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을 떠도는 유기견이나 길고양이를 볼 때마다 울컥했다. 버려진 생명들과 제대로 '공존'할 수는 없을까. 시청에 아이디어도 내봤지만 소용없었다. 문득 "직접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는 정치에 발을 디뎠다.
경기도의회의 유일한 '수의사' 출신인 김영기(61·국민의힘·의왕1) 의원 얘기다.
"의왕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로서 높은 곳이든, 그늘진 곳이든 지역에 대한 책임감이 남달랐던 것 같아요. 직업적 소명의식이 더해져, 골목마다 버려진 동물들을 마주칠 때면 이웃사촌처럼 느껴졌죠. 어떡하면 더 건강하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가 늘 고민이었습니다."
유별난 동물 사랑은 고스란히 의정에 녹아들었다. 첫째는 동물 복지다. 김 의원은 동물들도 사람처럼 세밀한 진단으로 치료를 해야 하는데, 대부분 반려인들이 비용 등을 이유로 자가 진료를 택하는 실태를 문제 삼았다.
반려동물의 건강을 해쳐 결국 주인까지 더 큰 고통을 떠안게 된다는 것.
이에 그는 지난해 10월 '반려동물 자기진료 실태'에 대한 정책토론회를 열어, 수의사회와 동물복지단체 등과 해결방안을 논의하는가 하면 후속 조치 사항을 관련 정책에 담아내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올바른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스스로 판단해 반려동물을 진료하다 보니, 오진으로 인해 상태를 더 악화시키는 경우가 다반사예요. 동물을 위해서도, 반려인을 위해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관심사는 반려동물에만 그치지 않는다. 다음 목표는 도내 가축을 비롯한 각종 동물들을 돌보고 방역 최일선에 나서는 '수의직 공무원'에 대한 근무처우 개선이다.
그는 수요 대비 턱없이 부족한 인력 문제를 지적하며, 열악한 근무처우를 원인으로 꼽았다. 각 시·군에서 7급으로 채용돼 평생 일하고도 6급으로 은퇴하는 구조로, 특수 인력들이 중도 이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5급 사무관으로 임용이 가능하도록 인사제도를 개편하겠다는 구상이다.
"인원이 부족해져 한창 방역활동을 하다가 돌아가시는 분들도 발생하고 있어요. 이런 분들이 보람을 갖고 일을 하기 위해서는 충분히 인원을 보충해주고, 각종 처우 개선을 하도록 도지사와 지자체장들이 관심을 가져야만 합니다."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이자 도의회 국민의힘 정무수석으로서의 사명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도와 경기도교육청이 교육정책을 선진화하는 데 '소통맨'을 자처하고 나섰다.
"31개 시·군과 6곳의 통합교육청을 돌며 교육정책 제안들을 받아 도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정무적인 감각을 갖고 계속해서 가교 역할을 할 겁니다."
또한 김 의원은 시대적 과제인 다문화가족의 정착과 저출산 문제 해소에 대해서도 대안과 비전을 제시했다.
"경기도는 국내 전체 다문화가족의 30%가 둥지를 튼 곳입니다. 무엇보다 그들의 자녀를 교육하는 것은 물론, 부모 역시 제대로 된 적응 교육을 받는 게 중요하죠. 관련 조례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이유입니다. 저출생 문제의 방안으로는 육아 돌봄 제도를 제안해 친족이나 이웃이 아이를 돌봐주면 월 30만 원 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도 마련했습니다. 모든 가정이 행복한 경기도가 되는 과정입니다."
그의 정치철학은 '지행합일(知行合一)'. 말 그대로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정치적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각오다.
"알고 있는 것을 그대로 실행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말은 쉽지만 지키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상식을 정치에 반영하고 싶어요. 도민들의 삶이 보다 윤택해지도록 올바른 정책이 시행될 수 있게, 아는 것을 실천하는 정치인이 되겠습니다."
다음은 김영기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Q.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반려동물 전문기업, 여행사 등을 운영하며 태어나고 자란 의왕시에서 문화원 이사, 상공회의소 감사, 장학회 임원, 의왕시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자연스럽게 지역 현안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의왕시에서 책임감을 갖고 일하고 싶어 정치에 입문하게 됐다.
또 하나는 수의사의 저변 및 인식제고를 위해 수의사 출신의 정치인이 필요했다. 그동안 경기도 수의사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유기견이나 길고양이 문제 등 여러 가지 제안을 시에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개선하기 위해선 직접 정치에 뛰어들어야 했고 그것이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됐다.
Q. 정치를 시작하면서 어떤 목표가 있었을 것 같다.
A. 경기도의회 유일한 수의사 도의원이다. 동물 복지 및 수의직 공무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힘쓰고 싶다.
현재 반려인들의 자가 진료 문제가 심각하다. 올바른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스스로 판단해 자가 진료를 하다 보니 치료하는 게 아니라 오진으로 반려동물의 상태를 더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동물을 위해서도, 반려인을 위해서도 개선이 필요했다. 지난 10월 동물 자기진료 문제점 및 개선방안에 대해 정책토론회를 실시했다. 수의사회, 언론사, 동물복지단체 등 여러 가지 의견을 들어서 현재 정책에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 하나는 도민의 안전과 동물 방역을 위해 분투하는 수의직 공무원들의 처우개선이다. 경기도는 300여명의 수의직 공무원이 필요하지만 현재 160명 정도밖에 근무하지 않는다. 시군에는 7급으로 들어와 평생 일해서 6급으로 퇴직한다. 그러다 보니 중도에 그만두게 된다. 5급 사무관이 임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또 인원이 부족하다 보니 방역활동을 하다 돌아가신 분들이 있다. 이분들이 열심히 일하기 위해선 인원 보강과 경기도에서 그만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 이런 부분이 상당히 미흡하다. 수의직 공무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도지사와 단체장의 노력을 촉구하는 의미로 5분 발언을 했다.
