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때 여행" "용기아냐"…전공의 집단사직 두고 갑론을박[노컷투표]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에 반발해 전북대정원 전공의 189명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병원에 알린 19일 오후, 전북대병원 앞에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이날 전북대병원 전공의들은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를 중단하겠다고 병원에 렸다. 이에 병원은 '진료 차질과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니 양해 부탁드린다'며 '의료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안내문을 부착했다. 연합뉴스


전국적으로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의 집단 사직이 이어지자 국민들 사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당장 병원 진료가 시급한 환자와 보호자들은 20일로 예정된 '서울 빅5 병원' 전공의들의 근무 중단이 매우 불안한 상황이다.

19일 전공의 단체의 대표격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의 박단 회장(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관 전공의)은 페이스북을 통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주취자와 폭언, 폭행이 난무했던 응급실에서 일하는 것도 이제 끝"이라며 "애초에 응급실은 문제가 많았고 동료들이 언제든 병원을 박차고 나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현장 따윈 무시한 엉망진창인 정책 덕분에 소아응급의학과 세부 전문의의 꿈, 미련 없이 접을 수 있게 됐다. 저는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덧붙였다.

해당 글을 접한 경기도 안산지역 개원의 A씨는 "수고 많으셨다. 나중에 시간 지나보면 저 사악한 무리들 덕분에(?) 인생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되실 것"이라며 "그동안 너무 고생하셨으니 머리도 식힐 겸 해외여행이라도 다녀오시고, 이후 인생은 차분히 설계해보시면 좋을 것 같다"고 댓글로 조언했다.

이달 퇴직한다는 충남 지역 대학 의사 출신 B교수는 "인생 별 거 없다. 고생했고 이럴 때 남미여행하는 것이다. 남미여행 추천드린다"며 "개업하거나 봉직의(페이닥터) 하면 평생 못 가보니 훌훌 털고 이과수 폭포 앞에 서 있는 멋진 모습 (보여달라)"고 썼다.

그는 "저 같이 전공 세 번 바꾼 의사도 있는데 뭘 (그러나). 직환(직업환경의학) 때려치고 대학 가니 너무 행복했다. 나중엔 일반학부 맡아달라 해서 의료IT공학과로 (왔다)"며 "지금은 일반 직장 다니다 때려치고 남미여행 오는 30대 직장인처럼 빨리 무작정 떠나시길"이라고 덧붙였다.

박단 회장 페이스북 캡처

반면 호스피스 입원을 앞둔 환자단체 대표의 반응도 눈에 띄었다. 전공의들의 사직을 반대하는 한국폐암환우회 이건주 회장은 박 회장의 글에 "포기하는 게 용기가 아니다. 젊은 지성들이 견디고 가꿔가야 한다. 현실 도피의 안일한 방법은 약한 자의 자기 합리화"라고 댓글을 남겼다.

그는 이날 유튜브 방송에서 의사들을 향해 "최고의 지성과 명예를 갖춘 집단으로서 부족한 사회에 대한 관용도 보여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2016년 폐암 4기 판정을 받고 지금까지 124번의 항암 치료를 받았다. 작년 11월에 '이제는 더 이상 쓸 수 있는 약이 없다'는 말을 듣고 치료 중단했다. 앞으로 3개월 정도 생이 남았다는 진단을 받고 호스피스 입원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정부와 대한의사협회 모두에게 양보를 당부하며 즉각 협상을 재개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를 향해선 "국민도 의사들의 부족은 실감하고 있지만 교육은 100년 대계라고 한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충분한 준비가 돼 있다고 하나, 의대 입학 정원의 절반이 넘는 숫자를 갑자기 증원한다고 하면 대학 입장에서는 어떻게 의대 교육이 완전해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고, 의사단체에겐 "환자들은 지금도 치료 환경의 개선과 의사들의 배려를 기다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폐암 환우 TV' 유튜브 캡처

한편 대전협은 서울대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서울 빅5 병원' 전공의 전원이 이날까지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부터 병원을 떠날 것이라고 예고했다.

박 회장이 소속된 세브란스병원의 전공의들은 하루 일찍 업무를 중단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이날 이미 전공의의 총파업을 가정한 채 내부에서 수술 건수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등 스케줄 조정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다.

전공의들의 사직서가 수리된 곳은 아직 없지만, 대전협과 '빅5'의 집단행동 방침에 따라 전국에서 사직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정부는 젊은 의사들이 집단행동 전면에 나서서 위기로 내몰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전국 수련병원 221곳을 대상으로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특히 정부는 한덕수 총리의 '집단행동 중단 촉구' 담화를 '겁박'으로 규정한 대한의사협회를 향해 "국민생명을 협박하는 반인도적 발언"이라고 비판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투표 참여는 노컷뉴스 홈페이지에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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