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스타는 1987년에 수출자와 수입자 사이에서 제조 설비 무역을 중개하는 무역 대리업으로 출발했다. 그 후 IMF를 거치며 첨단 설비 제조업으로, 최근에는 토털 엔지니어링 서비스 기업으로 37년간 업종을 3번이나 바꿨다. 업종 전환의 이유는 '고객 고통'이었다.
2024년 현재 텔스타는 스마트팩토리 구축 전문기업으로인공지능(AI) 스마트팩토리 플랫폼인 'LINK5'를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LINK5를 기반으로 국내 중소기업의 공장 자동화를 구현해왔으며, 2022년 기준 매출액은 약 400억 원에 달한다.
"외국 도면부터 뜯어봤죠…" 장비 국산화를 위한 노력
공장 설비 가격이 10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2배 올랐다. 다른 대안이 없어 20억 원을 주고서라도 설비를 사야 하는 고객의 고통도 갑절이 됐다. 1987년 IMF 시절, 텔스타가 일본과 독일의 설비를 수입해서 국내 주요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던 때의 이야기다.높은 가격의 수입산 설비로 인한 고객의 고통을 국산화 설비 개발로 해결하기 위해 텔스타는 무역 대리업에서 설비 제조업으로 첫 번째 업종 변환을 시도했다.
설비 제조업으로서 엔진 국산화를 위해 외국의 도면을 가져다가 분석하기 시작했다. 자동차 엔진에서 시작된 동력이 바퀴까지 전달되는 과정에서 필요한 부품의 측정 및 검사 장비의 국산화에 성공했고, 부품들을 조립하는 조립 라인도 국산화 한 덕분에 해외 설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었다. 텔스타는 지난 20여 년 동안 약 5천억 원 상당의 설비를 우리나라 기업에 공급했다.
"고객도 모르는 문제점을 우리가 찾아줘야죠…"
텔스타의 두 번째 업종 변환도 고객 고통 때문이었다. 설비의 일부를 바꾸기 위해 찾아온 고객에게, 일부만 바꿀 경우 발생 가능한 고객의 고통을 미리 발견해서 종합적인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토털 엔지니어링 서비스 기업이 돼야 했다.
임병훈 대표는 "진정한 명의는 환자가 미처 얘기하지 않아도 증상을 들어보고 병을 진단하는 것처럼, 텔스타도 고객이 얘기하지 않는 문제점까지 찾아내서 해결책을 제시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고객의 고통을 해결해 주고 고맙다는 인사를 받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임 대표지만 축배는 절대 일찍 들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철칙이다.
고객의 고통은 매번 다르기 때문에 문제의 완전해결을 장담할 수 없고 자칫 잘못하면 고객의 고통이 되레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축배를 드는 것이 항상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기술이 없으면 눈치라도 빨라야…"
그는 자신의 성공 비결로 △남들보다 빠른 눈치 △주눅 들지 않는 태도 △빠른 실행력을 꼽았다.
사회 초년기에 변변찮은 기술이 없었던 임 대표는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남들보다 0.1초 빠르게 파악하는 것은 자신 있었다"며 "기술이 없으면 눈치라도 빨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빠른 눈치는 고객 만족으로 이어졌다. 고객이 어려운 상황을 얘기할 때 임 대표는 빠른 눈치로 고객이 원하는 것을 먼저 알아챌 수 있었고, 덕분에 경쟁사들보다 앞서서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었다.
그의 두 번째 성공 비결은 주눅 들지 않는 태도였다. 학창 시절 지방에서 나고 자란 그는 학사장교 집단에 들어가면서 스스로가 얼마나 촌놈인지를 깨달았다. 또한 대기업 입사 시험도 번번이 통과하지 못했지만,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면서 주눅 들지 않았다. 오히려 얕은 지식을 갖고 있었다면 의기소침했을 텐데 아는 것이 없으니 당당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임 대표는 여전히 계획을 세우는 데는 자신이 없다고 말한다. 29살에 사업을 시작하면서 계획을 세울 틈도 없이 닥치는 대로 실행하기에 바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눈앞에 닥친 일부터 실행해 나가면서 동시에 계획을 세우는 게 유효한 전략이었다며 빠른 실행력을 그의 마지막 성공 비결로 꼽았다. 사회가 빠르게 변하는 만큼 계획을 세운 후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실행에 옮기면서 계획을 완성해 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고객 맞춤을 넘어 산업을 주도해야…"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제조업의 미래를 개척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는 텔스타는 고객이 원하는 설비를 맞춤형으로 제작하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하지만 앞으로는 텔스타가 주도해서 특정 산업 분야를 개척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데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임 대표의 생각이다.
임 대표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연구하고 개발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