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추석에 가고 거의 다섯 달 만에 다시 가는 것 같아요. 저희 할머니가 찌개를 진짜 잘 끓이시는데, 그런 맛있는 음식들이 기대가 돼요."
올해 고등학교 2학년으로 올라가는 오채현(18)양의 말이다. 9일 설 연휴를 맞아 부산에 사는 할아버지·할머니댁을 방문하기 위해 서울역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연휴 내내 마냥 놀 수만은 없어 공붓거리를 좀 챙겼다면서도 부산에서 윷놀이도 하고 푸짐한 식탁에서 맘껏 먹을 생각에 설레기도 한다는 오양은 "용돈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연휴 때 가족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은 2023년 고생했고, 올해도 행복하게 가족들이랑 잘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역은 이날 오전부터 귀성길에 오른 사람들로 북적였다. 귀성객들은 저마다 캐리어를 끌거나 베낭을 매고 대합실에서 귀성 열차를 기다렸다.
일부는 서울역에서 마치 오랜만에 재회라도 한듯 반갑게 인사를 하는가 하면 아이들은 먼길 떠나는 외출이 즐거운 듯 대합실을 뛰어다니며 소리를 질렀다.
열차 탑승 입구에는 형광색 조끼에 경광봉을 든 안내요원이 귀성객의 편의를 도왔다.
모든 열차가 매진될 정도로 많은 귀성객이 몰려 대합실 좌석은 모두 꽉 찼고, 주변 카페나 식당마저 사람들로 북적였다.
군복무 중인 임모(21)씨는 연휴 첫날에 맞춰 휴가를 나왔다.
그는 "이날은 친구 집에서 자고 내일 집으로 내려갈 것 같다"며 "친구들과 함께 술 한 잔 마시고 싶다. 제일 먼저 '소맥'을 마실 것"이라고 말했다.
9살 아이와 함께 귀성길에 오른 A(40·여)씨는 "아이가 할아버지랑 할머니를 오랜만에 만난다. 따로 행사는 없지만 같이 차례를 지내면서 아이가 좋아하는 것도 먹고 세배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세배 얘기가 나오자 아이는 두 손을 모아 이마에 모으고 바닥에 주저앉으면서 "이렇게요!"라고 세배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강원도 원주의 한 스키장에도 인파가 몰렸다. 올해 첫 연휴를 맞아 형형색색의 스키옷을 입은 시민들은 설산의 비탈면을 매끄럽게 내려오며 속도감을 즐겼다. 미숙한 이들은 넘어졌다가 일어나기를 반복했지만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중학생 김하경양은 "처음 스키를 타러 왔는데, 스키장 코스도 쉬운 것 같다. 가족들과 함께 (스키를) 타니까 기분이 정말 좋다"고 웃어보였다.
이번 설 연휴에는 총 2천800만 명 정도가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열차 좌석도 하루 2만 석을 추가로 늘려 이날은 34만 4천 석이 공급될 계획이다.
차량으로 귀성길에 오를 경우, 오후 6시를 기준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는 4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울산까지는 4시간 10분, 대구 3시간 30분, 광주 3시간 20분, 강릉 2시간 50분, 대전 1시간 40분이다. 서서울에서 폭포까지는 3시간 40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