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병원 100곳서 전공의 8816명 사직"…6천여 명에 업무개시명령

정부, '헌법상 직업선택 자유 침해' 의협 주장에 "생명권은 기본권 중의 기본권"
"집단행동으로는 어떤 국민의 공감·지지도 못 받아"…대전협에 거듭 대화 제안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며 파업에 돌입한 첫날인 20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대하며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가 9천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60% 이상이 실제로 근무지를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집단사직 자체를 금지한 정부 방침 상 병원 측에서 수리한 사표는 없다. 정부는 지금까지 현장점검을 통해 '결근'이 확인된 전공의 누적 6천여 명에게 업무개시를 명했다.
 
21일 보건복지부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전체 전공의(1만 3천여 명)의 71.2%인 8816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전체 수련병원에 내려진 집단사직서 수리금지 명령에 따라, 사직서가 수리된 병원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직서 제출자 중 병원에 출근하지 않은 전공의는 약 63.1%인 7813명으로 집계됐다.
 
중수본은 전공의 수가 많은 상위 50개 병원에 대해서는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나머지 50곳은 각 병원이 제출한 자료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사직 현황을 취합했다고 설명했다.
 
실사를 통해 근무지 이탈이 추가로 확인된 전공의 5397명에게는 업무개시명령이 발령됐다. 기존에 해당 문자 또는 문서를 송달받은 전공의(715명)를 합치면 누적 6112명이 병원에 복귀하라는 명령을 받은 상태다.
 
전날 오후 6시 기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새롭게 접수된 피해사례는 총 58건이다.
 
신고·지원센터가 처음 가동된 19일과 마찬가지로 '일방적인 진료예약 취소', '무기한 수술 연기' 등이 주를 이룬 것으로 파악됐다. 신고자 측이 수술 취소로 인해 발생한 손해 보상을 원한다며 법률서비스 지원을 요청해 법률구조공단으로 연계된 사례도 있었다.
 
정부는 국민의 피해사례를 신속하게 접수·검토해 '치료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 박종민 기자

이날 의사 집단행동 관련 정례브리핑에 나선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중수본 부본부장)은 사직한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를 명령한 정부 조치가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박 2차관은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면서 병원이 대비할 시간적 여유조차 주지 않고, 일시에 집단적으로 사직하는 게 과연 헌법상의 기본권인가"라며 "자신들의 권리를 환자의 생명보다 우위에 두는 의사단체의 인식에 장탄식의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공의의 기본권 주장이 국민의 본질적 기본권인 생명권보다 우선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앞서 헌법재판소가 인간의 생명권을 헌법에 규정된 모든 기본권의 전제인,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라 판시한 바 있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또 헌법 규정상 "모든 자유와 권리는 공공복리를 위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2차관은 "의료인의 기본 소명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것으로서, 이를 위협하는 어떠한 집단행동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단체는 지금이라도 '사직서 제출은 의사의 기본권 행사'라는 입장을 철회하고, 의료인에게 부여된 책무를 무겁게 생각해주시길 바란다"며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봐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전공의 집단행동이 본격화되자, 정부는 공공의료기관 진료 확대 등을 통해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제공

수도권 5대 대형병원('빅5') 포함 대다수 전공의의 '사직 디데이(D-day)'였던 전날,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긴급 대의원 총회 후 '의대정원 2천 명 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백지화'를 주장한 데 대해선 "여전히 사실관계의 인식이 다른 부분이 있고, 정부와의 대화를 통해 해소할 여지가 많다고 본다"고 밝혔다.
 
박 2차관은 "거듭 요청드리지만 환자 곁으로 즉시 복귀하시고 정부와의 대화에 참여하기를 제안한다"며 "지금 복귀하면 아직 처분이 나간 것이 아니므로 모든 것이 정상을 회복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또한 "집단행동으로는 국민으로부터 어떠한 공감도 지지도 얻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한편, 중수본은 이날 오전 국립중앙의료원과 국립암센터, 지방의료원(35곳), 적십자병원(6곳) 등 전국 공공의료기관장과 함께 비상진료체계를 점검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정부는 '공백 없는 비상진료'를 확고히 유지하겠다며, 공공병원들의 적극적 역할을 당부했다. 각 기관이 제출한 비상진료대책을 바탕으로 △24시간 응급의료체계 운영 △중증·응급 등 필수의료 진료 기능 유지 △진료시간 확대 △복지부 및 관계기관과의 바상연락망 운영 등을 지속할 계획이다.
 
박 2차관은 "어제와 오늘은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로 예정된 수술의 취소 등 현장 혼란이 있었으나 정부의 조치 등을 통해 조속히 안정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상급병원이 아니어도 충분히 진료가 가능한 중등증 이하의 질병은 지역의 종합병원 등을 통해 진료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춰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의 본부장을 맡고 있는 조규홍 복지장관이 21일 오전 전국 공공의료기관장과 비상진료체계 점검을 위한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복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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