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논란이 확산되자 이제서야 선수들을 감싸기 시작했다. 협회의 모순된 행동은 불신만 쌓을 뿐이었다.
지난 14일(한국 시각) 영국 매체 '더 선'의 충격적인 보도가 한국 축구를 발칵 뒤집었다. 매체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기간 한국 축구 대표팀 내 불협화음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주축 선수들은 요르단과 준결승전을 하루 앞둔 저녁 식사 자리에서 다툼을 벌였다. 식사를 일찍 마친 이강인 등 어린 선수들이 탁구를 하려고 자리를 떠났는데, 저녁 식사 자리를 팀 단합의 시간으로 여긴 손흥민이 쓴소리를 하자 충돌이 발생했다.
협회는 곧바로 해당 보도가 사실임을 인정했다. 협회 관계자는 "대회 기간 선수들이 다툼을 벌였다는 보고를 받았다"면서 "일부 선수들과 손흥민의 마찰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손흥민이 손가락을 다쳤다"고 설명했다.
결국 하극상을 벌인 이강인을 향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이강인의 소셜 미디어(SNS)에는 "뉴스가 사실인가요? 캡틴에게 감히? 이강인 다시 봤다", "탁구 선수로 전향하시나요?", "군 면제 받았으니까 대표팀 안해도 돼?"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이강인은 결국 SNS를 통해 사과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저에게 실망하셨을 많은 분들께 사과드립니다"라면서 "앞으로는 형들을 도와서 보다 더 좋은 선수, 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전력강화위원회는 지난 15일 클린스만 감독의 선수단 관리 문제 등을 이유로 정몽규 축구협회장에게 경질을 건의했다. 황보관 협회 기술본부장은 "클린스만 감독은 팀 분위기와 내부 갈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지도자로서 팀의 규율과 제시하는 점에서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말했다.
현재 선수단 내 다툼 과정에 대한 진실 공방도 오가고 있다. 황보 본부장은 "지금은 사태를 파악하는 중이다. 파악이 되면 다시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면서 "펙트는 확인했고, 구체적인 부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단 내 불화를 아시안컵 실패 원인으로 꼽았다. 한국은 선수들의 다툼이 발생하고 다음 날 준결승전에서 요르단에 0대2로 패해 탈락했다. 황보 본부장은 "클린스만 감독은 그것(선수단 내 불화)이 경기력의 영향이 됐다고 설명했다"면서 "핑계를 대는 것보다는 불화 때문에 경기력이 안 좋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력강화위는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 부재를 탈락의 원인으로 꼽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인정하지 않았다. 황보 본부장은 "위원들은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이야기했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발표한 정 회장은 선수단 내 불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한 달이 넘는 대회 기간 예민해진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라면서 팀에서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시비비하는 것은 상처를 더 후벼서 악화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도 팬들도 도와주셨으면 좋겠다. 다들 젊은 사람들인데 잘 추스릴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회 기간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할 선수들이 분열을 일으킨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태극 마크의 자부심과 사명감을 안고 임해야 할 대표팀 선수가 본분을 망각했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팀이라면 서로를 감쌀 줄 알아야 한다. 특히 협회는 선수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조직이다. 내부에서 발생한 잡음은 협회가 논란 없이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오히려 문제를 공론화하며 선수들을 사지로 내몰았다. 그러더니 이제서야 선수들을 보호해줄 것을 요구했다. 선수들을 진작 보호했다면 그 누구도 상처받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