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저녁 7시 10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엔하이픈의 두 번째 투어 앙코르 '페이트 플러스'의 서울 첫날 공연이 열렸다. 큰 틀은 '페이트'와 같지만 앙코르 공연에서만 볼 수 있는 새로운 요소를 추가해 변화를 꾀했다. 본 공연에서는 '스틸 몬스터'(Still Monster) '원 앤드 온리'(One and Only) '스위트 베놈'(Sweet Venom)이, 앙코르곡으로는 '오렌지 플라워'(Orange Flower)(유 컴플리트 미)(You Complete Me)가 더해져 총 4곡 무대를 선보였다.
"시작을 항상 서울에서 하니까 아직 완벽하게 몸에 익지 않은 느낌이라서 저도 아쉬웠는데 한 바퀴 돌고 더 성장한 '페이트 (플러스) 투어' 돌게 돼서 좋다"(제이) "몸에 익히지 않은 상태에서 뭔가 낯선 모습을 보여드린 거 같아서 항상 서울콘을 할 때마다 아쉬움이 남았던 것 같다"(니키) 등의 언급에서 알 수 있듯, 엔하이픈은 반복으로 인한 '성장'과 '노련함'을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TOMORROW X TOGETHER) 연준이 피처링한 '블록버스터'(Blockbuster)(액션 영화처럼)는 엔하이픈 버전으로 바꾸어 선보였다. '액션 영화처럼 맘대로 세상을 흔들어"라고 노래하는 '블록버스터'도, "예예예예" 하는 후렴이 반복되는 세 번째 곡 '렛 미 인'(Let Me In)(20CUBE)도 쉽게 잔상이 남는 후렴구가 특징이었다.
공연 전반부는 엔하이픈의 주특기인 절도 있는 군무가 잘 드러나는 무대 위주로 꾸며졌다. '피버'(FEVER)와 '스틸 몬스터'는 영상 사용도 눈에 띄었다. 실물처럼 생생하게 구현한 심장이 계속해서 박동하는 영상과 '너 때문에 심장이 목말라' '널 안고 싶어'라고 외치는 가사가 잘 어울렸다. 장미 가시와 쇠사슬로 덮인, 검게 변한 심장을 주된 이미지로 한 '스틸 몬스터'(Still Monster)는 화음이 유달리 돋보였다. 개인적으로 '오늘의 발견'이라 할 만한 곡이었다.
'패러독스 인베이전'(ParadoXXX Invasion)은 보컬이 강조된 부분에 저절로 귀를 기울이게 됐다. 선우가 '엔진'(공식 팬덤명)을 향해 "엔진, 사랑해!"라며 눈웃음을 보낸 순간의 함성이 무척 컸다. '테임드-대시드'(Tamed-Dashed)는 럭비공을 갖고 멤버들이 각자 파트 때마다 럭비공을 옮겨가며 무대를 이어가는 것이 관전 포인트였다.
멘트 시간에 짧게 선보인 멤버들의 커버곡 라이브는 예상치 못했기에 신선했다. 첫날 공연에서는 리더 정원이 엑소(EXO)의 '싱 포 유'(Sing For You)를 불렀다. "한국에서만 들을 수 있는" 무대라는 점에서 팬들이 더욱 열광했다. 정원 역시 "'페이트 플러스'에서만 보여드릴 수 있는 게 어떤 게 있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제가 좋아하고 엔진분들도 좋아할 만한 노래를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피아노 연주가 돋보였던 경쾌한 이지 리스닝곡 '텐 먼스'(10 Months)로도 비슷한 결을 이어간 엔하이픈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주목받았던 '폴라로이드 러브'(Polaroid Love) 무대 때 팬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스태프가 직접 미는 '수동 이동차'로 2층을 돌았으며, 팬들과 하이 파이브를 하기도 했다. 연보라색 하트 모양의 컨페티가 달콤하면서도 설레는 곡의 분위기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원 앤드 온리'(One and Only) 무대 때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피카츄가 나온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피카츄의 무대 장악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파괴적인 깜찍함이었다. 얼터너티브 록 '샤우트 아웃'(SHOUT OUT)에서는 전자(일렉) 기타와 베이스 사운드의 존재감이 컸다. 디스코와 테크하우스를 결합한 EDM 장르 '모 아니면 도'(Go Big or Go Home)도 흥겹고 신나는 노래 계열이었다. 관객들은 멤버들의 이름을 외치는 응원법으로 화답했다.
후반부 곡 중에는 사랑으로 인한 뒤늦은 후회를 청구서에 비유한 미디엄 템포 팝 '빌즈'(Bills), 리드미컬한 비트와 긴장감을 조성하는 현악기 연주가 조화로운 '새크리파이스'(Sacrifice)가 기억에 남는다. 전반적으로 간결하지만 중독적인 후렴구로 임팩트를 준 '바이트 미'(Bite Me), 멤버 제이가 작사에 참여한 펑크/팝 장르의 '스위트 베놈'(Sweet Venom)은 본 공연 마지막 구간에 잘 어울렸다.
당초 주말 이틀로 예정됐던 엔하이픈의 '페이트 플러스'는 높은 인기를 얻어 한 회를 추가, 총 3회차로 진행된다. 희승은 "엔진분들이 너무 큰 사랑 주셔서 '쓰리 쇼', 공연 세 번 할 수 있다는 게 저한테는 너무 자부심"이라며 "아직도 부족한 점이 정말 많은 거 아는데 계속해서 발전하고 노력해서 엔진분들한테 더 큰 감동 줄 수 있는 가수가 되겠다"라고 말했다.
8200여 명의 관객과 함께한 엔하이픈의 '페이트 플러스' 첫날 공연은 밤 10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이들은 25일까지 서울 공연을 하고, 4월부터 애너하임·오클랜드·터코마·로즈몬트·벨몬트 파크 등 6개 도시에서 8회 투어를 돌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