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0일 의대 증원에 반발한 의료계가 집단 행동에 나선 것에 대해 "의료 현장의 주역인 전공의와 미래 의료의 주역인 의대생들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제9회 국무회의에서 "의대 증원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이 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은 국가안보, 치안과 함께 국가가 존립하는 이유이자,
정부에게 주어진 가장 기본적인 헌법적 책무"라며 "그러한 차원에서 국가는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사는 군인, 경찰과 같은 공무원 신분이 아니더라도, 집단적인 진료 거부를 해서는 절대 안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전공의 집단 사직서 제출 등 집단 행동을 두고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그동안 정부는 28차례나 의사단체를 만나 대화하며 의료개혁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또 의사 사법리스크 감축, 지역필수의료 보상체계 강화 등 지원책도 제시했다고 했다.
이어 "의료개혁의 필요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며 2022년 7월 대형 병원 간호사가 병원에서 쓰러졌지만 수술을 받지 못하고 사망한 사건, 비급여 진료에 의료인력이 유출돼 대거 필수의료에 공백이 생긴 현실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의료개혁이 시급한데도 역대 어떤 정부도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30년 가까이 지났다"며 "정부는 지난 27년 동안 의대 정원을 단 1명도 늘리지 못했다. 오히려 2006년부터는 의대 정원이 줄어서 누적 합계 7천여 명의 의사를 배출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역대 정부의 의사 증원 실패를 더 이상 허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일각에서는 2천 명 증원이 과도하다고 주장하며 허황된 음모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30년 가까이 해묵은 문제를 해결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기에는 이 숫자도 턱없이 부족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의사 2천 명 증원은 '최소한의 확충 규모'라며 "내년부터 의대 정원을 증원을 해도 2031년에나 의대 첫 졸업생이 나올 수 있고 전문의를 배출해서 필수의료체계 보강 효과를 보려면 최소한 10년이 걸리며 2035년에야 비로소 2천 명의 필수의료 담당 의사 증원이 실현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의대 증원으로 의학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과 우려도 맞지 않다. 40년 동안 의료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한 데 반해, 의대 정원은 절반으로 줄었다"며 서울대 의대 정원이 40여년 전보다 오히려 축소된 점, 지역 국립 의대 등도 마찬가지 상황이라는 점도 사례로 들었다.
이어 "정원이 더 많았던 그때 교육받은 의사들의 역량이 조금도 부족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이분들이 뛰어난 역량으로 대한민국 의료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려놓았다. 의학교육에 있어 더 필요한 부분에 정부는 어떠한 투자와 지원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또 "더욱이 의대 증원은 지역완결적 필수의료체계를 완성하는 핵심 요소"라며 "정부는 국민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 추진에 온 힘을 쏟을 것이다. 암수술, 중증진료에 뛰어난 역량을 가진 지역 병원들의 성과를 널리 알려 '묻지마 서울 쏠림 현상'도 시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환자와 국민들이 지역에서 마주하는 의료서비스의 현실은 너무나 실망스럽고 어떻게 보면 비참하기 짝이 없다"며 "의료인 여러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의료개혁에 동참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다.
尹 "각 부처, 저출산위와 대책 밀도 있게 논의…신속 추진"
윤 대통령은 조만간 발표되는 2023년 합계출산율과 관련 "우리의 저출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다시 한번 숫자로 확인하게 될 것"이라며 "저출산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즉효 대책이 없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저출산의 근본 원인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기존에 추진했던 수많은 정책들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펴서 저출산 정책을 재구조화해야 한다"며 "확실하게 피부에 와닿는 대책이 아니라면 어떠한 정책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불필요한 과잉 경쟁을 완화하는 노동, 교육 등 구조 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며 "출산과 양육에 직접 도움이 되는 정책들을 발굴해서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의 대책이 더 큰 효과로 이루어지려면 기업의 동참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최근 파격적인 규모의 출산 장려금 등을 비롯해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한 기업 차원의 노력이 확산되고 있어 정말 반갑고 고맙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도 보고만 있지 않겠다"며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지원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새로 위촉하고 체제를 정비했다. 비상한 각오를 갖고 저출산 대응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며 저출산고령위 부위원장을 비상근직에서 상근직으로 바꾸는 등 직급과 예우를 상향하고, 국무회의에도 참석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어 "각 부처는 저출산고령위와 함께 저출산 대책을 밀도 있게 논의하고 논의된 정책을 신속하게
추진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연초부터 진행하고 있는 민생토론회와 관련해선 "올 한 해 계속, 이러한 방식의 민생토론회를 통해 부처 간 벽을 허물고 손에 잡히는 민생 과제를 중심으로 부처 보고와 토의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며 "국민의 어려움을 가까이서 들을 수 있다면 어디든지 직접 제가 찾아가겠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봄철 미세먼지에 대해서 "미세먼지에 취약한 어린이와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곳과 많은 사람이 몰리는 실내 미세먼지 관리를 특히 철저히 준비해주시기 바란다"며 "매년 반복되는 국민들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릴 수 있도록, 환경부와 관계부처는 총력을 다해 대응해 주길 바란다"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