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의료공백 심화…업무개시명령 못해 환자 고통 길어져

도내 전공의 무단결근 90% 병원 2곳…보건복지부 현장실사 나흘째 무소식

제주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안내문구. 고상현 기자

제주에서 전공의 파업으로 의료 공백이 심화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무단결근 전공의가 가장 많은 병원에 대해서 보건복지부 현장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업무 개시 명령도 못하고 있다.
 
23일 제주도에 따르면 현재까지 무단결근하고 있는 도내 전공의는 파견의를 포함해 모두 108명으로 조사됐다. 이 중 90%인 98명이 제주대학교병원(71명)과 제주한라병원(27명)에 몰려 있다. 
 
나머지 10명은 서귀포의료원과 중앙병원, 한마음병원, 한국병원 등 4곳에 속해 있다. 
 
전공의 집단 파업 직후인 지난 20일 제주도는 현장조사를 벌여 서귀포의료원, 중앙병원, 한마음병원, 한국병원 등 4곳에 출근하고 있지 않는 전공의 10명에 대해서 업무 개시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의료 공백이 가장 심한 제주대병원과 한라병원 소속 전공의에 대해서는 파업 나흘째인 이날까지도 업무 개시 명령조차 내려지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현장 실사가 이뤄지지 않아서다.
 
현장 실사는 업무 개시 명령을 내리기 전 밟는 조치다. 의료법에 따라 공무원은 조사명령서를 갖고 의료현장에 나가 점검한 뒤 무단이탈이 확인되면 해당 의료인에게 업무 개시를 명령한다. 
 
의료법상 이를 어기면 1년 이하의 자격정지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의사 면허를 박탈당한다. 현장 복귀 강제 수단인 것이다.
 
제주대병원 응급의료센터. 고상현 기자

제주대병원과 한라병원 현장 실사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관련 지침 탓이다.
 
보건복지부는 제주대병원과 한라병원 등 전공의 수가 많은 전국 100여 개 수련병원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업무 개시 명령을 내리고, 나머지 수련병원은 지자체장이 내리도록 했다. 
 
전공의 수가 적은 서귀포의료원 등 병원 4곳에 대해선 제주도가 직접 현장 실사를 벌여 업무 개시 명령을 내렸지만, 나머지 2곳은 복지부 공무원이 제주까지 와야 해서 시간이 걸리고 있다. 
 
제주대학교병원과 한라병원 관계자는 "복지부 공무원들이 육지 병원에 대해서 우선적으로 현장 조사를 하다 보니 제주까지 오는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 일정 통보받은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공무원들이 일일이 돌아다니다 보니 업무 과중에 시달린다는 얘기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공의 파업으로 제주대병원에서 강제 퇴원을 권유받거나 수술 받지 못하는 등 의료 공백이 심화하는 가운데, 정부의 비효율적인 업무 지침으로 제주 환자들의 고통의 시간도 길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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