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엔하이픈 "내일은 오늘보다 더 잘하겠습니다"

그룹 엔하이픈이 23일 저녁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두 번째 월드 투어 '페이트'의 앙코르 버전인 '페이트 플러스' 첫날 공연을 열었다. 엔하이픈 공식 트위터
그룹 엔하이픈(ENHYPEN)의 두 번째 월드 투어 '페이트'(FATE)의 첫 공연지는 서울이었다. 이후 도쿄돔과 교세라돔 오사카에서 첫 일본 돔 투어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디그니티 헬스 스포츠파크에서 첫 스타디움 공연을 치르는 등 12개 도시에서 18회 공연을 마쳤다. 엔하이픈은 업그레이드된 버전의 '페이트 플러스'(FATE PLUS) 투어로, 7개월 만에 '출발점' 서울로 돌아왔다.

23일 저녁 7시 10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엔하이픈의 두 번째 투어 앙코르 '페이트 플러스'의 서울 첫날 공연이 열렸다. 큰 틀은 '페이트'와 같지만 앙코르 공연에서만 볼 수 있는 새로운 요소를 추가해 변화를 꾀했다. 본 공연에서는 '스틸 몬스터'(Still Monster) '원 앤드 온리'(One and Only) '스위트 베놈'(Sweet Venom)이, 앙코르곡으로는 '오렌지 플라워'(Orange Flower)(유 컴플리트 미)(You Complete Me)가 더해져 총 4곡 무대를 선보였다.

"시작을 항상 서울에서 하니까 아직 완벽하게 몸에 익지 않은 느낌이라서 저도 아쉬웠는데 한 바퀴 돌고 더 성장한 '페이트 (플러스) 투어' 돌게 돼서 좋다"(제이) "몸에 익히지 않은 상태에서 뭔가 낯선 모습을 보여드린 거 같아서 항상 서울콘을 할 때마다 아쉬움이 남았던 것 같다"(니키) 등의 언급에서 알 수 있듯, 엔하이픈은 반복으로 인한 '성장'과 '노련함'을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엔하이픈은 이날 앙코르까지 3시간 이상 길게 공연했다. 빌리프랩 제공
남색과 흰색이 섞인 화려한 재킷을 필두로 왕자님 느낌의 제복을 입고 무대에 선 엔하이픈은 대표곡인 '드렁크-데이즈드'(Drunk-Dazed)로 '페이트 플러스'의 문을 열었다. 바닥에 배를 닿게 했다가 누워서 다리를 꼬는 등 까다로운 안무가 연달아 나왔지만 흐트러짐을 찾기는 어려웠다. 이 곡 무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불'이었다. 성이 불타고 무너져 내리는 영상은 노래의 극적인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고, 댄서들이 쓰러지는 퍼포먼스 후에 붉은 조명탄이 터지는 연출로 대미를 장식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TOMORROW X TOGETHER) 연준이 피처링한 '블록버스터'(Blockbuster)(액션 영화처럼)는 엔하이픈 버전으로 바꾸어 선보였다. '액션 영화처럼 맘대로 세상을 흔들어"라고 노래하는 '블록버스터'도, "예예예예" 하는 후렴이 반복되는 세 번째 곡 '렛 미 인'(Let Me In)(20CUBE)도 쉽게 잔상이 남는 후렴구가 특징이었다.

공연 전반부는 엔하이픈의 주특기인 절도 있는 군무가 잘 드러나는 무대 위주로 꾸며졌다. '피버'(FEVER)와 '스틸 몬스터'는 영상 사용도 눈에 띄었다. 실물처럼 생생하게 구현한 심장이 계속해서 박동하는 영상과 '너 때문에 심장이 목말라' '널 안고 싶어'라고 외치는 가사가 잘 어울렸다. 장미 가시와 쇠사슬로 덮인, 검게 변한 심장을 주된 이미지로 한 '스틸 몬스터'(Still Monster)는 화음이 유달리 돋보였다. 개인적으로 '오늘의 발견'이라 할 만한 곡이었다.

제이는 유닛 무대에서 기타를 직접 연주했다. 빌리프랩 제공
중간 VCR은 대개 장엄하면서도 미스터리한 느낌이었으나, 엔하이픈이 공연 중반부를 위해 준비한 무대는 VCR의 분위기와는 딴판이었다. 다시 한번 '우리에게 집중해!'라고 외치는 듯한 얼터너티브 록 '어텐션, 플리즈!(Attention, please!)로 주위를 환기했다. 이날 세트 리스트에서 처음으로 '신나는' 노래가 나왔다.

'패러독스 인베이전'(ParadoXXX Invasion)은 보컬이 강조된 부분에 저절로 귀를 기울이게 됐다. 선우가 '엔진'(공식 팬덤명)을 향해 "엔진, 사랑해!"라며 눈웃음을 보낸 순간의 함성이 무척 컸다. '테임드-대시드'(Tamed-Dashed)는 럭비공을 갖고 멤버들이 각자 파트 때마다 럭비공을 옮겨가며 무대를 이어가는 것이 관전 포인트였다.

