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날짜만 기다렸는데…" 강원서도 '의료 공백' 현실화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며 파업에 돌입한 첫날인 20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응급실 병상 포화 안내문 앞으로 의료진이 지나가고 있다. 박종민 기자

"수술 날짜만 기다려 왔는데…"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전공의들이 파업에 나선 가운데 강원지역 전공의들도 사직서를 제출하며 동참하고 있어 우려했던 의료 공백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강원도 속초에 거주하고 있는 A(70대)씨는 무릎이 좋지 않아 지난 1월 강원도의 한 종합병원을 찾았다. 당시 외래 진료를 받은 A씨는 불편한 다리를 치료하기 위해 1개월 이상을 기다리며 오는 21일 무릎인공관절 수술을 받기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수술 날짜를 하루 앞둔 20일 전공의들의 파업 사태에 직면하자 A씨는 수술 일정이 파업 종료 후로 잠정 연기됐다는 병원 측의 연락을 받았다.

이날 춘천 지역 맘카페에도 "강원지역 병원 파업으로 서울 병원까지 온 사람으로서 화가 난다. 본의 아니게 아픈 게 문제다", "전공의들 없이 교수님들로만 병원이 돌아가는 탓에 응급수술을 받아주지 않았다", "전공의 파업으로 제왕절개 등 수술이 미뤄진 분 계시는지. 부디 별일 없이 파업이 끝나길 바란다" 등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지역 의료계 등에 따르면 강원도에서도 200명이 넘는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주에 있는 연세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의 경우 151명(인턴 42명·레지던트 109명) 중 97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중 인턴 42명과 레지던트 14명이 이날 진료 업무에 나오지 않은 것으로 원주시 보건소는 파악하고 있다. 보건 당국은 레지던트 14명에 대해서는 업무 개시 명령을 내렸다.

연합뉴스
한림대 춘천성심병원은 전공의 50명 중 인턴 11명, 전공의 38명 등 총 49명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일부가 업무에서 이탈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강원대병원도 전공의 101명 중 전날까지 64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데 이어 일부 전공의가 추가로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구체적인 인원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영동지역 유일의 상급종합병원인 강릉아산병원에서도 이날까지 총 33명의 전공의 중 23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병원 측은 환자들의 피해가 없도록 근무 일정 등을 조정할 계획이다. 또한 권역응급의료센터 역할과 정부의 응급의료체계 유지에 따라 중증 응급환자 중심으로 진료를 실시하고, 경증 환자의 경우 전원을 권유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각 병원들도 의료 공백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치료가 시급한 환자들을 중심으로 의료 시스템을 전환하는 등 비상 진료체계에 나서고 있다.

강원도 보건당국 관계자는 "지역에 있는 공공의료기관, 응급의료기관들과 협조 체계를 구축해 비상진료체계 운영에 나서는 등 환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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