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전공의들 "20일 블랙아웃" vs 정부 "이번엔 선처 없다"

16일 0시 기준 제출된 전공의 사직서만 154건…전국적 '연쇄 파업' 우려
"만반의 준비 갖췄다"는 정부, PA·비대면진료 확대 언급에 '젊은 의사 자극' 해석도
집단사직 금지명령에 實수리 가능성은 낮아…"2020년 같은 사후 구제 없다" 못 박아


[앵커]
'의대 증원'에 대한 반발로 전공의단체 회장이 공개 사직하고 의대생 집단행동까지 가시화되고 있다는 소식, 어제(15일) 전해드렸는데요. 오늘(16일)은 이른바 '빅(Big) 5'라고 불리는 5대 대형병원 전공의들이 오는 20일부터 모두 현장을 떠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필수의료에서 이 전공의들이 맡고 있는 역할을 고려하면, '의료 대란' 우려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전망이 되는데요. 자세한 상황, 보건복지부 취재기자 연결해서 들어보겠습니다. 이은지 기자.

[기자]
네, 보건복지부에 나와 있습니다.

[앵커]
네, 어제 전공의단체 회장이 물러나긴 했지만, 사실 이렇게까지 빠르게 집단행동에 들어갈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잖아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그동안도 수련병원별로 '개별 사직' 움직임은 포착돼 왔지만 이렇게 큰 규모의 집단 사직은 없었습니다. 처음으로 병원 단위의 '전공의 전원 사직'이 나온 곳은 전북 소재 원광대병원입니다. 어제 22개과 전공의 126명이 모두 사직의사를 전한 것으로 파악됐고요.
지난 13일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서 한 의사가 걸어가고 있다. 황진환 기자

대전성모병원에서는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들이 실제 병원을 떠나 혼란이 빚어지고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습니다. 이 소식은 대전CBS 김정남 기자의 보도로 들어보시겠습니다.

<리포트>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대전성모병원 인턴 21명은 사직서를 제출하고 오늘 오전 근무를 중단했다,
정오를 지나 복귀했습니다.

앞서 대전성모병원을 비롯한 가톨릭중앙의료원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해 사직서 제출 등을 통해 항의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건복지부는 대전성모병원에 대한 실사에 나섰고 충돌 등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병원 앞에 경찰이 배치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이 병원 레지던트 48명도 다음 주 사직서를 내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정부가 '집단연가 사용 불허'와 '필수의료 유지 명령'을 내리면서 상황은 유동적인 상태입니다.

병원 측은 진료에 큰 차질이 빚어지진 않았다고 전했지만 의료진의 집단행동을 바라보는 환자와 보호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민 A씨]
"불안하고…병원에 안 가면 안 돼요. 가도록 해줘야지."

이러한 우려에도 의사들은 의대 증원 방침을 '총선용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투쟁방향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대전시의사회 김영일 회장입니다.

[김영일 대전시의사회장]
"국민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의 보건의료와 국민 건강을 희생시키는 유례가 없는 '망국적 포퓰리즘' 그 자체다… ."

이에 따라, 의료 현장의 혼란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입니다. CBS뉴스 김정남입니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서울시의사회 회원들이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정부의 의대증원 방침 반대 궐기대회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박종민 기자

[기자]
수도권에서는 인천 가천대길병원에서 전공의 일부가 사직서를 냈고요, '빅5'에 속하는 서울아산병원은 응급실 인턴 일부가 사직의사를 표했지만 현재 근무는 정상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마찬가지로 빅5에 들어가는 서울성모병원은 인턴 58명 전원이 어제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성모병원의 경우, 정부가 공식적으로 확인해 발표한 내용입니다.

복지부 집계상 오늘 0시 기준 병원 측에 사직서를 낸 전공의는 총 154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병원 일부를 포함해 고대구로병원, 부천성모병원, 조선대병원, 경찰병원 등 총 7곳에 해당되고요. 부천성모병원도 인턴 23명 전원이 사직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다만, 이건 행정적으로 사직서가 실제 접수된 기준이고요. 당장 다음 주 화요일인 20일,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 즉 빅5의 인턴·레지던트들이 모두 사직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 규모는 곧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런데 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이 사직할 때 표면상으로 '집단행동은 말아 달라'고 당부했었는데요. 물밑으로는 이런 집단행동 준비를 사실 하고 있었던 건지, 그 부분이 궁금합니다.

