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부터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서 열린 방송심의소위원회(이하 방송소위) 회의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벌어진 '바이든-날리면' 보도 관련 심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류희림 방심위원장까지 세 명의 여권 위원만 참석했다. 그 결과 MBC는 최고 수위인 과징금 제재로 만장일치 의견이 모아져 차후 열릴 전체회의에서 최종 징계가 결정될 예정이다.
이날 '바이든-날리면' 보도 책임자였던 MBC 관계자는 의견진술을 통해 "(당시 윤 대통령의 발언은) 연설 이후 연속성이 있기 때무네 지극히 사적인 내용의 발언이 아니다. 우리가 '바이든'이라고 특정해 보도한 것이 아니라 순방 기자단 자체에서 발견했으며 그 안에서 검증을 거치고, 각 언론사 부장 및 데스크 검증까지 거쳐서 보도가 됐다"고 전반적인 보도 과정을 짚었다.
이어 "엠바고 해제 전부터 발언의 진위가 무엇인지 대통령실 등에 확인을 요청했지만 구체적인 해명이 없었고, 16시간을 방치하다가 23일 박진 외교부 장관이 해명을 했다. 과학적 분석이 아닌 그것이 가장 큰 의문점이고, 당시 해명은 충실히 보도에 반영을 했다. 보도의 통상적인 과정 안에 있던 일인데 MBC가 모든 사안을 촉발시키고 주도하는 것처럼 인상 지어지는 게 매우 유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음성 분석 결과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 구분이 되지 않아 MBC가 패소한 1심 결과에 대해서도 "확인할 수 없는데 허위라는 것은 결국 '사실'을 전제한 셈이다. 어떤 단어인지 확인할 수 없다는 전제라면 ('바이든' 보도가) 허위라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하루 지난 다음에 나온 구체적 해명을 그 전날 보도에 소급 적용을 하지 않았다고 허위 보도라는데 항소 절차를 진행하면 반드시 바로잡힐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류 위원장은 "객관적 정황에서 공식 외교 석상도 아니고 지극히 사적인 대화였다. 확실하지 않으면 보도하지 않아야 되는 거 아니냐. 대통령도 인간인데 비속어를 할 수 있지만 MBC가 제일 먼저 유튜브 방송에 이 내용을 보도하면서 국익을 저해하고, 외교 참사를 불러왔다"면서 "이 같은 선제 보도로 피해를 당한 대통령실 관계자 입장에서는 대응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라고 했다.
MBC는 곧장 입장을 내고 방송소위의 결정을 비판했다.
MBC는 "역대 최악의 언론검열기관으로 전락한 '류희림 방심위'의 폭주가 제동 불능 상태에 빠졌다. MBC를 겨냥한 과징금 결정은 그 편파성과 정파성에 가히 정점을 찍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한 욕설과 비속어에 대해 148개 언론사가 일제히 보도했다는 점은 재론할 필요조차 없다"며 "당시 모든 언론사의 거듭된 사실 확인 요청을 회피하며 '외교적 부담'을 이유로 보도 자제를 요구하다 16시간 뒤 느닷없이 '날리면'을 꺼내든 대통령실의 억지 해명이 얼마나 구차했는지에 대한 대다수 국민의 심판도 이미 끝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야권 위원이 1명 뿐인 류희림 위원장 체제의 방심위 구성을 두고 "합의제 기관임을 망각한 채 여권 위원 6명에 야권 위원은 1명만 간신히 살려둔 일방적이고 편파적인 구조를 악용하며 보복 제재의 칼을 휘두르고 있는 류희림 방심위는 더 이상 공정성, 객관성을 논할 자격이 없다"며 "대통령의 심기 경호 기관을 자처하며 비판 언론에 '심의 테러'를 일삼는 류희림 방심위의 정치 행위 중단을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징금 제재가 최종 결정된다면 MBC는 향후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MBC는 "방심위는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의결을 보류해왔던 관행조차 깨버렸다. 방심위가 끝내 심의를 고집한다면, MBC는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온 이후에 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다. 합리적 정당성을 갖지 못한 1심 판결을 기다렸다는 듯 제재의 칼을 휘두른 오늘 법정 제재가 확정될 경우 MBC는 헌법적 가치와 상식의 이름으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알렸다.
이밖에 '바이든-날리면' 보도를 한 채널A는 의견제시, KBS, SBS, TV 조선, MBN 등은 권고, JTBC, OBS 등은 주의, YTN은 관계자 징계가 결정됐다.
윤 대통령은 2022년 9월 미국 뉴욕 방문 시 "국회에서 이 ○○(비속어)들이 승인 안 해주○ ○○○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발언했는데 이 모습이 카메라에 담겨 보도됐다. 당시 MBC를 비롯한 국내외 언론은 해당 발언을 '(미국) 국회에서 이 ○○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자막을 달아 내보냈는데, 이후 대통령실은 미국이 아닌 우리 국회를 언급했고, 바이든이 아니라 '안 해주고 날리면은'이라고 해명했다.
윤 대통령 발언의 진위 여부를 두고 논란이 거세지자 외교부는 그 해 12월 MBC를 상대로 정정보도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고 최근 1심에서 승소했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윤 대통령이 발언한 시각, 장소, 배경, 전후 맥락, 박진 외교부 장관의 진술 등을 고려할 때, 윤 대통령이 미국 의회와 바이든을 향해 비속어를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MBC는 이에 불복해 항소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