멘트 시간에 짧게 선보인 멤버들의 커버곡 라이브는 예상치 못했기에 신선했다. 첫날 공연에서는 리더 정원이 엑소(EXO)의 '싱 포 유'(Sing For You)를 불렀다. "한국에서만 들을 수 있는" 무대라는 점에서 팬들이 더욱 열광했다. 정원 역시 "'페이트 플러스'에서만 보여드릴 수 있는 게 어떤 게 있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제가 좋아하고 엔진분들도 좋아할 만한 노래를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희승(가운데)가 피아노를 연주한 유닛 무대. 빌리프랩 제공
유닛 무대는 제이·제이크·성훈·선우와 정원·희승·니키로 나누어졌다. 전자는 제이의 기타 연주 아래 'TWF'(That Feeling When)를, 후자는 '몰랐어'를 희승의 피아노 연주를 바탕으로 불렀다. 둘 다 어쿠스틱으로 편곡된 짧은 버전이었는데, 완곡도 궁금해지는 무대였다.

피아노 연주가 돋보였던 경쾌한 이지 리스닝곡 '텐 먼스'(10 Months)로도 비슷한 결을 이어간 엔하이픈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주목받았던 '폴라로이드 러브'(Polaroid Love) 무대 때 팬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스태프가 직접 미는 '수동 이동차'로 2층을 돌았으며, 팬들과 하이 파이브를 하기도 했다. 연보라색 하트 모양의 컨페티가 달콤하면서도 설레는 곡의 분위기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원 앤드 온리'(One and Only) 무대 때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피카츄가 나온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피카츄의 무대 장악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파괴적인 깜찍함이었다. 얼터너티브 록 '샤우트 아웃'(SHOUT OUT)에서는 전자(일렉) 기타와 베이스 사운드의 존재감이 컸다. 디스코와 테크하우스를 결합한 EDM 장르 '모 아니면 도'(Go Big or Go Home)도 흥겹고 신나는 노래 계열이었다. 관객들은 멤버들의 이름을 외치는 응원법으로 화답했다.

피카츄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던 '원 앤드 온리' 무대. 빌리프랩 제공
정원에 이어 성훈의 커버곡 무대도 있었다. 세계적인 팝 스타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의 '보이프렌드'(Boyfriend)를 불렀다. 성훈은 "뭔가 저의 목소리와 잘 맞는 거 같기도 하고 그리고 엔진 여러분한테 전하고 싶은 얘기였다. 그래서 선곡했다"라고 말했다.

후반부 곡 중에는 사랑으로 인한 뒤늦은 후회를 청구서에 비유한 미디엄 템포 팝 '빌즈'(Bills), 리드미컬한 비트와 긴장감을 조성하는 현악기 연주가 조화로운 '새크리파이스'(Sacrifice)가 기억에 남는다. 전반적으로 간결하지만 중독적인 후렴구로 임팩트를 준 '바이트 미'(Bite Me), 멤버 제이가 작사에 참여한 펑크/팝 장르의 '스위트 베놈'(Sweet Venom)은 본 공연 마지막 구간에 잘 어울렸다.

당초 주말 이틀로 예정됐던 엔하이픈의 '페이트 플러스'는 높은 인기를 얻어 한 회를 추가, 총 3회차로 진행된다. 희승은 "엔진분들이 너무 큰 사랑 주셔서 '쓰리 쇼', 공연 세 번 할 수 있다는 게 저한테는 너무 자부심"이라며 "아직도 부족한 점이 정말 많은 거 아는데 계속해서 발전하고 노력해서 엔진분들한테 더 큰 감동 줄 수 있는 가수가 되겠다"라고 말했다.

엔하이픈은 24~25일에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페이트 플러스' 투어를 잇는다. 빌리프랩 제공
정원은 "이번 '페이트 플러스'로 앙코르 콘서트를 할 수 있어서 자부심을 정말 많이 느꼈다. 쓰리 쇼 매진됐다는 걸 가족들이 톡방에 보냈는데 저도 안 믿겨서 정말 기쁜 나날을 보냈다"라고 밝혔다. 제이크는 "옛날에는 긴장 많이 했는데 이제는 긴장 덜하고 엔진 앞에서 무대 하는 게 너무 편해지고 좋은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더 재밌을지 고민하고 노력하는 제이크가 되겠다"라고 강조했다. 니키도 "내일은 오늘보다 더 잘하겠다"라고 다짐했다.

8200여 명의 관객과 함께한 엔하이픈의 '페이트 플러스' 첫날 공연은 밤 10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이들은 25일까지 서울 공연을 하고, 4월부터 애너하임·오클랜드·터코마·로즈몬트·벨몬트 파크 등 6개 도시에서 8회 투어를 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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