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어린이집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원장이 저와 면담을 하며 갑자기 계약해지를 통보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바닥 좁은 것 알지 않냐?"라는 협박 발언을 하며 퇴사를 종용했습니다.
#사례2. 회사에서 제게 자진 퇴사를 강요했습니다. 권고사직으로라도 해달라고 했지만 그마저 거절하며 권고사직 처리를 하면 앞으로 제게 꼬리표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일전에 사직한 사람이 이직할 회사에서 연락을 받았는데 그 사람은 불합격됐고 앞으로도 이 바닥에 못 들어올 거라고도 했습니다. 면접을 보면 사장 귀에 들어갈 것이라는 말, 이 바닥이 좁으니 조심하라는 말은 제게는 취업을 방해하겠다는 말로 들렸습니다.
쿠팡이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명단에 기재된 사람들이 취업하지 못하도록 불이익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전국 곳곳의 사업장에서 이러한 '취업제한'이 여전히 횡행한다는 성토가 터져 나왔다.
사단법인 직장갑질119는 18일 "사용자들이 터무니없는 기준으로 블랙리스트에 노동자들의 이름을 올려 생존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단체에 접수된 '취업제한' 상담 사례들을 공개했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사용자나 상사가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거나 퇴사한 노동자가 이직한 회사에 직접 연락해 취업을 방해하겠다고 협박하는 사례가 대표적인 '취업 방해' 사례다.
이를테면 2000년대 초반 현대자동차의 한 대리점에서 일했던 영업사원 A씨는 다른 직원들과 함께 상사에게 폭언과 근무 인증샷을 강요하지 말라고 건의했다가 대리점에서 쫓겨났다. 이후 '현대자동차 대리접 협회 규정'에 따라 1년간 취업이 제한됐지만, 현재까지도 '블랙리스트에 걸려 있어 입사가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듣고 있다.
회사에 재직하던 중 고용노동부에 임금체불 진정을 했던 B씨는 사용자 C씨로부터 "이 업종에서 일하지 못하게 소문을 내겠다"라는 협박을 받았다. 실제로 C씨는 B씨가 이직한 회사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D를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D씨는 "무섭고 두려워서 일이 손에 안 잡힌다"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노동자들에게 불이익을 준 사용자는 현행법으로 처벌될 수 있다. 근로기준법은 누구든지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 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사용하거나 통신을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이 규정을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될 수 있다.
하지만 노동부가 이미 다른 업체에 채용된 노동자를 해고하라고 종용하는 행위를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지 않는 것으로 행정해석을 내리고 있어 B씨와 같은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상 취업방해금지 규정으로 보호받지도 못한다.
직장갑질119 권두섭 대표는 "취업방해죄의 행위자가 원래는 '사용자'로만 되어 있다가, 1989년 법개정으로 '누구든지'로 개정됐다. 이젠 취업방해의 피해자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뿐만 아니라, 프리랜서, 특수고용 노동자 등 모든 일하는 노동자로 확대해야 한다"며 "취업 이전인 경우뿐만 아니라, 취업 이후에 취업의 지속을 방해하는 행위도 명시적으로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