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싸움? 우승의 비법이었죠" 기적의 역전극, PBA 첫 정상 감격

조건휘(오른쪽)가 2023-2024시즌 8차 투어 '웰컴저축은행 웰뱅 PBA 챔피언십' 남자부 우승을 차지한 뒤 아내 김동원 씨의 손을 부여잡고 기뻐하고 있다. PBA

프로당구(PBA) 조건휘(32∙SK렌터카)가 극적인 역전승으로 4시즌 만에 감격적인 첫 우승을 차지했다. 아내와 다투면서까지 밤 늦도록 훈련한 결과다.

조건휘는 13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끝난 2023-2024시즌 8차 투어 '웰컴저축은행 웰뱅 PBA 챔피언십' 남자부 결승에서 임성균(하이원리조트)을 눌렀다. 풀 세트 대접전 끝에 4 대 3(15:5, 6:15, 5:15, 15:7, 6:15, 15:7, 11:9)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2019-20시즌 PBA 출범 이후 35번째 대회 만에 처음 정상에 등극했다. 조건휘는 PBA 남자부 19번째이자 국내 선수로 10번째 우승자가 됐다.

우승은 물론 결승에 오르기까지도 긴 시간이었다. 조건휘는 2019-2020시즌 2차 투어인 신한금융투자 챔피언십에서 처음 결승에 진출했다. 당시 조건휘는 신정주(하나카드)에 1 대 4로 지면서 준우승에 머물렀다. 당시 20대였던 조건휘는 PBA를 이끌 차세대로 준우승의 기세를 몰아 정상까지 정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이후 4강만 2번 오르는 데 그쳤다.

그런 조건휘가 마침내 PBA 정상에 우뚝 섰다. 우승 포인트 10만 점을 얻은 조건휘는 올 시즌 랭킹에서 26위(3만6500점)에서 6위(13만6500점)로 상승했다. 상금 1억 원을 더하며 '제비스코 상금 랭킹'에서도 33위(950만 원)에서 6위(1억950만 원)로 껑충 뛰어올랐다.

96년생인 임성균은 조건휘를 꺾고 23세 8개월의 나이로 우승한 신정주(하나카드)에 이후 4년 만에 20대 챔피언에 도전했지만 무산됐다. 개인 최고 성적을 4강에서 결승 진출로 높인 데 만족해야 했다.

임성균(오른쪽)이 2023-2024시즌 8차 투어 '웰컴저축은행 웰뱅 PBA 챔피언십' 남자부 결승에서 샷을 구사하고 있다. PBA

일진일퇴의 공방전이었다. 조건휘가 1세트를 따내자 2세트 임성균이 반격했다. 이후 6세트까지는 임성균이 앞서가면 조건휘가 따라붙는 양상이었다.

7세트가 백미였다. 임성균이 2이닝 3점, 4이닝 6점을 퍼부으며 9 대 2로 앞서 우승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조건휘가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뒤돌리기와 옆돌리기 등 한 큐, 한 큐에 혼신의 힘을 다해 점수를 쌓아 9점을 몰아치며 그대로 경기를 끝냈다.

경기 후 조건휘는 "7세트에서 터진 하이 런 9점이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너무 좋다"면서 "이 우승 트로피를 한 번 만져볼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이어 "장타(하이 런)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공 하나 하나에 신경 썼다. 후득점을 위한 포지션이나 수비를 신경 쓰지 않고 1득점만 내자고 생각하면서 집중했던 것이 주효했다"고 승인을 짚었다.

PBA 진출 전부터 '연습 벌레'로 정평이 나 있던 조건휘다. 이에 대해 조건휘는 "경기 5시간 전에 보조 구장에 가서 훈련을 한다"면서 "대회 테이블에 적응을 하고, 몸을 풀고 경기장에 와서 경기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계속 그런 루틴을 가져왔다"면서 "늦은 시간 귀가로 아내와 마찰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조건휘 부부의 입맞춤 장면. P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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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내와 갈등 속에 훈련만이 능사가 아니었다는 점을 깨달았다. 조건휘는 "일주일 내내 훈련을 했는데 하루 정도는 와이프와 시간도 보내려고 당구를 놓고 여유를 가졌다"면서 "그러다 보니 공도 잘 맞더라"고 전했다. 이어 "당구 선수라고 당구만 치면 더 예민해지는 것 같다"면서 "물론 프로라면 집착을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여유도 필요하다. 앞으로도 마음의 여유를 좀 주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마음고생도 적잖았다. 조건휘는 "지난 시즌 개인 투어 마지막 대회에서 16강까지 가지 못했다면 1부 투어에서 떨어지는 상황이었다"면서 "팀 리그 선수가 1부에서 떨어지면 바로 방출인데, 그 걱정 때문에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올 시즌 조건휘는 팀 리그 준우승에 이어 생애 첫 개인 투어 우승까지 이뤄냈다. 조건휘는 "우승을 했으니까 한번에 만족하지 않겠다"면서 "도태되지 않고 더 발전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으로 당구를 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조건휘가 웰컴저축은행 김대웅 대표와 우승컵을 들고 포즈를 취한 모습. PBA


대회 1경기서 가장 높은 이닝 평균 득점을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웰뱅톱랭킹'(상금 400만 원)은 대회 32강에서 세미 사이그너(튀르키예∙휴온스)를 상대로 애버리지 3.750을 기록한 '무명 돌풍' 박기호가 받았다. 또 한 큐에 세트의 모든 득점인 15점(마지막 세트 11점)을 한 번에 달성하면 주어지는 'TS샴푸 퍼펙트큐'상(상금 1000만 원)은 대회 박주선과 16강전 2세트에서 15점을 낸 권혁민에게 돌아갔다.

PBA는 오는 20일부터 이번 시즌 마지막 정규 투어인 '크라운해태 PBA 챔피언십'에 돌입한다. 이후 오는 3월 왕중왕전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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