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 없는 '용핵관' 공천 성적표…'TK 물갈이' 숙제 풀어야

'현역 컷오프' 결정 대신 '경선'…탈당 방지에 최선
김기현·주호영도 경선 못 피해가
'용핵관'도 경선 행렬…박성훈·권오현 '탈락'
지역구 재배치한 PK…여진 계속

입장하는 국민의힘 공관위원장. 연합뉴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가 19일 교통정리를 하지 못한 서울 중·성동을 등 주요 지역구들에 대해 경선을 치르기로 했다. 현역의원 컷오프(공천 배제)는 매듭 짓지 못한 반면, 박성훈 전 해양수산부 차관 등 일부 '용핵관'에 대해선 공천에서 배제했다.

국민의힘은 이날까지 신청자가 있는 242개 지역구 중 99개는 단수추천, 4개는 우선추천, 61개는 경선을 각각 결정했다. 별다른 잡음 없이 공천 반환점을 돌았지만, "이제부터가 진짜 공천"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반발이 예상되는 지역구 상당수는 경선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지역구 재배치가 이뤄진 곳에서는 일부 반발도 터져나오고 있는 상태다.

'용핵관' 특혜 없다? 양지 공천은 주진우 '1명뿐'

공천의 뇌관이 될 것이라던 '용핵관'은 별다른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전날 공관위 발표로 박성훈 전 해수부 차관(전 대통령실 국정기획 비서관)과 권오현 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경선도 치르지 못한 채 낙천됐다. 권 전 행정관은 한 비대위원장이 '86 운동권 심판 저격수'로 직접 지목한 윤희숙 전 의원에게 밀렸다.

현재까지 단수추천을 통해 공천권을 따낸 대통령실 출신은 주진우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부산 해운대갑), 전희경 전 대통령정무1비서관(경기 의정부갑), 이승환 전 대통령실 행정관(서울 중랑을), 장성민 전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경기 안산상록갑) 등 총 4명으로 확실한 양지 공천을 받은 케이스는 주 전 비서관 뿐이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용핵관'이 아직까지 딱히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자 '밀실 공천'에 휩싸인 민주당과 대비되는 효과까지 누리고 있다며 고무된 분위기다. 공천 잡음에 따른 당 지지도도 여야가 엇갈리자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지난 총선과 달리 계파 갈등이 두드러지지 않은 덕분"이라고 자평했다.

용핵관들의 경선행은 양지인 대구·경북(TK)과 험지인 수도권을 가리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김은혜 전 홍보수석은 성남분당을에서 김민수 전 당협위원장과 경선으로 공천권을 다툰다. 전지현 전 대통령실 행정관도 경기 구리에서 나태근 전 당협위원장과 경선을 치른다. 이밖에 김기흥(인천 연수을)·김보현(김포갑)·신진영(천안병)도 경선을 피하지 못했다.

대구 서구에서는 김상훈 의원과 성은경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김천시에서는 송언석 의원과 김오진 전 국토부 1차관이 본선행 티켓을 놓고 겨룬다.

다만 서울 강남을에 공천을 신청했던 박진 전 외교부장관과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에 대한 공천 여부를 놓고 공관위는 막판까지 고심하고 있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박 전 장관과 이 전 비서관에 대해 "수도권 이외 지역으로 검토하고 있는 사항은 없다"며 험지 공천을 시사했다. 박 전 장관은 서울 강북 지역에, 이 전 비서관은 경기 용인갑에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데, '험지 같은 준(準) 양지'라는 일각의 시선도 있다. 강남권과 같은 양지 중 양지는 아니지만 승률이 높은 격전지로 보내겠다는 의도로, '용핵관만 챙긴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면피성 재배치라는 시각이다.

고난도 지역 교통정리 손 못 대…컷오프도 지지부진

연합뉴스

공관위는 이날 현역의원 컷오프도 논의했지만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지금까지 컷오프가 결정된 현역 의원은 최영희·서정숙 의원 2명 뿐으로 둘 다 비례대표 의원이다.

