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은 A씨의 1심 선고일이었던 지난 1일 밤 트위치 생방송을 통해 약 6개월 만에 입을 열었다.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하게 된 이유와 소를 취하하지 않았던 이유 등을 해명했다. A씨는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의 선고 유예를 받았다. 선고 유예는 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벌금형 등 비교적 가벼운 범죄의 선고를 일정 기간 미루는 판결이다.
주호민은 A씨와 끝까지 재판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선처로 가닥을 잡고 입장문을 냈고, 선생님을 만나서 오해도 풀고, 심하게 말한 부분이 있으니 사과 받고 좋게 가려고 만남을 요청했지만 거부 당했다. 이후 선생님 측에서 고소 취하서 작성, 물질적 피해보상, 자필 사과문 게시 등의 요구가 담긴 서신을 보냈다. 승전국이 패전국에 보낸 조약서 같았다"라고 밝혔다.
아동학대 고소의 시작점이었던 아들의 신체 노출 사건과 관련해서는 "아들이 좀 안 좋은 행동을 했다. 다른 여학생이 보라고 바지를 내린 게 아니라 바지를 내렸는데 여학생이 봤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아들의 사건을 다룬 언론 보도, 특히 JTBC '사건반장'을 캡처해 '퓰리처상감'이라면서 "언론에 대한 유감을 표하고 싶다. 사건의 본질보다는 저희 아이의 장애 행동을 부각하면서 선정적인 기사가 많이 났다"고 비판했다.
몰래 녹취한 내용이 증거로 인정된 것에 대해서는 "판결문을 보면 위법한 녹취는 맞다. 하지만 그 위법성을 없앨 만한 여러 정황이 검토됐고, 예외적으로 인정됐다는 판결이었다"고 설명했다.
A씨의 발언 전체가 담긴 녹취록은 공개하지 않겠다면서도 "다른 특수교사분들이 특수교육은 원래 이렇게 해야 한다는 걸 본 적이 있다. 물론 단호하게 이야기하는 건 맞지만 녹취를 들으면 단호한 것과 상관없는 비아냥으로 가득 차 있다"라고 호소했다.
이후 유사한 내용으로 주호민 부부의 언론 인터뷰는 계속됐다.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는 "(유죄 판결이 나왔지만) 여전히 무겁고 답답한 마음이 제일 크게 있다. 이 사건 자체가 어떤 개인간의 문제가 아니고 마치 장애 부모와 특수 교사들의 대립처럼 비춰지는 면이 있어서 그런 부분들이 굉장히 좀 답답했다"라고 한탄했다.
이밖에 인터뷰에서는 마약 수사를 받다 사망한 배우 고(故) 이선균을 언급하며 "그분이 저랑 똑같은 말을 남겼다고 하더라. 많은 감정이 올라왔다.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는 분이지만, 추도하는 기도도 혼자 했었다"고 전했다.
언론에 실망감을 나타낸 것과 별개로 주호민 부부는 언론을 창구로 적극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물론 지난한 법정 공방 끝에 유죄 판결로 승소했으니 그만큼 쌓여 왔던, 사건의 전말을 전하고픈 마음이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주호민이 자체 생방송을 하면서 오해를 해명, 입장을 밝힌 것까지는 괜찮지만 이후 계속된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피해 상황만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이는 까닭이다.
언론을 비판한 당사자가 언론을 확성기처럼 이용하는 것에 있어서도 모순적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양측 모두 항소한 상황에서 주호민의 이 같은 행보가 오히려 불필요한 여론전을 촉발시키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인에 대한 언급이나, 언론 보도에 대한 유감 또한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자신의 억울함을 비유하기 위해 사건과 무관한 고인을 언급할 이유는 없지만, 아들의 노출 행동은 사건의 시작점이기에 언급될 사유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 노출 행동 때문에 주호민 아들은 특수학급으로 분리됐으며 일반학급 복귀를 두고 주호민 부부와 A씨간 갈등이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주호민 부부는 몰래 녹취한 A씨와의 수업 내용에 정서 학대 의심 정황을 발견해 신고로까지 이어졌다.
결국 여론이 악화되자 고 이선균을 언급한 인터뷰 내용은 삭제됐고, '사건반장' 양원보 앵커는 6일 방송 말미에 "주호민씨 아들 사건을 언급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 소송전의 시발점이 바로 그 사건이었기 때문"이라며 "그걸 건너뛰게 되면 (사건이) 이해가 되지 않고, 일방적으로 특수교사가 이상한 사람으로 매도된다. 그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공정한 보도를 강조했다.
주호민 부부의 광폭 행보는 지금까지 법률대리인을 거쳐 소통했던 A씨까지 전면에 나서게 만들었다. 인터뷰 반작용으로 일각에서 A씨를 향한 비난이 쏟아지자 A씨는 처음 언론 앞에서 항소 기자회견을 가졌다.
A씨는 주호민 아들에게 "싫어"라는 표현을 반복한 것이 유죄로 인정된 데 대해 "제가 '싫다'고 표현한 건 아동의 문제 행동에 대한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지, 아동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주호민이 제기한 금전 요구 등 의혹과 관련해서는 "제 변호사가 주호민 측과 합의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주호민 국선 변호인에게 어떤 선에서 합의하는 것이 좋은지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전달한 것뿐"이라며 "제가 금전 요구 부분은 원하지 않는다고 요청하자, 제 변호사께서 제 의견을 받아들여 주호민 변호인에게 금전 배상 요구를 삭제하고 다시 전달한 것이 팩트다. 그런데 주호민은 사실을 과장, 확대해 왜곡했다"라고 반박했다.
특히 '쥐새끼' 등 용어를 아들에게 사용했단 주호민의 주장을 겨냥해 "사실 왜곡이고,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 심각한 명예훼손적 발언이다. 처음 주호민이 제출한 녹음 원본에서도 그 부분은 들리지 않는다고 속기사가 표시했고, 검찰도 공소장을 변경하지 못했다"라고 짚었다.
이미 주호민 부부의 특수교사 아동학대 고소건은 하나의 사회적 사건이 됐다. 여러 가치들이 대립하며 장애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와 특수교사의 교권 사이에서 팽팽한 줄다리기 중이다.
여기에 섣부른 여론전까지 겹친다면 이 사건에 얽혀 있는 여러 이해 관계자들까지 상처를 입게 될 가능성이 높다. 법정에선 어떤 주장을 해도 무관하지만 여론을 향해 지나친 호소가 되지 않도록 주호민 부부도, A씨도 보다 신중해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