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이어 이정후(25·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마음도 빼앗는 중인 걸까.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 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사령탑 밥 멜빈 감독의 입에서 이정후를 향한 칭찬이 아낌없이 나오고 있다. 'MLB 대표 덕장'이라 불릴 정도로 선수들에게 온화함을 베풀어 존경심을 끌어내는 멜빈 감독의 지도 스타일이 빅 리그 데뷔 시즌을 앞둔 이정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큰 기대가 모이고 있다.
'덕장' 멜빈 감독에게서 쉴 새 없이 나오는 '이정후 칭찬'
멜빈 감독은 19일 'APTN' 등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이정후의 빠른 환경 적응력에 미소를 지었다. "이정후는 매일 얼굴에 미소를 띠고, 새로운 환경에서 편안해 보인다"는 것이다. 이어 "인상적인 장면이며 우리 클럽 하우스의 많은 사람과도 관련이 있다"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보였다.
앞선 지난 15일에도 멜빈 감독은 "그를 둘러싼 분위기가 매우 뜨겁다"며 "이정후는 선수단과 농담도 잘한다. 일반적으로 적응 기간이 필요하지만 이정후는 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성격"이라고 적응력에 큰 점수를 부여한 바 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는 모든 것이 훌륭하다"고 극찬했다.
개막전과 관련된 직접적인 언급도 있었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가 만약 개막전에 리드 오프로 배치되지 않는다면 나는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상을 당하지 않는 한 개막전에 나간다"며 개막전 선발 출전을 공표했다.
팀 합류 이후 이정후를 향한 멜빈 감독의 덕담은 지속돼왔다. 지난해 이정후가 팀과 계약을 맺은 지 약 일주일이 지났을 뿐인 12월 22일, 멜빈 감독은 현지 매체 '디 애슬레틱'의 팟캐스트 'TK 쇼'에 출연했다. 이 자리에서 멜빈 감독은 이정후의 리드 오프 기용 계획에 대한 질문에 "지금으로서는 안 될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시점에서 이정후가 리드 오프로 나서는 것이 그를 편안하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리드 오프 역할은) 이정후가 전에도 해왔던 것이다. 지금 현재로서는 확실하게 그렇게 할 생각"이라고 단언했다.
김하성 '최고 수비수'로 길러낸 멜빈 감독…이정후와 케미는?
첫 빅 리그 경험에도 주눅 들지 않고 성실히 적응해 나가고 있는 이정후와 '덕장' 멜빈 감독의 지도 스타일은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 '김하성'이라는 전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멜빈 감독은 국내 MLB 팬들에게 매우 친숙한 감독이다. 지난 시즌까지 김하성이 소속된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지휘봉을 잡았던 감독이기 때문이다. 멜빈 감독은 부임 기간 김하성에게 큰 믿음을 줬다. 유격수뿐만 아니라 2루수, 3루수로도 골고루 기용했고 이는 김하성의 내셔널 리그(NL) 유틸리티 부문 골드 글러브 수상까지 이어졌다.
김하성에 따르면 골드 글러브 확정 이후 가장 기억에 남는 축하 인사를 남긴 사람은 바로 멜빈 감독이었다. 멜빈 감독은 김하성에게 "만나본 선수 중 손에 꼽힐 만한 선수"라고 극찬했다고 한다. 또 "같이 야구를 해서 좋았다"고도 말했다.
멜빈 감독은 작년 시즌 내내 김하성을 향해 "최고의 수비수", "어느 포지션에서도 역할을 해내는 선수", "올스타 직전의 선수"라고 언급해 왔다. 특히 "경기에 눈을 떼지 않고 타구와 관계없이 1루를 향해 달린다"며 김하성의 성실함을 강조했다.
팀에 합류한 기간이 길진 않아도 이정후 역시 성실함으로 멜빈 감독의 눈에 든 모양새다. 멜빈 감독은 지난 4일 "화상 대화 중 이정후가 '이제 운동 해야 한다'고 해서 대화를 마쳤다"며 "이정후가 김하성 같은 선수라면 그런 부류의 선수들은 바로 훈련에 나설 상태를 만들어온다"고 언급했다.
"좋은 감독님…야구만 잘해라" 김하성의 조언
이렇듯 멜빈 감독의 최장점은 선수와 돈독한 유대감을 형성해 제자들의 신뢰를 얻는 능력이다. 멜빈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내 지도자 이력 초반을 돌아보면, 어느 나라에서 온 선수든 코치진은 그들이 편안함을 느끼도록 더 신경을 썼다"고 되짚었다.
이어 "주택, 저녁 식사, 음식 문제 등 외국인 선수들을 도울 좋은 사람들이 클럽 하우스에 많이 있다"며 "선수들에게 맞춰 그런 것들을 조정할 수 있다"고 했다. 멜빈 감독은 "요즘에는 외국인 선수의 통역과 함께 그들이 팀에서 편안하게 행동할 수 있게 바른 방향으로 잘 이끌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와 계약을 마친 뒤 가장 먼저 김하성과 연락했다고 했다. 이정후에 따르면 당시 김하성은 "이제 좋은 감독님 밑에서 야구를 하게 됐으니까 잘 됐다"며 "좋은 감독님 밑에서 이제 야구만 잘하면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