국민의힘 컷오프는 당선 가능성을 기준으로 분류된 1권역~4권역으로 나뉘어 단행된다. 1권역은  '강남 3구를 제외한 서울·인천·경기·전북', 2권역은 '대전·충북·충남', 3권역은 '서울 송파·강원·PK(부산·울산·경남)', 4권역은 '서울 강남·서초·TK(대구·경북)'다. 1·2권역에서는 각각 1명씩, 3권역에서는 3명이, 4권역에서는 2명이 각각 컷오프돼 최소 현역의원 7명은 공천에서 배제된다.  

정영환 공관위원장은 이날 오전 TK 재배치를 특히 강조하면서 "그쪽에 생각할 데가 지금 몇 군데 있다. 조만간 될 것 같다"고 말했지만, 정작 현역의원 컷오프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이다. TK 현역 25명 중 본선행 티켓을 거머쥔 의원은 윤재옥 원내대표(대구 달서을)와 추경호 전 경제부총리(대구 달성), 이만희(경북 영천·청도), 정희용(경북 고령·성주·칠곡) 뿐이다.

TK는 국민의힘 내 양지 중 양지로, 대통령실 출신 등 '용핵관'과 현역의원이 유독 많이 겨루고 있는 곳이다. 대구 북구갑(양금희·현역vs전광삼), 대구 서구(김상훈·현역vs성은경), 구미시갑(구자근·현역vs김찬영), 구미시을(김영식·현역vs강명구), 김천시(송언석·현역vs김오진), 영주시영양군(박형수·현역vs임종득), 경산시(윤두현·현역vs조지연) 등 6곳으로, 대구 서구와 김천시는 경선이 확정됐다.

또 5선의 주호영 의원(수성갑)을 필두로, 임병헌 의원(중·남), 김승수 의원(북을), 김용판 의원(달서병, 이상 대구), 김정재 의원(포항북), 김병욱 의원(포항남), 김석기 의원(경주), 구자근 의원(구미갑), 임이자 의원(상주·문경, 이상 경북)도 경선을 치러야 한다.

공관위가 갈등의 빌미가 될 수 있는 전략공천과 단수추천을 최소화 하고 모두 경선을 치르게 하려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김기현 전 대표도 울산 남을에서 박맹우 전 울산시장과, 이철규 의원(강원 동해·태백)은 장승호 국민의힘 중앙위원회 건설분과 부위원장과 맞붙는다. 정 공관위원장은 "이철규 의원은 단수 추천 요건이 되지만 본인의 의견대로 경선을 치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관위가 여론의 이목을 끌 규모의 '물갈이'를 원하면서도 이미 이뤄진 전략공천을 놓고 반발이 터져나온 것을 의식해, 컷오프를 쉽게 결정하지 못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당 지도부의 요청으로 지역구를 옮긴 조해진 의원(경남 밀양→김해을)을 놓고 지역 내에서 반발이 가라앉지 않고 일부 후보의 무소속 출마가 가시화되고 있다. 단수공천을 받은 강민국 의원(경남 진주을) 역시 반발에 직면했다.

공천 부적격 판정을 받은 김성태 전 의원(서울 강서을) 역시 불복 과정에서 '삼청교육대 논란'에 다시 불을 지피기도 했다. 강서을 공천 경쟁자인 박대수 의원의 배후에 "삼청교육대 출신 핵관(핵심관계자)가 있다"며 친윤계 박성민 의원을 직격한 것이다.

서울·경기 등 격전지에 대해서도 결국 지역구 재배치를 하지 못한 채 경선으로 후보를 가려내기로 했다. 경선 과정에서 지역구 내 조직이 분열되면 TK와 달리 본선 승패 여부와 직결되기 때문에 공관위로서도 최대한 교통 정리를 시도하고 있지만, 성사된 지역구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이혜훈 전 의원, 하태경 의원, 이영 전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등이 몰려 있는 서울 중·성동을이 대표적이다. 세 후보 모두 공관위의 지역구 재배치를 받아들이지 않아 경선이 확정됐다. 국민의힘은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서울 지역구 과반 이상을 확보하겠다는 각오지만, 전날까지 24곳에 대해서만 후보를 확정했다.

한편 국민의힘 공관위는 21일부터 24일까지 나흘간 1차 경선에 돌입한 뒤 25일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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