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17일 '대정부 투쟁 로드맵' 결정…"의대증원 반드시 저지"

정부 발표 직후 비대위 꾸린後 15일 총궐기 앞두고 첫 기자회견
'전공의 투쟁동력 떨어졌다' 지적에 "2020년보다 더 뜨거워" 강조
"2천 증원, 의대 24개 만들겠다는 것…의료비 증가=미래세대 부담"
당장 정부와 대화계획 없지만…"TV토론 등 제안 온다면 논의해 결정"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을 저지하기 위해 출범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대강당에서 첫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은지 기자

정부의 '의대정원 2천 명 증원'에 반발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오는 17일 전국 단위 첫 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대정부 투쟁 로드맵을 논의·결정하기로 했다. 지난해 초부터 정부와 의료현안협의체를 1년간 이어온 상대측이자, 의대 확대 발표에 가장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 의협은 15일 총궐기를 앞두고 필승 의지를 다졌다.
 
증원 발표 직후인 지난 7일 '의대정원 증원 저지 비대위'의 위원장으로 선출된 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은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불합리한 의대정원 증원 추진을 반드시 막아내겠다는 굳은 결심을 대외에 알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겁박 등 앞으로 예상되는 어떠한 역경과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의료계 모두가 합심하여 대응해 나갈 수 있는 구심점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비대위원장으로서의 각오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그간 정부가 줄곧 '의사 확충' 필요성을 역설해온 근거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두고 "우리나라가 인구 1천 명당 의사 수가 OECD 평균보다 낮다는 이유로 '의사 부족'이라 말하지만, 실제로 의사가 부족할 때 나타나는 현상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OECD 통계 중 한국은 특히 저렴한 비용으로 '의료접근성이 좋은 나라' 최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며 "의사가 부족하면 (의료기관 이용) 접근성이 떨어져야 하는데 '의사 부족'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정부의 주장을 일축했다.
 
같은 맥락에서 '소아과 오픈런' 현상을 놓고도 "소아과 전문의는 매년 꾸준히 늘고 있고 소아인구는 급격히 줄어드는 나라에서 소아과 진료에 차질이 생기면 그건 의사 부족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을 맡은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전 의협 회장)도 위원회 자체 자료를 인용해 "2000년도엔 15세 미만 소아가 990만 명이었는데 당시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3300여 명이었다"며 "현 시점의 소청과 의사는 6200여 명인데 동(同)연령대 소아는 590만 명"이라고 거들었다.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의협은 지난 9일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반대 투쟁을 이끌 비대위원장으로 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을 선출했다. 박종민 기자

현 의대 정원(3058명)의 65% 가량인 초유의 증원 규모에 대해서도 재차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현재 40개 의과대학의 의대 정원이 3천인데, 한꺼번에 2천 명이나 늘리면 의대를 24개나 새로 만드는 것과 똑같다"며 "교육의 질도 떨어지고 대한민국 모든 인재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2천 명 증원 추진은 의료비 부담 증가를 가져올 것이며, 이는 고스란히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부가 28차례에 걸친 협의체 회의 등 의료계와 충분한 대화를 거쳤다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선 "협상이란 건 상대가 원하건 원치 않건 '받을 수 있을 정도'의 협상카드가 필요한 것"이라며 "합리적 (협의) 과정이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논의 자리에 참석했던 당사자로서 "'2천 명' (증원) 얘기는 한 마디도 없었다. 협의체 참여위원들을 대질해도 괜찮다"며 "(정부는) 왜 논의했다고 거짓말을 하나"라고 반문했다.
 
내달 치러질 차기 의협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조직강화위원회), 박인숙 전 국회의원(대외협력위원회) 등이 각 분과위를 담당하기로 했다며, 금번 비대위의 결집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비대위 활동과 관련된 각종 법률 이슈 등을 자문할 법률지원단과 종합행정지원단도 꾸렸다.
 
현재 의료계 각 직역에 비대위원 추천을 요청한 의협은 16일까지 비대위 구성을 마무리 짓고 17일 1차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파업 등 집단행동을 포함한 투쟁방안 및 향후 활동 로드맵을 논의해 결정하기 위해서다.
 
의협은 이들의 후배 격인 전공의들과도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집단행동 여부에 가장 이목이 쏠린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지난 12일 임시 총회에서 비대위 체제 전환 외 뾰족한 '액션 플랜'을 내놓지 못한 것을 놓고 '파업 동력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데 대해선 "투쟁 동력은 (오히려) 2020년 때보다 더 뜨겁다"고 부인했다.
 
김 위원장은 "대전협이 현재 비상체제로 돌입한 것은 그만큼 상황이 중대함을 의미한다"며 비대위가 완비되는 대로 강력한 투쟁의사 표명이 있을 거라고 내다봤다. 박명하 조직강화위원장도 "전반적인 로드맵상 파업 돌입 시기 등은 대전협과 비대위가 아주 밀접하게 (논의)하고 있다"며 "정부의 정원배치 일정과 무관하게 저희는 저희대로 가장 효율적이고 강력하게 투쟁할 수 있는 시점을 같이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일부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이미 '집단 사직'에 준하는 전공의들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전언도 나왔다. 대전협뿐 아니라 의대생 단체(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내부에서도 '굉장히 치열한 논의'가 오가고 있지만, 이들 단체가 직접 투쟁 계획을 공식화하기 전까지는 말을 아끼겠다는 게 의협의 입장이다.
 
박종민 기자

다만, 의협은 '밥그릇 싸움'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에 유감을 표하며 "우리의 목표가 파업 그 자체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주 대표는 "의사들이 주장하는 합리적인 내용을 정부가 받아들여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언론이 좀 더 솔직하게 의사들의 목소리를 전달해 준다면 파업과 같은 극단적 행동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 가감 없이 우리의 주장을 전해 국민들이 판단하게 해 달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여론에 힘입어 무리한 증원을 강행했다는 문제의식 하에 '대국민 홍보'도 적극 수행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의 불합리한 2천 명 증원 추진의 문제점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비대위 활동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당장 정부와 대화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협의체 진행 당시 의협이 먼저 제안했던 '끝장토론' 등에 응할 여지는 열어뒀다. 김 위원장은 "시점상 (협상에)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건 이해해 달라"며 "당연히 정부와 토론하고, 대화도 해야 한다. 만약 TV 토론 등의 제안이 오면 비대위에서 충분히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의협은 오는 15일 전국 시·도별 의사회를 중심으로 궐기대회에 나선다. 서울의 경우, 일과시간 이후인 저녁 7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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