Q. 기억에 남는 의정활동이 있다면?
A. 경기도 최초로 '경기도교육청 진학정보센터 설치 및 운영 조례안'을 제정했다. 기존 진학정보센터는 경기남부와 북부 두 곳에 두 명의 장학사가 근무해 많은 수요를 감당할 수 없었다. 도농복합도시가 혼재된 경기도의 특성상 정보소외지역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조례로 진학정보센터를 여러 군데 설치할 수 있게 됐고 진학전문지원관 제도를 운영해 학생 및 학부모한테 진로 및 진학의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다. 앞으로 학생과 학부모가 소외되지 않고 공정하게 모든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Q.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정무수석을 맡고 있다. 앞으로 계획은?
A. 지난 7월 국민의힘 대표단이 새롭게 꾸려지며 정무수석으로 활동하게 됐다. 우선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이 서로 원활한 소통을 통해 공통적인 정책을 발굴하고 협치를 해나가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 8~9월에는 경기도 31개 시군과 6곳의 통합교육청을 방문했다.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정책 제안도 받았다. 이 부분을 경기도정에 반영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그밖에도 사회적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려 한다. 지난 7월 LH의 철근부족 아파트 사건이 전국적으로 문제가 됐다. 제일 먼저 GH(경기주택도시공사)와 경기도에 철근부족 아파트 전수조사 및 대책을 강구하도록 성명서를 발표했다.
또 우리나라에서 소 바이러스 럼피스킨병이 처음 발병했다. 경기도에도 130억 원 정도의 피해가 발생했다. 빠른 방역대책과 백신을 맞도록 해서 경기도가 최우선으로 방역대책 수립이 완료됐다. 앞으로 중점 현안이 있으면 제일 먼저 목소리를 내고 도정에 반영하도록 하겠다.
Q. 상임위가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다. 중점 현안은?
A. 현재 대표 발의한 '경기도 다문화 가족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이다. 대한민국에는 약 120만 명 정도의 다문화 가족이 있다. 그 중에서 약 30%가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다. 대부분의 다문화 가족에 대한 교육은 자녀 교육에 치중되어 있다. 자녀 교육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올바른 교육을 받아야 한다.
조례안은 다문화 가족의 부모 교육에 중점을 뒀다. 대한민국의 행정조직이라든지 제공받을 수 있는 행정서비스는 무엇인지 등 경기도에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그래야만 이분들이 자녀교육에 힘을 쏟을 수 있다. 조례 제정의 의미다.
또 하나는 우리나라 저출생 문제가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다. 그 해결방안으로 지난 8월 육아 돌봄 제도를 제안했다. 친족이나 이웃사촌이 육아를 돌볼 때 월 30만 원의 수당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정책이 시행되는 올해 하반기부터 맞벌이 부부에게 다소나마 도움이 될 것 같다.
Q. 본인의 정치철학은?
A. '지행합일(知行合一)'이라는 네 글자를 항상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다. 알고 있는 것을 그대로 실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말은 쉽지만 지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상식을 정치에 반영하고 싶다. 경기도민들의 삶이 보다 윤택해지도록 올바른 정책을 펼 수 있는, 아는 것을 그대로 실천하는 정치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Q. 지역구인 의왕시의 관심 현안은?
A. 경기도는 6개의 통합교육청이 있고 의왕시는 군포시와 함께 통합교육청을 운영하고 있다. 우선 의왕시만의 단독교육청의 설립이 필요하다. 단독교육청 설립으로 학생 및 학부모들에게 교육자치 실현과 지역에 맞는 올바른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해 보다 나은 교육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또 하나는 의왕시 인구가 현재 약 16만 명으로 2030년까지 25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21개의 재건축·재개발, 미니신도시, 3기 신도시 등 많은 개발행위가 이뤄지고 있다. 자연 친화 도시인 의왕시가 환경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원주민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상호 권리와 이익을 존중하며 지역개발이 이뤄지도록 애쓰고 있다.
Q. 그동안 의정활동에 대한 소감 한 마디.
A. 약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을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 정치인은 나에게 딱 맞는 직업 같았다. 동물병원의 제한된 공간에서 진료를 하는 것이 갑갑해 비즈니스를 하게 됐고 여행사를 운영하게 된 것도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했던 성향이 컸다.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고 좋든 싫든 여러 가지 이야기를 편안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정치인이다. 그래서 정치에 입문한 것이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Q. '김영기는 OOO다'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A. 김영기는 '젠틀맨'이다. 학창시절부터 사회생활을 하며 많이 듣던 별명이다. 남들을 잘 배려하고 친절하며 원칙을 따르는 것이 젠틀맨이다. 별명처럼 경기도민들에게 친절하게 다가서고 배려하며 원칙에 맞는 정치를 하는 도의원이 되고 싶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