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아동 인신매매 공분이 연대로 '사운드 오브 프리덤'

외화 '사운드 오브 프리덤' 스틸컷. NEW 제공
※ 스포일러 주의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서울의 봄'이 1300만 명 넘는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인 키워드는 바로 '공분'이다. 가해자가 득세하는 부조리한 현실을 향한 분노가 관객들을 하나로 모았다. 아동 인신매매와 성착취 현실을 다룬 '사운드 오브 프리덤' 역시 말도 안 되는 현실에 대한 분노를 발판으로 관객들을 방관자에서 관찰자로, 그리고 연대로 향하게 한다.
 
아동 성범죄자를 추적하는 정부 요원 팀 밸러드(제임스 카비젤)는 288명의 범죄자를 체포한 에이스 요원이지만, 정작 피해 아동은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인신매매 조직의 거래 현장 잠입에 성공한 팀 밸러드는 납치되었던 8살 소년 미겔(루카스 아빌라)을 구출한다.
 
누나인 로시오(크리스탈 아파리시오)를 구해달라는 미겔의 부탁에 팀은 피해 아동들을 구출하기로 결심한다. 이에 자신을 도와줄 사람들을 모아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거대 인신매매 조직에 잠입하기 위한 작전을 벌인다.
 
외화 '사운드 오브 프리덤' 스틸컷. NEW 제공
참혹한 아동 인신매매의 실체를 알게 된 정부 요원이 전 세계에 밀매되는 아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벌이는 작전을 그린 '사운드 오브 프리덤'(감독 알레한드로 몬테베르데)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사운드 오브 프리덤'은 지난해 북미에서 개봉하자마자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PART ONE)'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등 블록버스터 영화를 뛰어넘고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해 화제를 모았다. 이처럼 대규모 제작비로 완성한 대작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사운드 오브 프리덤'이 가진 '실화'와 '메시지'의 힘 덕이다.
 
영화는 꿈과 희망을 미끼로 아이들을 납치해 매매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매매'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아이들은 납치된 순간부터 사람이 아닌 '상품'으로 취급되며 전 세계로 팔려 나간다. 상품에게는 '자유'가 없다. 구매자의 목적에 따라 상품이 된 아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착취당한다.
 
'사운드 오브 프리덤'이 아동 인신매매와 성착취 현실로 관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활용한 방법 중 하나는 '앵글'이다. 감독은 카메라 앵글을 통해 관객들을 방관자에서 가해자로 잠시 이동시킨 다음 관찰자로 시선을 옮기게 한다.
 
영화 상영 전 우리는 아동 인신매매 현실에서 멀리 떨어진 비자발적 방관자였다. 그러나 영화 초반, 매매 대상이 된 아이들을 응시하는 영화 속 가해자의 카메라와 영화의 카메라, 즉 스크린을 일치시킴으로써 잠시나마 가해자의 시선에서 아이들을 바라보게 만든다.
 
가해자의 시선 앞에 놓였지만, 아직 그러한 현실을 모르는 아이들은 해맑기만 하다. 그러나 가해자의 시선 앞에 놓인 아이들을 보는 우리는 알 수 있다. 아이답지 않은 치장을 한 채 선 그들은 이미 '상품'이다. 그렇게 아동 인신매매 과정 소개와 함께 우리가 얼마나 섬뜩한 위치에 놓였는지 깨달은 후 영화는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외화 '사운드 오브 프리덤' 스틸컷. NEW 제공
방관자이자 잠시 가해자의 시선에서 아이들을 지켜봤던 우리는 이후 주인공 팀 밸러드를 통해 자발적이면서 적극적인 관찰자의 시선으로 이동한다. 스크린이라는 앵글을 통해, 팀 밸러드라는 주인공의 시선을 통해 우리는 보지 못했던, 볼 수 없었던 아동 인신매매의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특히 관찰자이자 참여자로서의 시선에서 떠날 수 없도록 하는 건 영화 초반과 후반 동일한 구도의 장면이다. 영화는 아동 인신매매 피해자인 로시오가 침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으로 시작해 다시 집으로 돌아온 로시오가 침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으로 마무리한다.
 
