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인 한국은 64계단 아래인 87위 요르단을 상대로 유효 슈팅을 1개도 기록하지 못한 채 0-2로 참패했다.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역대 최고 전력을 앞세워 64년 만의 정상 탈환에 나섰지만 허무하게 무릎을 꿇었다. 이에 대회 내내 무색무취한 전술로 일관한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그런데 클린스만 감독만 문제였던 것이 아니었다. 태극 마크를 향한 선수들의 자부심과 사명감이 결여된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매체 '더 선'은 14일(한국 시각) 대회 기간 한국 선수들의 불협화음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대한축구협회(KFA)도 곧바로 해당 보도가 사실임을 인정해 논란이 확산됐다.
매체에 따르면 사건은 요르단과 준결승전을 하루 앞둔 저녁 식사 자리에서 벌어졌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어린 선수들이 식사를 일찍 마치고 탁구를 하려고 자리를 떠났다. 그런데 저녁 식사 자리를 팀 단합의 시간으로 여긴 손흥민이 쓴소리를 하면서 충돌이 발생했다.
손흥민은 이강인을 비롯한 어린 선수들에게 자리에 돌아오라고 했지만, 이들이 무례한 반응을 보여 다툼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이 손가락이 탈구되는 부상을 입었다. 협회 역시 이 사실을 인정했다.
이후 고참급 선수들은 클린스만 감독을 찾아가 이강인을 요르단전 명단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 중 손흥민과 함께 가장 많은 3골을 터뜨리는 등 중추적인 역할을 한 이강인을 제외할 수 없었다.
주장인 손흥민에게 하극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진 이강인의 소셜 미디어(SNS)에는 팬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뉴스가 사실인가요? 캡틴에게 감히? 이강인 다시 봤다", "탁구 선수로 전향하시나요?", "군 면제 받았으니까 대표팀 안해도 돼?" 등의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어느 때보다 단합이 중요한 대회 기간 분열이 발생했다. 탄탄한 전력을 자랑했지만 전혀 '원 팀'으로 뭉치지 못했다. 64년 만의 우승은 단순한 갈등으로 인해 무산되고 말았다.
이강인은 경기 후 "앞으로 많은 것이 바뀌어야 한다. 내가 첫 번째로 바뀌려고 노력할 것"이라면서 "어느 한 선수만 질타하지 않길 바란다. 질타하고 싶다면 내게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우승 좌절에 대한 사과로 보였지만, 분열의 중심에 섰던 데 대한 자책인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선수들을 통제하지 못한 클린스만 감독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탈락 후 퇴진 여론이 빗발치고 있는 가운데 오는 협회는 오는 15일 전력강화위원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협회 임원진은 이미 경질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최종 결정권자인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결단만 남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