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10년지기 동료랑 떠나요"…설 연휴 공항은 북새통

나흘간 설 연휴 시작…인천공항 북새통
10년 동료와 여행 적금 깨고 해외로
평소 여유 없었지만…연휴 맞아 가족여행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곧 명절…올해도 건강하길"
이번 명절에 공항 이용객 100만명…"코로나 이전 회복"

본격적인 설 연휴가 시작된 8일 오전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출국 수속을 기다리는 줄이 늘어섰다. 정성욱 기자

"10년지기 직장 동료랑 스페인 가요. 여행 적금도 깼어요."

본격적인 설 연휴가 시작된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김진숙(53·여)씨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김씨의 여행 파트너는 10년지기 직장 동료인 안재훈(50·여)씨. 두 사람은 짐을 한가득 넣은 배낭을 하나씩 들었다.

김씨는 "우리는 알고 지낸 지가 10년이 넘었다"며 "같이 여행을 가고 싶어서 적금도 들었었는데 이번에 스페인으로 간다"고 말했다.

흔치 않은 일이다 보니 가족에게 양해도 구했다. 김씨는 "남편이랑 아들은 시댁으로 가고, 친정에도 양해를 구했다"며 "처음있는 일이어서 설레고 떨린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나흘간의 설 연휴가 시작된 8일 인천공항으로 시민들이 몰리고 있다. 정성욱 기자

여행객들은 나흘간의 설 연휴를 해외에서 보내기 위해 오전부터 인천공항으로 모여들었다. 이미 오전 10시부터 각 항공사 카운터 앞에는 출국 수속을 기다리는 긴 줄이 생겼다.

가족 단위 여행객들은 수속을 마친 뒤 의자에 앉아 한숨을 돌렸고, 패키지 여행을 온 사람들은 가이드 안내에 귀를 기울였다.

평소 휴가를 가지 못했다는 조모(38)씨는 이번 연휴에 맞춰 시간을 냈다. 조씨는 "가족과 홍콩 여행을 간다"며 "평소 휴가 쓰기가 어려웠는데 연휴여서 가족끼리 시간을 맞췄다"고 말했다.

시민들에게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곧 명절이다. 20대 딸과 대만으로 향하는 허정희(60)씨는 "남편과 사별한 지 3년이 됐다"며 "직장을 다니는 딸과 대만으로 간다"고 말했다. 허씨는 "특별한 계획이 있다기보다는 딸과 같이 보낸다는 게 좋은 거 같다"며 "소망이랄 것은 없고 그저 감사함을 느끼고, 누군가에게 베풀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부모님, 동생 부부와 함께 대만으로 떠나는 안모(43)씨는 올해 소망으로 가족들의 건강을 꼽았다. 안씨는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면 부담도 없고 편하다"며 "설날 맞이 새해 소망이라면 부모님과 가족들이 건강했으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8일 설 명절을 맞아 인천공항에서 마련한 전통공연. 정성욱 기자

출국이 아닌 입국하는 애인을 마중나온 시민도 있었다. 정모(32)씨는 이날 입국한 일본인 여자친구와 함께 공항 한편에 마련된 전통놀이를 체험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윷놀이와 제기차기를 한 정씨는 "여자친구가 한 달에 한 번은 한국으로 오는데, 이번에는 마침 전통놀이를 같이 해봐서 좋았다"고 말했다.

정씨는 "여자친구와 같이 설날도 보내고 부모님도 뵙기로 했다"며 "한국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나 장소를 가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 연휴에 100만명 몰린다…"코로나19 이전 수준 회복"

설 연휴가 시작된 8일 해외 여행을 떠나려는 시민들이 출국 수속을 기다리고 있다. 정성욱 기자

이번 설 연휴 기간 동안 인천공항에는 100만명이 몰릴 전망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8일부터 12일까지 닷새간 인천공항 이용객은 97만 6천여명으로 추정된다.

일평균 이용객은 19만 5천여 명으로, 지난해 설 연휴 이용객(12만 7천여명) 대비 53% 증가한 수치다. 특히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설날(19만 8천여명) 이후로는 최고치로, 코로나19 기간 동안 침체됐던 항공수요가 다시 회복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연휴 중 이용객이 가장 많은 날은 마지막 날인 12일(20만 1천여명)이며, 출발하는 이용객이 가장 많은 날은 공식 연휴 첫 날인 9일(10만 4천여명)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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