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의사는 국민을 이길 수 없다

15일 강원 춘천시 한림대학교 의과대학에서 학생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한림대 의대 4학년생들은 의대 증원 등 정부의 의료개혁 방침에 반발하며 1년간 '동맹휴학'을 하기로 했으며, 의대생 단체는 전체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동맹휴학 참여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해 집단행동에 나서겠다고 이날 밝혔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소속 전공의로 일해온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이 오는 20일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어제 밝혔다. "언제나 동료 선생님들의 자유의사를 응원하겠다"는 메시지가 기폭제가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박 회장의 사직서 제출 소식이 전해진 뒤 빅5병원에서는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박단 회장과 빅5병원인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 전공의 대표들은 어젯밤 11시부터 오늘 새벽2시까지 긴급회의를 열고 19일까지 전원 사직서를 제출한 뒤 화요일인 20일부터 병원근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빅5병원 전공의는 모두 2311명으로 이들이 일제히 환자를 떠날 경우 병원시스템에 중대한 차질이 예상된다.
 
박 회장이 SNS에 밝힌 말마따나 '주 80시간의 과도한 근무 시간과 최저시급 수준의 낮은 임금' 등 열악한 근무 여건은 OECD 꼴찌 수준인 인구대비 의사 수가 영향을 끼쳤을 것이고, 의대 증원과 정책적 뒷받침을 통해 개선해야 할 숙제인 것이지 중환자가 많은 상급병원 병상을 떠나는 것으로 맞서는 것은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오히려 국민적 공분만 증폭시킬 뿐이다.

 
미래의 의사들인 한림대학교 의대 4학년 학생들이 1년간 동맹휴학을 결의하는 등 의대생들의 집단행동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전국 40개 의과대학 학생 대표들도 만장일치로 단체행동에 찬성했다고 한다. 대한의사협회는 어제 서울 용산 등 전국 곳곳에서 궐기대회를 연데 이어 17일 전국의사대표자회의를 통해 파업 강행 여부를 포함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확정하기로 했다.

경북도의사회 이우석 회장 등 도의사회 소속 의사들이 15일 오후 7시 경북도의사회관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하는 규탄대회를 열고 의사가운 탈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사들의 집단 행동은 명분없는 직역이기주의로 비친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의사 수를 확충하라는 것이 국민들의 뜻이라는 점은 국민 89%가 의대 증원을 찬성하는데서 나타난다. 노환규 전 의협회장이 "공산 국가라면 가능하겠지만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권력은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는 특권의식에서 나올 법한 '오만한' 발언을 늘어놓은 것은 전문지식을 무기로 환자를 볼모로 삼겠다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자 국민을 굴복시키겠다는 엄포로 볼 수밖에 없다.
 
수도권과 지방의 의료서비스 불균형이 심각하고, 진료과목별 불균형도 이미 우리 사회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외과와 산부인과, 소아과 등 필요 분야를 지원하는 의사수는 날로 감소하고 있다. 고령화로 의료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상당수 병원에서는 1분진료 받기가 어려울 정도로 환자 입장에서의 의료서비스는 낙제수준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19년째 의대 정원이 동결된데는 의사단체의 강력한 반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서울시의사회 회원들이 1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 반대 궐기대회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박종민 기자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 시국에 밀려 의대증원에 실패했지만 이번엔 반드시 의료인 수급이 정상화돼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비대면진료 확대와 진료보조 간호사 활용을 통한 비상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교육부는 의대생들의 집단휴학신청과 관련 학교측에 정상적인 학사운영을 해달라고 협조요청을 했다고 한다. 서울경찰청장은 의사단체의 불법행위시 필요한 조치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의사단체와의 소통은 강화하되 국민과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단호하게 대응하기 바란다. 의사들은 우리 사회 최고의 전문인 그룹 아닌가. 국민 다수가 골고루 의료 서비스를 받는 게 공공의 이익이 부합하다면 벽을 쳐서는 안된다. 집단파업 등 극단적인 방법을 쓴다면 오히려 그 벽에 갇힐 뿐이다. 의사는 결코 국민을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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