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지분 등 담보로 태영건설에 4천억원 지원…오늘 채권단 협의회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박종민 기자

태영건설 채권단이 23일 태영건설에 4천억 원 한도로 신규 자금을 지원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태영그룹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와 핵심 계열사 SBS 지분 등을 담보로 잡고, 자금을 대출하는 방식이다.
 
지난달 1차 금융채권자협의회(협의회)에서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결정이 내려진 뒤 기업 정상화 가능성을 따져보기 위한 실사 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산은)은 이 같은 신규 자금 지원 건 등을 결정하기 위한 2차 협의회를 채권자 서면 결의 형식으로 이날 진행한다. 신용공여액 기준으로 채권단 75% 이상이 동의해야 가결된다.
 
태영그룹은 이르면 4월 자산·부채 실사 결과에 기반한 태영건설 기업 개선 계획이 세워질 때까지 부족한 자금을 자체 조달하기 위해 자산 매각 등 채권단과 맺은 자구 약속을 이행 중이다. 하지만 매각 과정에 시간이 걸리는 등 상황이 여의치 않아 채권단의 신규 자금 지원 논의가 이뤄지게 된 것이다.
 
자금 지원 안건의 구체 내용은 연 4.6%의 금리를 적용해 4천억 원 한도로 태영건설에 대출해주고, 관련 이자는 유예하지 않는다는 게 골자다. 한 번에 전부 대출해주는 방식이 아니라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을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일단 산은이 전액 지원하되, 손실이 발생하면 산은을 비롯한 하나·농협·우리·신한·국민은행이 정해진 비율대로 손실을 분담하게 된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채권단이 이렇게 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태영그룹 핵심 자산을 담보로 잡겠다는 내용이다. 지주사 티와이홀딩스의 SBS 주식 556만 6017주,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의 티와이홀딩스 주식 전부(1282만 7810주), 윤세영 그룹 창업회장의 티와이홀딩스 주식 전부(26만 6955주)가 담보 목록에 올랐다.
 
SBS 주식 556만 6017주는 이미 담보로 잡힌 물량을 제외한 티와이홀딩스 소유분 전량이다. 티와이홀딩스는 지난달 자금 운용 안정성 확보 차원에서 윤 창업회장의 딸 윤재연씨로부터 330억 원을 빌리면서 SBS주식 117만 2천주를 담보로 제공했다.
 
이 밖에도 태영그룹 계열사인 레저 사업체 블루원 주식 507만 2912주, 또 다른 계열사 에코비트·평택싸이로 매각 대금에 대한 확약서와 태영건설 소유 여러 부동산과 주식 역시 신규 자금 지원과 맞물린 담보 목록에 포함됐다.
 
임금 체불 문제로 공정이 중단됐던 서울 중랑구 상봉동 청년주택 건설현장. 연합뉴스

앞서 태영그룹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조건이었던 자구 약속의 이행이 지연되거나, 약속을 지켰음에도 유동성 부족 상황이 발생하면 이 같은 계열주 지분과 SBS 지분을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번에 자금 지원 결정이 이뤄지면 현실화 되는 것이다.
 
비교적 빠른 이행이 예상됐던 그룹 소유 4개 골프장 유동화·매각에 속도가 붙지 않으면서, 협력업체 대금 지급 등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일시적 자금 부족 상황이 우려된다는 점이 지원 논의의 주요 배경인 것으로 파악됐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운용상 중간에서 자금 미스매치를 연결해주기 위한 것"이라고 지난 15일 해당 안건을 설명했다. 
 
원안대로 신규 자금 대출 결정이 내려지면 담보 취득과 관리는 채권자들을 대리해 산은이 맡게 된다. 향후 대출 자금이 회수되면 담보 설정은 해제된다. 대출 기한은 일단 5월30일인데, 금융권에선 기업 개선 계획 수립 시 만기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번 협의회에선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외담대) 조기 상환 건도 다뤄진다. 외담대는 태영건설이 협력업체에 외상매출채권으로 대금을 지불하고, 협력업체는 이 채권을 담보로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하면서 발생한 것이다. 이는 워크아웃 절차가 시작되면서 상환 유예되는 대출로 분류되지만, 태영건설이 은행에 조기에 갚도록 해 협력업체가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는 게 안건 취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채권단은 태영건설과 관련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60곳의 대주단으로부터 오는 25일까지 사업장 처리 방안을 제출받기로 했지만, 시행사·대주단 협의가 길어지고 있는 일부 사업장은 방안 마련에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당초 제출 시한은 지난 11일까지였지만, 이미 한 차례 연장된 상황이다.
 
사업장 협의 과정에선 사업성 검토와 사업 철수 여부, 시공사 교체 여부와 자금 지원 방식 등 여러 난제들이 논의되기에 접점 찾기가 쉽지 않다. 사업장별 처리 방안이 마련되고, 태영건설 자산·부채 실사도 마무리 돼 기업 정상화 가능성이 인정되면 산은은 기업 개선 계획을 수립해 이르면 오는 4월 채권단 결의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그로부터 한 달 뒤에는 이 계획 이행 약정 체결을 거쳐 태영건설에 대한 채권단의 공동 관리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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