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세대'로 불리는 현 한국 수영 대표팀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큰 대회를 잘 마쳤지만 그들에게 숨 돌릴 여유는 많지 않았다. 파리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세계수영선수권 대회가 예정됐기 때문이다.
대표팀의 간판 스타 황선우는 올림픽으로 가는 여정 중간에 세계선수권에 나서야 하는 강행군에 대해 '오히려 좋다'는 반응이었다. 황선우는 작년 10월 아시안게임 선수단 격려 행사에서 "올림픽을 앞두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게 돼서 더 좋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고 있는 2024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수영선수권 대회에 나선 황선우에게는 부담과 걱정이 적잖았다.
루마니아의 신성 다비드 포포비치를 비롯해 지난 두 차례 세계선수권 남자 자유형 200m에서 황선우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던 경쟁자들이 이번 대회에 대거 불참했다. 파리올림픽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황선우에게는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라는, 다소 부담스러운 수식어가 뒤따랐다.
걱정도 많았다. 황선우는 이번 경기를 두고 "테이퍼링(tapering)을 하지 못해 걱정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테이퍼링은 메이저 대회를 앞두고 경기력을 극대화 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훈련량과 강도를 줄이는 조정을 의미한다. 메이저 대회에 나서는 모든 선수들이 거치는 과정이다. 그러나 황선우는 이번 대회를 파리올림픽으로 가는 과정으로 삼았기 때문에 이번 대회만을 위한 조정을 하지 않았다. 호주 전지훈련을 마친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황선우의 질주를 막을 자는 없었다. 황선우는 부담을 이겨냈고 걱정도 떨쳐냈다. 14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대회 남자 자유형 200m에서 1분44초75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수확했다.
황선우가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수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2년 부다페스트 대회에서 이 종목 은메달을 땄고 작년 후쿠오카 대회에서는 동메달을 획득했다. 3회 연속 세계선수권 메달 획득은 '마린보이' 박태환도 이루지 못했던 업적이다.
황선우는 100% 컨디션이 아니었음에도 목표를 이뤘다. 이로써 파리올림픽을 향한 자신감은 더욱 커졌다. 그는 "금메달 획득과 1분44초대 기록으로, 파리올림픽을 가기 위한 좋은 발판이 마련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5개월 뒤 파리에서는 남자 자유형 200m 강자들의 진검승부를 펼쳐질 예정이다. 황선우는 세계선수권 챔피언의 자격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는다. 무게감이 다르다. 부담은 더욱 커질 수도 있다. 그러나 올림픽 시상대에도 오르겠다는 목표는 더욱 뚜렷해졌다.
황선우는 "남은 5개월 동안 잘 준비하면 파리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 같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