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을 50여일 앞둔 공천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천' 논란이 제기되며 민주당이 연일 잡음에 시달리고 있다. 공천을 둘러싸고 중진 의원의 탈당과 공개적인 반발이 이어지며 당 내홍이 극단에 치닫고 있다.
현역 하위 20% 통보에 '현역 빠진' 여조까지…당 '술렁'
국회 부의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김영주 의원(4선·서울 영등포갑)은 19일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통보를 받은 데에 불복한다며 전격 탈당을 선언했다. 김 의원은 긴급 기자회견에서 "모멸감을 느낀다"며 "대체 어떤 근거로 하위 평가가 됐는지 정량평가, 정성평가 점수를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고 반발했다.그는 "(친명도 아니고 반명도 아닌) 저를 반명(反이재명)으로 낙인 찍었고, 이번 공천에서 떨어뜨리기 위한 명분으로 평가점수가 만들어졌다고 판단한다"며 "저에 대한 하위 20% 통보는 민주당이 이 대표의 사당(私黨)으로 전락했다고 볼 수 있는 가장 적나라하고 상징적인 사례가 됐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낸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지에 대해선 "그런 요인이 작용했다고 본다"고 답했다.
앞서 당내에선 일부 지역구에서 현역 의원을 제외한 후보 적합도 조사가 실시되며 '비명(非이재명) 찍어내기'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설훈(5선·경기 부천을), 이인영(4선·서울 구로갑), 홍영표(4선·인천 부평을), 송갑석(재선·광주 서구갑) 의원 등의 지역구에선 이들을 제외하고 친명 예비후보자를 넣어 여론조사가 실시됐다.
관련해 홍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정말 이상한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 때문에 당이 굉장히 혼란스러운 것 같다"며 "당에서는 여론조사를 안 했다고 하는데, 일부에서 얘기하듯이 비선 조직에서 한 것인지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도 입장문을 내고 "요 며칠 저의 지역구에서는 여성 후보를 내세운 정체불명의 여론조사 2건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 상황을 주도한 사람들만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이 아니다. 무기력하게 받아들이는 자, 비겁하게 방관하는 자 모두 역사의 죄인이다"라고 밝혔다.
당 지도부는 해당 여론조사가 당 차원에서 진행된 것인지 확인되지 않는다며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일부 여론조사를 실시한 업체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여론조사 기관은 조사만 해줄 뿐 관련 질문은 당에서 지정해준다"며 당의 공식 의뢰가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재판리스크'도 공천 갈등 한 축…황운하 불출마 연기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인 의원들에 대한 불출마 압박도 여전히 공천 갈등의 한 축이다. 뇌물 수수 비리 의혹으로 재판 중인 노웅래 의원(4선·서울 마포갑)은 이 대표와 측근들이 밀실에서 현역 의원 컷오프에 대해 논의했다는 점에 대해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에게 직접 전화해 항의했다.
울산 하명수사 건으로 2심 재판 중인 황운하 의원(초선·대전 중구)은 재판 부담을 이유로 이날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하려다가 일부 의원들의 만류로 2시간여 만에 입장을 바꿔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그는 "주변 의원들의 만류가 심해서 내일(20일)까지 더 생각해 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노 의원을 비롯해 라임 금품수수 의혹으로 재판 중인 기동민 의원과 비례 이수진 의원,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연루 의원 등 사법 리스크가 있는 의원이 많은 상황에서 홀로 불출마를 선언할 수 없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현역 하위 20% 개별통보 등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나오자 당 지도부는 공천 심사에 대해 '철저히 비공개, 독립적으로 이뤄졌다'며 애써 논란을 잠재우려는 모양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19일 고위전략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철저히 비공개와 독립적 운영으로 평가작업이 진행돼왔다. 평가 기준은 20대 국회 때와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됐다"라며 "평가하는 절차 과정 그 자체가 비공개고 독립적으로 이뤄졌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