[기자]
네, 말씀하신 대로 박단 회장은 동료들의 "자유 의사를 응원하겠다"고 적었었는데요. 이미 정부가 '집단사직서 수리금지 명령'을 내린 상황에서, 본인과 같은 개별 사직으로 맞서자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준 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었습니다.

행정명령이 발동된 상태에선, 집단 행동이 법적 제재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요. 당장 "대규모 전면 파업은 없을 것"이라던 정부의 단언이 무색하게, 어젯밤부터 상황이 좀 급박하게 돌아갔습니다.

어제 오후 11시부터 오늘 새벽 2시까지 박 회장이 빅5 전공의 대표들과 긴급회의를 가졌고, 논의 결과 20일 새벽 6시부터 전공의들이 아예 병원을 나가기로 한 겁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전공의 파업을 비롯한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한 준비가 다 돼있다며 전날 대책으로 거론한 진료보조인력(Physician Assistant), 즉 'PA 간호사의 역할 확대와 비대면진료 전면 확대 등'이 젊은 의사들의 분노를 자극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잘 아시듯 전공의 집단행동이 이번 사태에서 주목받은 이유는 이들이 응급실 등 필수의료 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큰 데다, 총 인원도 1만 3천여 명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지방에서 일부러 '원정 진료'를 오는 빅5만 해도 전체 근무의사의 37%가 전공의입니다. 환자들의 불안이 큰 이유라 할 수 있고요.

각 병원들은 19일까지 우선 상황을 파악하는 한편 정부의 방침을 따르겠다는 입장입니다. 빅5 병원 관계자입니다.

[빅5 병원 관계자(음성 변조)]
"환자 안전도 문제가 있고 중증질환이 대부분인 상급병원이니까, 빅5가…당직 운영하고 이제 대책 수립을 하고 있죠. 외래 진료도 축소 운영을 하겠고, 입원수술도 응급실 외에는 연기·조정을 하겠죠. 그 때하고 똑같아요, 2020년도하고…"

[앵커]
결국은 환자들의 불편이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이는데요. 정부가 지금 대책을 좀 마련하고 있습니까?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본관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복지부 제공

[기자]
네, 일단 사직서들이 제출되더라도 실제 수리될 가능성이 높진 않습니다.

앞서 정부는 개인 신상 등 사직을 할 수밖에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개별 사직'도 수용이 가능하단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10명 미만이든 몇 십 명이든 집단과 개별사직을 나누는 기준은 없다며, 대정부 항의 성격이라면 모두 집단사직으로 간주하겠다고 못박았습니다.

또 이미 전공의 이탈이 확인된 병원들은 오늘 현장점검 인력을 급파했는데요. 결근이 확인되면 즉각 업무개시명령이 휴대폰 문자와 문서로 발송됩니다. 이후에도 돌아오지 않으면 법 위반으로 보고 '법적 조치'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입니다. 의료법상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도 밝혔습니다.

특히 이번엔 의료계의 반발로 의대 증원을 접었던 2020년 당시와 같은 '선처'는 없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의 목소리로 들어보시겠습니다.

[박민수 2차관]
"이번에는 사후 구제, 선처 (등) 이런 것이 없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정부는 굉장히 기계적으로 법을 집행하게 됩니다. 이 점을 전공의들께서도 십분 감안해 주시기를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또 전공의 집단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군(軍) 병원과 공공병원을 활용하고 필요 시 외부인력을 투입하는 등 국민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비상진료대책'도 수립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지금도 전공의들과 대화를 계속 시도하고 있다며 단체행동을 즉각 중단해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앵커]
네, 정말 '강 대 강'으로 부딪히고 있는데요. 20일 전에 반드시 봉합이 되어서, 현장에서의 불편이 없어야겠습니다. 여기까지, 이은지 기자였습니다.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로비에 의과대학 증원 반대 포스터가 부착돼 있다. 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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