에 띄웠다.
멘트는 줄이되, 곡을 설명하는 데는 시간을 들였다. 이번 공연은 '아티스트' '사랑' '이별' '상처' '치유' '자전적 이야기'까지 총 6가지 주제를 두고 거기에 맞는 음악을 배치했다. 태용을 뜻하는 커다란 대문자 티(T) 구조물에서 비장한 분위기 속 등장한 미발표 신곡 '콘크리트'(Concrete)부터 '버추얼 인새니티'(Virtual Insanity) '예스'(¥£$) '에이프'(APE) '샤랄라'(SHALALA)가 '아티스트' 섹션이었다. '헐'(H.E.R) '론리'(LONELY) '무브 무드 모드'(Move Mood Mode) '루비'(RUBY) 등 '사랑' 섹션까지 총 9곡의 무대를 공개하고 나서야 비로소 태용은 관객에게 인사했다.
최대한 많은 무대를 보여주려는 의지가 읽히는 세트리스트. 몇 번 없는 멘트 시간에 태용은 곡 소개를 하는 데에는 시간을 아끼지 않았다. 공연의 문을 연 미발표 신곡 '콘크리트'를 시작으로 마지막 앙코르곡 '백 투 더 패스트'까지, 'TY TRACK'을 꽉 채운 23곡 모두 태용이 작사·작곡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가 '아티스트'라고 명명한 첫 번째 섹션을 두고, 태용은 "제가 생각하는 도시와 제가 생각하는 일적인 얘기를 담아봤다"라고 소개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콘크리트'는 태용이 평소 생각한 도시의 이미지고 '버추얼 인새니티'는 회사에 들어와 보게 된, 모든 게 다 반짝거리는 것만 같은 신세계의 도시 광경이다. 연습생을 거쳐 데뷔하고 돈을 벌게 되면서 '돈'을 주제로 해 '예스'를 만들었지만, 바로 다음 곡 '에이프'에서는 '돈이란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질문하고, '내가 지금 너무 돈을 좇고 있는데 이건 잘못됐다, 유혹을 떨쳐내야겠다'고 다짐한다.
연출이 가장 빛났던 구간은 세 번째 섹션 '이별'에 있었다. 첫 번째 미니앨범과 이번 두 번째 미니앨범에 차례로 실린 '404' 시리즈가 특히 그랬다. 힘들었던 시기 본인에게 해 주고 싶었던 말을 써 내려간 '포오포 파일 낫 파운드' 무대에서, 태용은 날아올랐다. 길게 뻗은 푸른 빛 사이를 헤치고 공중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와이어로 지탱하며 하늘을 걸었다. 바로 다음 곡인 '포오포 로딩'에서는 네온색 빛이 태용의 얼굴을 비춰 메탈릭하고 '네오'(neo)한 느낌이 강조됐다.
얇은 흰 천을 늘어뜨려 스크린으로 활용함으로써 탁 트인 시야를 제공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문 투어' 당시 별이 가득한 검은 밤하늘로 시작한 화면에는 동그란 선이 달 모양처럼 그려졌다. 거대한 보름달과 노래하는 태용이 모두 큼지막하게 나타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해와 달' 무대에서는 커다란 장미를 띄운 것이 눈에 띄었다.
'고스트'의 도입에서 그랬던 것처럼 '백' 역시 천장에 카메라를 두어 누운 태용과 시선을 맞출 수 있게 했다. 붉은 끈으로 몸이 묶인 태용은 침대 위에서 일어나지만, 끈을 쥔 댄서들의 주도로 더 단단하게 묶인다. 실시간으로 댄서들과 합을 맞추는 고난도 무대임에도 최선을 다해 라이브 하려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댄서들을 쓰러뜨리고 묶인 매듭을 스스로 풀어내는 마지막 부분에선 약간의 쾌감마저 느껴졌다.
관객 혹은 대중이 태용에게 기대할 만한, '예상 가능한' 부분도 잘 소화했다. '버추얼 인새니티'에서는 그동안 NCT로 들려준 '네오함'이 잘 살아 있었고,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과 품은 고민 등을 소재로 한 랩곡 '에이프'는 태용이 이미 오래전부터 직접 가사를 쓰고 랩을 해 온 래퍼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했다. 정식 솔로 데뷔곡 '샤랄라'는 아마도 가장 많이 불렀던 곡이라 그런지 가창, 춤, 표정 연기 모든 면에서 어느 때보다 여유로움이 넘쳤다.
직접 작사·작곡에 참여한 노래로만 채운 'TY TRACK'은 태용의 색을 잘 구현한 것을 넘어, 태용에 최적화된 공연이었다. '그래 나는 리더/이 도시의 리더'('콘크리트')라며 NCT 리더라는 현재 위치를 상기하는가 하면, 생전 루비를 똑 닮은 인형('루비')을 무대 위에 올리고 즐거웠던 한때가 담긴 영상을 틀었으며, '가장 과거의 나'를 주제로 한 자전적인 이야기 '백 투 더 패스트'를 마지막 곡으로 택해 의미를 더했다.
태용이 속한 NCT 127이나 NCT가 사랑 노래로 활동한 것이 손에 꼽을 만큼 적었기에, '사랑' '이별' '상처' '치유' 등 사랑을 폭넓게 다룬 곡 비중이 높은 것은 의외였다. 여성 댄서와의 커플 댄스로 큰 함성을 자아낸 '헐', 여리고 부드러운 느낌의 보컬이 신선했던 '론리', 감정을 토해내는 듯한 '나에게 했던 것과 같이'(Ups & Downs), 떠난 상대를 향해 회의적인 마음을 그려냈지만 듣기에는 편한 이지 리스닝 계열의 '사랑이 뭔데'를 예로 들 수 있다. 웬디의 달콤한 목소리가 백미인 '무브 무드 모드'는 시즈니(공식 팬덤명 '엔시티즌'의 애칭)가 파트를 부름으로써 '함께 완성'했다.
연내 입대 예정인 태용은 "제가 없을 때도 다들 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너무 재미있고 행복했다. 언제 또 이런 콘서트를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라면서도 "이렇게 제가 토해낼 수 있는 공연이 10년이 걸렸는데 또 언젠가는 그런 공연을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제가 계속 여러분과 함께 있을 거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들이 있었기에 제가 이렇게 강하게 클 수 있었던 것 같다"라며 "더 좋은 사람, 더 안정적인 사람이 되어서 계속 이렇게 무대 설 수 있는 거니까. 저를 믿어주시면 이런 무대 얼마든지 더 보여드리겠다"라고 밝혔다.
지난 24~25일 이틀 동안 올림픽홀에서 열린 태용의 첫 솔로 콘서트 'TY TRACK'은 양일 시야제한석까지 매진됐다. NCT, 웨이션브이(WayV) 멤버는 물론 레드벨벳 슬기, 세븐틴(SEVENTEEN) 우지, 안무가 바다와 리정, 태터 등 수많은 동료가 응원하러 공연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단독 콘서트로 먼저 팬들을 만난 태용은 미니 2집 '탭'을 오늘(26일) 저녁 6시 발매하고 활동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