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야권 통합형 비례정당 출범에 속도를 내려는 모양새다. 일단 세 규합 등을 위해 조국·송영길 신당에도 표면상 문을 열어뒀지만, 민주당의 마음은 '현역 국회의원'이 있는 군소(소수)정당에 쏠린 눈치다.
군소정당과의 비례의석 배분 문제를 지역구 출마 문제와 연동시켜 협의하자는 건데, 녹색정의당처럼 현역 의원을 보유하고 있는 군소정당이 지역구 공천을 포기하고 민주당의 제안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의총까지 '속전속결'…"민주당과 의석 번갈아 배치"
7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는 이날 통합형 비례정당인 '민주개혁진보선거연합' 추진단장에 박홍근 전 원내대표를 임명했다. 부단장은 김영진 의원이 맡고 단원에 조승래, 김성환, 한병도, 진성준, 박주민, 민병덕 의원 등 6명이 포함됐다. 이 대표가 지난 5일 광주에서 현행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선언했고, 이를 민주당 의원들이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수용하는 등 민주당이 준위성정당 출범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관건은 연합 범위다. 일단 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열린민주당 등 군소정당들이 뭉친 '새진보연합'이 민주당의 1차 연합 대상으로 꼽힌다. 새진보연합 용혜인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민주당의 결정에 환영의 뜻을 전하고, 이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연합 방향과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동시에 비례의석 배분 문제에 있어 민주당이 어느 정도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용 위원장은 "(비례의석) 앞 순번, 뒤 순번을 두고 민주당과 소수정당이 다툴 때가 아니다"라며 "먼저 민주당과 소수정당의 의석을 서로 번갈아 배치하자"라고 제안했다. 사실상 민주당 비례후보가 앞 번호에 오는 것도 용인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민주당도 통합형 비례정당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주도권을 쥐겠다고 천명한 상태다. 이 대표는 지난 6일 의총에서 "(민주당이) 민주개혁진보진영 맏이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그에 상응하는 권한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조국도 합류?…"어떤 게 민주당 승리에 도움 되는지 고민"
민주당은 주도권을 쥐되 일단 모두에게 문을 열어놓겠다는 입장이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지난 6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조국 신당도 통합형 비례정당에 얼마든지 같이 할 수 있나'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어느 누구도 저희는 분리하거나 배제할 의사는 없다. 실제 논의가 가능한 분들이라면 충분히 큰 텐트 안에, 또 한 테이블 안에 앉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내에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합류를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이미 민주당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이 수차례 "윤석열 정권 탄생에 원인을 제공한 분들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달라"며 사실상 문재인 정권 인사들의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를 강조했다. 이에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우리 모두가 패배했고 우리 모두의 책임이었다"고 반발했고,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고민정 최고위원도 "뺄셈의 정치가 극에 달하고 있다"며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지만, 무엇이 범(凡)진보 진영의 승리를 안겨줄 수 있는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마찬가지로 조 전 장관도 문재인 정부 시절 법무부장관을 지내면서 검찰개혁을 진두지휘한 인사였던 만큼, 임 위원장이 말한 '책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민주당 4선 정성호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조 전 장관과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통합형 비례정당 참여 여부에 대해 "어떤 것이 민주당의 승리, 범야권의 승리에 도움이 되는지 그분들이 잘 고민해주길 부탁한다"면서 "조국 전 장관 같은 경우는 항소심 선고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 문제들을 포함해 여러 가지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사견을 전제로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물론 조 전 장관이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더욱 민주당과 함께 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은 8일 조 전 장관과 부인 정경심 교수에 대한 자녀의 허위 인턴확인서 발급과 활용 등 입시비리 혐의 2심 판결을 선고한다. 1심 법원은 지난해 2월 상당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조 전 장관에 징역 2년을 선고했지만 방어권 보장 등의 이유로 법정구속을 하진 않았다.
'지역구-비례' 연합카드 거론…현역 보유한 군소정당 '매력'
결국 민주당 내에선 향후 비례의석 배분 문제를 지역구 출마 문제와 함께 연동해서 협의하는 이른바 '지역구-비례' 연합 카드가 통합형 비례정당의 성패를 가를 열쇠라고 보는 분위기다. 이 협상을 하기 위해선 현재 현역 의원을 보유하고 있는 군소정당과의 연대가 필수적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재명 대표의 속셈으로는 군소정당에 일정 부분 비례의석을 내줘야하는 상황이 됐으니 비례대표에선 좀 손해를 보더라도, 지역구에서 만약 소수정당들이 후보를 안 내주면, 그래서 민주당이 지역구에서 선전하면 과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주요 인사들의 탈당과 당세를 감안했을 때 혼자 힘으로 오는 4월 총선에서 유의미한 의석수를 얻기 힘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녹색정의당에 민주당이 비례의석을 챙겨주고, 대신 박빙의 차로 승패가 갈릴 수 있는 지역구에 군소정당이 공천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민주당의 지역구 당선을 돕는 방안 등이 연대 조건으로 거론된다.
실제 연대 가능성 두곤 각당 셈법 복잡
다만, 현재까지 유보적인 입장인 녹색정의당이 민주당의 카드를 받을지는 미지수다. 녹색정의당 핵심 관계자는 "우리가 뭘 선택해도 욕먹게 되는 상황이다. 통합형 비례정당과 함께 가면 '민주당 2중대의 종지부를 찍는다'가 되고, 따로 가면 '표 갉아먹는다'라고 할 것"이라며 "민주당과 적극적으로 연합하자는 의견은 당내 별로 없겠지만, 현재 '절대 반대'는 30%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당 역시 공식적으론 윤석열 정권에 맞설 야권 연대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친노동 성향이 강한 울산, 그리고 현역 강성희 의원이 있는 전북 전주을 등지에서 민주당에 의석수를 양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민주당도 셈법이 복잡한 건 매한가지다. 당의 또다른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어찌됐든 민주당이 주도를 하는 거기 때문에 지금까지 민주당이 발표한 인재영입 인사가 됐든, 당직자가 됐든 생각보다 통합형 비례정당에 민주당 사람들이 많이 들어갈 수 있는 것 아니냐"라며 "군소정당들과의 치열한 갈등의 소지들이 많다. 민주당이 어떻게 조율해 나갈지 지도력이 중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