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 공천을 결정지을 면접이 시작되면서 '시스템 공천'의 진면목이 드러날 예정이다.
1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당 지도부는 2월 국회에서 재의결 예정인 '쌍특검(대장동 클럽·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에서 혹시 있을 이탈표를 방지하고, 제3지대로 향하는 발걸음을 막는 공천 일정을 짰다. 이에 더해 '윤심(尹心·윤 대통령 의중) 공천'을 극복하면서 동시에 '물갈이' 등 인적 쇄신도 단행해야 한다.
'고차방정식' 앞에 놓인 형국인데, 특히 '무주공산'이 된 영남권 양지 지역구에 용산 대통령실 출신 등 '윤심'을 상징하는 인물들이 둥지를 틀게 된다면 외피만 '시스템 공천'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非尹 중진' 떠난 곳엔 누가…尹 "후광 불가"
국민의힘은 13일 서울·제주·광주를 시작으로, 14일 경기·인천·전북, 15일 경기·전남·충북·충남, 16일 세종·대전·경남·경북, 17일 강원·울산·부산·대구 순으로 예비후보 면접을 진행한다. 면접을 마친 바로 다음날 단수 추천 후보를 발표한다.
'민감 사안'인 컷오프 대상자와 우선추천 지역은 쌍특검 재의 표결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무소속이나 제3지대 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까지 차단하려면 컷오프 발표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선거법상 경선에 참여했다 낙천한 후보는 무소속 출마가 불가능하다. 현재 정당별 의석수를 고려하면 여당에서 최소 17명이 이탈하면 '쌍특검법'은 통과 가능하다.
면접 결과의 또 다른 핵심은 '무주공산'이 된 영남권 지역구들이다. 5선 서병수(부산 부산진갑) 의원과 3선 김태호(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의원은 각각 부산 북·강서갑, 경남 양산을에 출마해달라는 지도부 요구를 받아들였다. 두 곳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현역으로 있는 데다가 지난 총선에서 2% 포인트 안팎의 특표율 차이로 승패가 갈린 격전지다. 아울러 3선 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도 김해갑 또는 김해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당 지도부의 지역구 조정 대상이 된 이들 의원은 공통적으로 비윤계로 꼽힌다. 그런데 서 의원의 지역구에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근무하다 입각한 박성훈 전 해양수산부 차관이, 조 의원 지역구에는 검찰 출신인 박용호 전 창원지검 마산지청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한 상태다. 용산과 검찰 출신이 경선을 뚫고 공천권을 받더라도 "당 지도부가 손쉬운 경선을 만들어줬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현역 의원들의 이동 사례에 대해 각 지역에서 우려나 민심을 전해준 게 있느냐"는 질문에 "시스템 공천을 하면서도 전략적으로 꼭 승리가 필요한 지역에 대해서는 특별한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고, 중진들이 모범을 보이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답했다.
당 안팎에서는 이미 당 지도부가 중진의원들을 험지에 차출한 것을 놓고 대통령실 참모의 국회 입성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가 동일 지역구에서 3선을 지낸 의원들의 경우 경선 득표율에서 15% 감산하기로 정하는 등 중진의원들에 대해 페널티를 뒀는데도 인위적으로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것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지난 7일 KBS 신년 대담에서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에 대한 후광이 공천 때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통령실의 후광이라는 게 있기 어려울 것이다. 불가능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장동혁 사무총장도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계파와 성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공천에서도 그런 고려는 전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빙 승부가 예고된 이번 총선에서 자칫 2석을 잃을 위험을 감수하고 계파 정리를 한 것이 아니라, 격전지 승률이 높은 중진의원들을 격전지에 보냈다는 뜻이다.
험지에 가지 않았지만 불출마를 선언한 중진의원들에 대해서는 위성정당에서 역할을 주문할 거라는 예측이 나온다. '윤핵관 논란'으로 불출마를 선언한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당 지도부는 공식적으로는 현역의원들의 이적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지만 정당 투표지에서 상위 기호를 받기 위해서는 정의당(6석)보다는 1명이라도 많은 수의 의원을 보내야 하는 현실적인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예고된 수도권 혈투…영입인재 험지로, 용핵관은 어디에?
영남권 교통정리를 마친 당 지도부 앞에는 양지에 몰린 '용핵관'에 대한 당내 불만을 풀어야 하는 또 다른 숙제가 남아있다. 영남권 비윤 중진들은 험지에 차출하고, 영입인재들 마저 험지에 도전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수도권에서 이 같은 불만을 불식할 만한 지역구 조정을 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수정 경기대 교수 등은 민주당이 5석을 모두 가진 수원에 차출됐고, 박은식 비대위원은 광주 동남을에 공천을 신청했다. 또 다른 영입인재인 전상범 전 부장판사는 민주당 강세 지역인 서울 강북갑에 출사표를 냈다. 영입인재들을 주로 양지로 보내거나 비례대표 순번을 부여했던 이전의 패턴과는 다른 모습이다.
'영입인재는 험지, 용핵관은 양지'라는 대조적인 상황이 펼쳐지자 서울 강남을에 공천을 신청한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은 지난 6일 "공천과 관련된 어떠한 당의 결정도 존중하고 조건 없이 따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양지 중 양지로 꼽히는 서울 강남을에는 윤석열 정부 출신인 박진 전 외교부장관이 현역으로 있어 윤 대통령으로서는 더욱 난감한 상태다.
당 지도부로서도 낮은 지지율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윤 대통령과 어느 정도 차별화를 해야하는 만큼, '윤심 공천은 없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지역구 조정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이원모 전 비서관의 험지 차출,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의 경선 실시 가능성이 거론된다.
장 사무총장은 채널A 인터뷰에서 "이 전 비서관을 어느 지역에 배치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또 그 지역 주민들도 이 '우리 지역을 위해서 정말 일할 일꾼이 왔다'고 생각하실지 등을 고민하면서 (재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욱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86(운동권) 심판론'에 연일 불을 때고 있는데, 정작 윤석열 정부를 상징하는 후보들은 이 대열에서 이탈한 모양새 역시 부담이다. 이와 관련, 당 핵심 관계자는 "이미 국민들은 한동훈의 국민의힘은 이재명의 민주당과 다를 거라고 조금은 기대하고 있는데, 공천 잡음은 생길 수밖에 없으니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