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감독, 경질 건의" 축구협 전력강화위, 격론 끝에 결론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본부장. 황진환 기자
대한축구협회(KFA) 전력강화위원회가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을 경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해당 내용을 최종 결정권자인 정몽규 축구협회장에 건의할 예정이다.

협회는 15일 서울 축구회관에서 열린 제1차 전력강화위원회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클린스만호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성과에 대한 평가가 진행됐다.

마이클 뮐러, 정재권, 곽효범, 김현태, 김영근, 송주희 위원 등 6명이 회의에 참석했다. 박태하, 조성환, 최윤겸 위원, 클린스만 감독은 화상으로 참석했다.

회의 결과는 당초 오후 2시께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오후 4시께로 2시간 정도 늦춰졌다. 임원들 사이에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축구와 관계 없는 정치권에서도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취재 열기는 뜨거웠다. 주요 방송 및 언론사가 한자리에 모여 협회의 결정에 관심을 기울였다.

황보관 협회 기술본부장이 브리핑에 나섰다. 황보 본부장은 "대표팀 감독의 역할에 대해 논의를 했고, 대표팀이 북중미 월드컵 예선에 임하는 단계에서 감독의 거취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도 중점적으로 논의됐다"고 회의 과정을 설명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아시안컵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울버햄프턴) 등 역대 최고 전력을 자랑하는 만큼 64년 만에 정상에 오를 적기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결과는 참사였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인 한국은 대회 준결승에서 64계단 아래인 87위 요르단에 0 대 2로 패하며 탈락했다. 유효 슈팅을 1개도 기록하지 못할 만큼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큰 실망감을 안겼다.

제1차 전력강화위원회 브리핑을 실시하는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본부장. 황진환 기자
황보 본부장은 "준결승에서 두 번째로 만나는 상대임에도 전술적 준비가 부족했다"면서 "재임 기간 중 선수 선발과 관련해서 감독이 직접 다양한 선수를 보고 발굴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요르단과 조별 예선에서도 힘겹게 2 대 2로 비겼다.

우승을 호언장담한 클린스만 감독은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대회 내내 선수들의 기량에만 의존하며 무색무취한 전술로 일관해 무능을 지적하는 비난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클린스만 감독의 퇴진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준결승까지 진출한 것을 실패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2년 반 뒤 열릴 북중미 월드컵을 준비할 것"이라며 사실상 사퇴를 거부했다.

그런데 클린스만 감독은 무책임한 행동으로 일관해 성난 팬심에 불을 지폈다. 탈락 후 "한국에 돌아가 대회를 분석하겠다"고 했지만, 귀국 후 이틀 만에 거주지인 미국으로 휴가를 떠났다.

여기에 선수단 내 불화가 밝혀져 리더십 부재까지 드러났다. 손흥민과 이강인 등 핵심 선수들이 다툼을 벌였는데, 클린스만 감독은 이를 목격하고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황보 기술본부장은 "선수단 관리에 대해서는 팀 분위기와 내부 갈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지도자로서 팀의 규율과 제시하는 점에서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선수단 내 다툼 과정에 대한 진실 공방도 오가고 있다. 황보 기술본부장은 "지금은 사태를 파악하는 중이다. 파악이 되면 다시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면서 "펙트는 확인했고, 구체적인 부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축구 대표팀 유니폼. 황진환 기자
​황보 기술본부장에 따르면 클린스만 감독은 우승 실패의 원인을 선수단 내 갈등으로 꼽았다. 황 기술본부장은 "클린스만 감독은 그것(선수단 내 불화)이 경기력의 영향이 됐다고 설명했다"면서 "핑계를 대는 것보다는 불화 때문에 경기력이 안 좋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반면 경기력 부재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지 않았다. 황보 기술본부장은 "위원들은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이야기했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인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외에도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할 명분은 넘치는 상황이다. 황보 기술본부장은 "국내 체류 기간 부족한 근무 태도에 대해서도 국민들을 무시하는 것 같고, 여러 약속 지키지 않으면서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서 회복하기 불가하다는 평가도 있었다"면서 "국민적인 관심을 받는 스포츠인 축구에서 그동안 대표팀 감독은 내용과 결과가 이슈가 됐는데, 근무 태도가 이슈가 되면 안 된다는 비판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황보 기술본부장은 "오늘 위원회에서는 감독 거취 관련해서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로 클린스만 감독이 더 이상 대표팀 감독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면서 "교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전반적으로 모아졌다"고 밝혔다.

한편 클린스만 감독 선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정몽규 회장을 향한 비난 여론도 들끓고 있다. 회의에 앞서 축구회관 앞에서는 정몽규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민단체 '턴라이트'의 시위가 벌어졌다. 이들은 클린스만 감독의 선임 배경과 과정, 연봉 기준 등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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