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호남 텃밭서 현역 대거 물갈이…"현 민주당 심판"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 후보 공천을 위해 실시한 1차 경선에서 '텃밭'인 광주 등 호남 지역 현역 의원들이 무더기로 탈락했다. 당내에선 "현 민주당 체제에 대한 심판"이라는 주장과 "'찐명(진짜 이재명계)'에게 당했다"는 지적 등 엇갈린 해석이 나오고 있다.

광주, 전북, 제주 민주당 현역 모두 '고배'

민주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1일 오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광주, 전북, 제주 지역 등 총 21곳의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된 지역 중 현역 의원이 고배를 마신 곳은 5곳으로 모두 호남과 제주에선 패했다.

광주 북갑에선 조오섭 의원이 정준호 변호사에게 패했고, 북을에선 이형석 의원이 전진숙 전 광주시의원에게 밀렸다. 광주 동남갑에선 당 원내대변인인 윤영덕 의원이 정진욱 당대표 정무특보에게 패해 탈락했다.

전북 익산갑에선 초선인 김수흥 의원이 18대 국회부터 내리 3선을 지낸 이춘석 전 의원에게 자리를 다시 내줬고, 제주 제주시갑에서도 송재호 의원이 문대림 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에게 패했다.

"현재 민주당 체제에 불만"…'친명 밀어주기' 해석도

호남 현역이 대거 '물갈이'된 것을 두고 '민주당이 싫어 인적 쇄신 바람이 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호남의 현역 교체율이 높은 건 기본적으로 현재 민주당 체제에 대한 불만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 당시 국민의당이 호남 의석을 휩쓸며 대거 '물갈이'가 이뤄졌던 것과 비슷한 현상이라는 취지다.

반면 현역 의원을 밀어낸 원외 후보자 대부분이 '친명(親이재명)' 타이틀을 달고 있다는 점에서 승패에 관한 계파적 해석도 나온다. 특히 광주 동남갑의 정진욱 후보는 이재명 대표 대선 후보 시절 대변인을 맡았고 당대표 정무특보 직함을 갖고 있다. 최근 이 대표의 '사천(私薦)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친명 후보에 대한 '밀어주기'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다.

관련해 윤영덕 의원은 경선 결과 발표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불공정으로 얼룩진 광주 동남갑 경선의 진실을 요구한다"며 "투표 개시 전부터 자발적 ARS 투표 전화번호가 명시된 정진욱 후보의 웹자보가 단체 채팅방에 배포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ARS 번호는 투표 개시 직전까지 철저히 비공개 관리돼야 한다"며 "당이 공정한 경선 관리의 의지가 있는 건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영호, 남인순, 맹성규 등 수도권 현역 '생존'

현역 중 김영호(서울 서대문을), 남인순(서울 송파병), 정일영(인천 연수을), 맹성규(인천 남동갑), 조승래(대전 유성갑), 임오경(경기 광명갑), 이학영(경기 군포시), 윤후덕(경기 파주갑), 어기구(충남 당진) 의원 등은 모두 경선에서 승리해 총선 본선행을 확정했다.

민주당은 당헌에 따라 경선 결과 공표 시점 이후 48시간 이내에 재심을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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