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가 '컷오프 최소화·경선 극대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에 발목 잡혔다는 볼멘소리가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공관위는 21일 경선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보류 지역 78개 중 3개 선거구에 단수추천, 13개 선거구는 경선지역, 4개 선거구는 우선추천지역으로 정했다. 다만 하위 10%에 해당하는 현역의원 컷오프에 대해서는 이날도 의결하지 못했다.
컷오프 단행은 늦추고 경선 발표만 이어가는 데 대해 정치권에서는 공천 결과에 불만을 품고 2월 국회에서 재의결 예정인 '쌍특검' 표결에서 현역의원들이 이탈할 것을 우려한 공관위의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최소 17명의 이탈표가 나오면 '쌍특검법'이 통과될 수 있는 상황이다. 또 무소속이나 제3당으로 이적해 출마하는 경우도 공관위가 컷오프에 주저하는 이유다.
'감점' 여부 모른 채 경선 선택…'쌍특검' 표결까진 '귀한 몸'
국민의힘은 이날까지 공천 신청을 받은 242개 지역구 중 184곳의 공천방식을 확정했다. 확정되지 않는 지역구는 58곳이다. 국민의힘 소속 현역 의원 113명 중 경선 여부조차 결정되지 않은 지역구 현역 의원은 총 17명이다.정영환 공관위원장은 이날 11차 회의를 마친 뒤 "컷오프 명단은 나오지 않는다"며 "(개별 통보 여부에 대해) 답하기 곤란하다. 비밀을 보장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공관위는 영남권 중진의원 3명(서병수·김태호·조해진)을 인접 지역구인 '낙동강 벨트'로 재배치 했다. 김영선 의원(경남 창원시의창구)은 험지 재배치를 자청하기도 했다. 이들 의원은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감산이 적용되는 의원들이다. 하위권에 들어 추가 감산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역구 재배치에 따라 컷오프 대상에서 자연스레 빠지게 됐고, 결과적으로 현역의원 컷오프는 당초 '최소 7명'보다 줄어들게 됐다. 공관위는 김 의원에 대해서도 "추후 논의하겠다"며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이었다.
일단 경기와 충남, 경북 지역에서 의원 1명씩, 경남 지역에서 2명이 대상으로 총 5명이 컷오프 대상으로 알려졌다.
공관위는 '하위 10% 컷오프' 뿐만 아니라 '하위 10% 초과, 30% 이하' 감산 대상자들에 대해서도 사전 통보를 하지 않기로 했다. 경선득표율에서 20%를 감산받는 '하위 10%~30%' 대상자(18명)에게도 경선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하위권에) 비율로는 영남권 의원이 가장 많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감산 여부를 미리 통보하지 않고 경선후보자 등록신청서를 접수할 때야 그 여부를 알려주는 공관위의 방침에 대해서는 시간끌기용 경선이자 '희망고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0% 감산은 현역과 '용핵관'처럼 유력한 원외 도전자가 맞붙는 지역에서는 승패를 가를 주요 변수인데, 이를 알면서도 공관위가 '쌍특검 반란표'를 막기 위해 일단 하위권 의원들을 무조건 경선에 붙이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경선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경선을 치른 뒤 하위권 감산을 받은 현역의원이 낙마하면 자연스러운 '물갈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계산까지 공관위가 하고 있다는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57조는 "경선 후보자는 같은 선거구에 후보자로 등록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단 이날부터 24일까지 1차로 경선이 치러지고 25일 경선에 따른 공천자를 일부 발표한다. 26~27일에 서울·부산·대구·대전·울산 등에서 2차 경선을 치르고 경선 결과는 28일 발표된다. 나머지 지역은 '쌍특검' 재의결 시점인 29일 이후로 미뤄질 예정이다. 선거구 획정에 따른 경계 조정 지역도 대거 3월에 경선을 치른다.
이와 관련해 여권 관계자는 "'이기는 공천'을 한다더니 '꼼수 공천'과 다르지 않다"며 "컷오프가 능사는 아니지만 (쌍특검법 재의 저지를 위한) '용산 눈치보기'"라고 지적했다. 앞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11일 "제가 이기는 공천, 설득력 있는 공천, 공정한 공천을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野 호남서 강도 높은 '물갈이'…몸 사리다 '쇄신 경쟁' 뒤처질라
당내에서는 현역의원 컷오프 결과 발표를 최대한 미루면서 친윤계 의원들에는 상당수 일찌감치 공천을 확정지은 상황에 대해 "공정하지 않다"는 불만이 생겨나고 있다.
앞서 공관위는 박성훈 전 해수부 차관(전 대통령실 국정기획 비서관)과 권오현 전 대통령실 행정관에 대해 컷오프를 결정했다. 하지만 '찐용핵관'인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은 양지 공천을 확정 지었다. 서울 강남을에 공천을 신청했던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에 대해서도 경기 용인갑처럼 격전지 중에서도 보수세가 비교적 강한 곳을 골라 배려해주려는 모습이다. 컷오프된 박 전 차관의 경우에도 격전지 재배치가 논의 중이다.
'용핵관'과 현역의원이 맞붙은 지역구가 몰린 영남권에서는 "중진의원 감산 규정은 '용핵관'이 경선에서 이길 수 있도록 만든 것 아니냐"는 말까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공관위는 동일 지역에서 3선을 지낸 경우 경선 득표율에서 15%를 감산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민감한 지역의 공천은 뒤로 미루고 2월말까진 '귀하신 몸'이 된 현역 의원들의 반발을 막는 데만 주력한다는 지적과 함께 "순조로워 보이지만 감동도 없는 공천"이라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민주당이 공천 잡음으로 고전하고 있지만, 호남 현역에 대해 강도 높은 '물갈이'를 단행한 만큼 자칫 '인적 쇄신'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당 관계자는 "민주당보다 공천 시비가 적다고 해서 국민의힘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 지도부뿐"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