그러나 시작의 로시오와 마지막의 로시오는 같을 수 없다. 같은 모습이지만 마지막 장면에 이르기까지 로시오를 비롯한 아이들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우리는 목도했다. 그렇기에 달라진 상황과 분위기의 로시오를 보면서 우리는 더 이상 로시오를 처음 마주했던 방관자로 남을 수 없게 된다. 적어도 아동 인신매매와 성착취를 목도하고, 불편한 진실에 눈을 뜬 채 한 걸음 내딛었기 때문이다.
 
엔딩에 이르기까지 영화는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눌 수 있다. 전반부는 아동 납치와 인신매매, 아동 성착취 현실을 그리고ㅡ 후반부는 인신매매 아동 구출 작전을 그린다. 이 비극적이고 처참한 사건을 그리는 영화는 시종일관 침착하고 낮은 톤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외화 '사운드 오브 프리덤' 스틸컷. NEW 제공
그러나 후반부, 아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작전을 짜고 수행하는 과정에서는 잠시나마 스티븐 소더버그의 분위기를 풍기는 '테이큰' 느낌이 난다. 아이들 구출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사람이 모여 위장 수사·작전에 나서고, 납치된 아이들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필사의 구출에 나서는 모습이 그만큼 영화적이라는 의미다.
 
물론 다른 말로는 '사운드 오브 프리즘'이 구원자 중심의 서사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비록 영화는 구원자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가지만, 그 중심에 있는 것은 '아동들'이다. 영화는 구원자 중심의 서사가 됐을지 몰라도 현실에서는 피해자 중심의 서사, 생존자 중심의 서사가 되길 바라는 것이 바로 '사운드 오브 프리덤'의 진정한 목적이자 메시지다.
 
영화는 이러한 메시지가 단순히 영화, 즉 스크린 안에만 머물길 바라지 않는다.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 응원과 연대야말로 현실에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와 생존자가 중심에 놓일 수 있게 만드는 '힘'이다. 영화라는 매체, 즉 이야기가 가진 힘을 이용하자는 게 '사운드 오브 프리덤'을 만든 목적이리라.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들에게 권력을 주자는 이 영화는 '페이 잇 포워드'라는 형태로 현실의 가해자들에게 비판 메시지를, 현실의 피해자와 생존자들에게 지지 메시지를 보내자고 권한다. '페이 잇 포워드'가 나의 선행을 받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이어나간 끝에 세상이 바뀔 것이라는 믿음에서 시작됐듯이, '사운드 오브 프리덤'의 '페이 잇 포워드' 역시 영화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아동 인신매매가 만연한 사회를 바꿔보자는 희망이자 믿음이 담겼다.
 
외화 '사운드 오브 프리덤' 스틸컷. NEW 제공
또한 '페이 잇 포워드'는 관객들이 극장에서 '사운드 오브 프리덤'을 보길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다. 영화에도 대사를 통해 언급되지만, 평범한 일반인들은 아동 인신매매 이야기를 듣는 것조차도 꺼리는 경우가 많다. 팀 밸러드조차 그 참혹한 현실 앞에서 영혼이 부서질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그렇기에 영화는 아동 인신매매와 성착취라는 불편한 진실에서 눈 돌리지 않고 끝까지 목도할 수 있도록 스크린을 통해 '영화'라는 방식으로 다가가자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아동 인신매매와 성착취가 만연하고, 제프리 엡스타인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공공연하게 미성년자 성착취를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수요자와 동조자, 침묵한 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피해자가 계속 생겨나고, 가해자와 동조자들이 반성하지 않는 현실을 막기 위해 필요한 건 '관심'이다.
 
'사운드 오브 프리덤'을 관람하는 건 아동 인신매매 반대를 지지하고 피해자와 생존자들을 응원한다는 직·간접적인 메시지를 보낼 방법이기도 하다. 그것이 영화가 말하는 이야기의 힘이다. 또한 우리가 더 이상은 비자발적인 방관자에서 적어도 관찰자가 되고, 더 나아가 피해자들의 조력자가 되겠다는 선언이다.
 
131분 상영, 2월 21일 개봉, 15세 관람가.

외화 '사운드 오브 프리덤' 포스터. 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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