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을 50여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답보 상태를 보이면서 당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당 지도부는 계파 갈등을 원인으로 보고 갈등 봉합에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천 과정에서 '친문재인계' 대표 인사로 꼽히는 임종석·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끌어안을지 주목된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12일 설 민심 진단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당 지지율에 대해 "약간 주춤한 상태"라며 "당내 여러 갈등 요소가 큰 원인이지 않을까 한다"고 진단했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7~8일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8%, 국민의힘 40.9%, 녹색정의당 2.2%, 진보당 1.6%로 조사됐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해 10월 둘째주 50.7%에 비해 8.9%p 떨어졌다. 국민의힘과의 차이는 18.7%p 차이에서 0.9%p로 급격히 좁혀졌다.
지지율 하락은 당내 계파갈등 때문이라는 게 당 지도부의 분석이다. 앞서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이 최근 두 차례에 걸쳐 '윤석열 정권 탄생 책임자'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이에 임 전 실장이 "여기서 더 가면 친명이든 친문이든 당원과 국민들께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당내 친문계 고민정·윤건영 의원까지 힘을 실으면서 계파갈등으로 격화했다.
갈등이 커질 조짐을 보이자 당은 수습을 시도하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표는 9일 SNS를 통해 "친명, 비명 나누는 것은 소명을 외면하는 죄악"이라며 "능력, 자질이 국민의 기대치와 눈높이에 부합하느냐가 유일한 판단 기준이다"라고 진화에 나섰다.
홍 원내대표도 당 통합을 연신 강조하고 나서면서 갈등을 봉합하려 하고 있다. 그는 임 전 실장을 겨냥한 '운동권 심판론'에도 적극 반박했다.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화 운동세력이 비판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해방 이후에 이승만 정권에서 독립운동했던 사람들에 대한 청산론 하고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국민의힘이 제기하는 '반운동권' 공세가 결국 큰 부담이 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국민의힘은 친문계 의원 상당수를 겨냥해 "운동권 세력이 특권을 쥐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해 온 바 있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이날도 홍 원내대표의 '운동권 청산론은 독립운동가를 폄하했던 친일파 논리' 발언에 대해 "조국을 지키고자 피 흘리신 독립운동가를 폄하, 폄훼하는 막말"이라며 "어디 비교할 곳이 없어 독립운동가들을 오만함과 뻔뻔함이 가득 찬 민주당의 운동권 특권 세력과 비교하나"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런 상황에서 당이 실제 공천 과정에서 임종석·노영민 전 실장을 끌어안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두 사람 모두 인지도가 높아 본선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포용할 만한 요소다. 여기에 문재인 정권에서 주요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윤석열 정권에 대한 견제 전선을 펴기에도 유리하다. 최근 민주당은 통합 비례 정당을 통해 반윤석열 전선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임종석·노영민 전 실장에 대한 공천 배제는 현실적으로 어렵더라도, 지역구 조정은 필요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임 전 실장은 16·17대 국회에서 재선한 서울 중·성동갑에, 노 전 실장은 고향인 충북 청주에 도전 중이다. 당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단순히 친명-비명, 운동권 프레임을 넘어서 경쟁력 있으신 분들은 당을 위해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며 험지 출마 필요성을 언급했다.
당 지도부가 느끼는 위기감과 서둘러 진화에 나선 배경에는 최근 제3지대의 '빅텐트' 움직임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제3지대의 세력 확장이 총선 전 돌발 악재로 떠오른 상황이다. 윤석열 정권 심판 정서를 가진 표심 중 일부가 기존 민주당에서 제3지대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홍 원내대표는 "국정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은데 그 반대 여론이 선택할 수 있는 또 다른 정당이 탄생한다면 당연히 야권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민주당 현역 의원 중 하위 20% 평가자 중 일부는 제3지대로 넘어갈 우려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친문계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는 힘을 합치기 어렵다는 기류가 강하다. 조 전 장관이 최근 자녀 입시비리·감찰무마 의혹 사건 항소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아 위험 요소가 크기 때문이다. 수도권 지역구의 한 의원은 "2심까지 실형이 선고된 건 사실상 매우 큰 사법리스크"라며 "지금도 선거를 앞두고 정쟁이 가득한데 조 전 장관 출마 여부까지 논의할 경우 4년 전 싸움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한편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저녁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설 민심 동향, 총선 공천 계획 등과 관련해 논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지도부는 향후 통합형 비례정당 창당 추진 과정에서 민주당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