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非)수도권에 한해 그린벨트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규제 완화로 개발이 쉬워지면 지방경제가 살아남으로써 수도권 쏠림 현상까지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의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연이은 규제완화 발표가 총선용 공약 이상의 효과를 가져오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 또한 적지 않다.
비수도권 그린벨트, 전략사업시 총량 규제 면제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다시 대한민국!, 울산과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주제로 열린 울산지역 민생토론회에서 그간 그린벨트 해제의 장애물로 작용해왔던 획일적인 기준을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안은 울산을 비롯해 비수도권 지역, 이른바 지방으로 불리는 지역에서 전략사업을 추진할 경우 그린벨트를 관련 규제를 적극적으로 풀어주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개발제한구역법에 의해 그린벨트는 수도권은 30만㎡, 비수도권은 100만㎡까지만 정량적으로 해제할 수 있다. 이 가운데 비수도권에서 '전략사업'을 추진할 경우에는 면적 제약에 구애받지 않고 해제를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그린벨트의 64%는 비수도권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지역 전략사업을 잘 설계하기만 한다면 산술적으로는 전체 그린벨트의 절반 이상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
그린벨트가 위치한 지역의 지자체장들은 지속적으로 총량 제외를 비롯한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해 온 만큼 적극적으로 사업 발굴에 임할 전망이다.
특히 정부 또한 전략사업 여부를 일정한 기준이 아닌, 지역별 특성에 맞게 유연하게 판단하기로 해 규제 완화에 속도가 더해질 전망이다.
그린벨트 보루격 환경등급 제도도 개편
정부는 그린벨트 관련 대표적인 규제인 환경평가 상위 등급지에 대해서도 완화의 문을 열었다.
정부는 그간 환경적으로 보전가치가 높아서 환경평가등급에서 1등급이나 2등급을 받은 지역은 그린벨트 해제를 원천 불허해왔다.
전국 그린벨트 면적 중 1·2등급지 비중은 79.6%로 사실상 환경평가 상위 등급지 여부가 그린벨트 유지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혀왔는데, 이같은 원칙도 예외화하기로 한 것이다.
환경가치 보전을 위해 이들 지역의 그린벨트를 해제하면 같은 면적의 대체 부지를 신규 그린벨트로 지정해야 하지만, 사업효과가 큰 지역의 전략적인 개발이 가능해 진다는 점은 지자체가 반길만한 정책이다.
환경평가 등급을 아예 바꾸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지금은 경사도, 수질, 식물상, 표고 등 6개 지표 중 단 1개만 1등급 내지는 2등급을 받아도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없다.
이를 지역별 환경 특성에 맞춰 완화하거나, 인프라가 우수해 개발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는 지역에는 기준 자체를 조정하는 식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방식이다.
이를 지역별 환경 특성에 맞춰 완화하거나, 인프라가 우수해 개발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는 지역에는 기준 자체를 조정하는 식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방식이다.
윤 대통령은 "철도역이나 기존 시가지 주변 등 인프라가 우수한 땅은 보존등급이 아무리 높더라도 더 쉽게 경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기준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끊이지 않는 '총선용' 논란…정부 "총선과 무관"
다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규제 완화가 총선을 50일 앞둔 시점에 발표된 만큼 표심 잡기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번 정책이 발표된 울산과 주요 규제완화 지역인 영남지역은 여권의 우세지역으로 분류된다.
비수도권 그린벨트 비중은 부산·울산·경남이 25.8%로 가장 넓고, 대구·경북이 13.6%로 2번째로 넓다. 전체의 10분의 4 가량이 영남인 셈이다.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국한된 지역에 개별사안으로 해제 이슈가 제기된 게 아니라 광범위하게 비수도권을 대상으로 한 이번 정책발표는 당연히 총선전략"이라고 말했다.
환경적으로 볼 때도 보호지역을 늘리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와 반대되는 움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엔 생물다양성협약은 2030년까지 각국이 국토의 30%를 보호구역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안산·의정부·김포·하남 등 수도권 지자체조차 경기도가 부여한 해제가능총량을 수년이나 소화하지 못해 물량 대부분을 회수당한 사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실효성 마저 낮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정부는 이번 지방 그린벨트 규제 완화가 그간 지속적으로 준비돼온 정책일 뿐 선거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