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억 원대 전세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른바 '건축왕'이 사기죄의 법정 최고형을 선고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1심 재판을 맡았던 판사는 전세사기에 대해 "악질적인 사기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형량이 낮다며 사기죄의 법정최고형 형량을 높이는 관련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기까지 했지만 이에 불복한 것인데, 2심의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기 등 혐의로 지난 7일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남모(62)씨는 최근 인천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남씨와 같은 혐의로 각각 징역 4~13년을 선고받은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등 공범 9명 중 일부도 항소했다.
검찰은 아직 항소하지 않았지만 피고인이 항소함에 따라 이 사건의 2심 재판도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피해자들은 사회초년생이나 취약계층으로 전세보증금을 잃게 되면서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며 A씨에게 징역 15년을, 공범 9명에게는 각각 징역 7~10년을 구형했다.
남씨 등은 2021년 3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91채의 전세 보증금 148억 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에 대해 인천지법 형사1단독 오기두 판사는 지난 7일 선고 공판에서 남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범죄 수익 115억 5천여원 추징을 명령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등 공범 9명에게는 각각 징역 4~13년을 선고했다.
오 판사는 "집에서 편안하게 거주할 권리는 헌법이 부여하는 기본권을 넘어선 일종의 천부 인권"이라며 "피고인들은 나이 어린 사회 초년생, 신혼부부, 70대 이상 노인과 같은 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전 재산이자 거의 유일한 재산을 빼앗는 등 범행 동기나 수법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주택, 임대차 거래에 관한 사회 공동체의 신뢰를 처참하게 무너뜨렸는데도 터무니없는 변명을 하면서 범행을 부인하고, 100여 명의 피해자가 법정에서 진술하게 하면서 고통을 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생존 기본 요건인 주거환경을 침탈한 중대 범죄를 저지르면서 20~30대 청년 4명이 전세사기 범행으로 극단적인 선택까지 했다"며 "그런데도 국가나 사회가 해결해야 한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재범 우려도 크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남씨 일당의 전체 혐의 액수는 453억 원(563채)이지만 이번에 선고된 재판에서는 먼저 기소된 148억 원대 전세사기 사건만 다뤄졌다. 추가 기소된 나머지 305억 원대 전세사기 재판은 따로 진행 중이다.
남씨는 인천과 경기도 일대에서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2700채를 보유해 건축왕으로 불렸다. 지난해 2~5월에는 남씨 일당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 4명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