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울버햄프턴 원더러스) 등 역대 최고 전력을 자랑해 이번 대회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64년 만의 정상에 오를 적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던 만큼 클린스만 감독은 우승을 호언장담하며 대회에 나섰다.
하지만 우승은커녕 체면만 구기고 돌아와 퇴진 여론이 일고 있다. 준결승에서 요르단을 상대로 유효 슈팅을 1차례도 시도하지 못한 채 0대2로 패하며 탈락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들의 기량에만 의존하며 무색무취한 전술로 일관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다. 퇴진 여론에 대해 "준결승까지 진출한 것을 실패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2년 반 뒤 열릴 북중미 월드컵을 준비할 것"이라며 사실상 사퇴를 거부했다.
그런데 돌연 대회 결산도 하지 않고 휴가를 떠나면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에 돌아가 대회를 분석하겠다"고 했지만, 귀국 후 이틀 만에 거주지인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날 회의에는 마이클 뮐러 위원장과 정재권, 곽효범, 김현태, 김영근, 송주희 위원 등 6명이 참석했다. 박태하, 조성환, 최윤겸 위원과 현재 미국에 있는 클린스만 감독은 화상으로 참석했다.
회의 결과는 당초 오후 2시께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오후 4시께로 2시간 가량 늦춰졌다. 임원들 간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발표는 황보관 협회 기술본부장이 실시했다.
황보 본부장은 "오늘 위원회에서는 감독 거취와 관련해서 여러 가지 이유로 클린스만 감독이 더 이상 대표팀 감독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면서 "교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전반적으로 모아졌다. 협의 내용은 협회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력강화위는 클린스만호의 경기력 부재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특히 준결승에서는 이미 조별리그에서 한 차례 맞붙은 상대인 요르단을 만났음에도 답답한 경기력을 보인 데 대해 지적했다. 한국은 요르단과 조별리그에서는 2-2 무승부를 거뒀지만 준결승에서는 02로 패해 탈락했다.
황보 본부장은 "준결승에서 두 번째로 만나는 상대임에도 전술적 준비가 부족했다"면서 "재임 기간 중 선수 선발과 관련해서 감독이 직접 다양한 선수를 보고 발굴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오히려 대회 기간 발생한 선수단 내 불화를 탈락의 원인으로 꼽았다. 손흥민과 이강인 등 핵심 선수들은 준결승을 하루 앞둔 저녁 식사 자리에서 다툼을 벌였다.
황보 본부장은 "클린스만 감독은 그것(선수단 내 불화)이 경기력의 영향이 됐다고 설명했다"면서 "핑계를 대는 것보다는 불화 때문에 경기력이 안 좋았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황보 기술본부장은 "선수단 관리에 대해서는 팀 분위기와 내부 갈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지도자로서 팀의 규율과 제시하는 점에서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선수단 내 다툼 과정에 대해서는 진실 공방이 오가고 있다. 황보 기술본부장은 "지금은 사태를 파악하는 중이다. 파악이 되면 다시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면서 "펙트는 확인했고, 구체적인 부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회의에 앞서 축구회관 앞에서는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민단체 '턴라이트'의 시위가 벌어졌다. 정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 선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들은 클린스만 감독의 선임 배경과 과정, 연봉 기준 등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정 회장은 원칙과 시스템을 무시하고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