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독일)이 아시안컵 결산이 이뤄질 회의를 앞두고 자택이 있는 미국으로 벌써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클린스만 감독은 전날 미국으로 떠났다. 귀국 일정은 미정이다.
당초 클린스만 감독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마치고 카타르 도하에서 귀국한 지난 8일 다음주 출국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자신의 발언과 달리 일찍 미국으로 떠난 것이다.
축구협회는 설 연휴를 마치고 전력강화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64년 만에 우승에 도전했지만 결승에 오르지 못한 아시안컵 결과에 대한 고찰과 대표팀 운영 전반에 걸쳐 회의가 진행될 위원회다.
하지만 대표팀을 이끈 수장이 빠진 채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귀국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클린스만 감독이 위원회에 직접 참석할지 미지수다. 클린스만 감독이 그동안 보여온 행동을 감안하면 불참 확률도 낮지 않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이후 이른바 '재택 근무' 논란이 휩싸였다. 미국 자택에 주로 머물며 해외 매체들과 화상 인터뷰를 하거나 해외파를 점검한다는 이유로 유럽을 방문하며 K리그 선수들을 살펴보는 데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비판 여론이 높아졌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결과로 보여주겠다고 일축했다.
이런 가운데 축구 대표팀은 64년 만의 우승을 목표로 아시안컵에 나섰다. 주장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울버햄프턴) 등 최강의 전력을 갖춰 우승의 적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클린스만 호는 아시안컵 조별 리그 요르단, 말레이시아 등과 경기에서 졸전 끝에 비기며 불안감을 키웠다.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 호주와 8강전 등에서 잇따라 패배 직전 극적인 골로 기사회생했지만 요르단과 4강전에서 0 대 2 완패를 당한 끝에 대회를 마감했다. 최고의 선수들을 갖췄지만 전략, 전술이 없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클린스만 감독은 그러나 4강전 뒤 미소를 지으며 요르단 감독과 악수하고, 귀국길에서도 환한 웃음을 보이는 등 국민 정서와 다른 행동으로 빈축을 샀다. 미안한 마음을 전한 손흥민 등 선수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사퇴와 관련한 질문에도 클린스만 감독은 "준결승까지 진출한 것을 실패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다"며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