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의과대학 정원을 2천 명 늘리기로 발표하며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일각에서는 "증원에 찬성하지만 규모는 재고해야 한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6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 올해 3058명인 의대 정원을 2025학년도에는 5058명으로 2천 명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올해 전체 의대 정원의 65.4% 규모로, 당초 예상됐던 1천 명대를 뛰어넘는 파격적 숫자입니다.
정부는 2035년 수급 기준 의사 1만 5천 명이 부족하다는 추계를 근거로 내년도 입시부터 5년 간 증원 규모를 유지해 2035년까지 의사 1만 명을 배출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후에는 고령화 추이 등을 반영해 의대 정원을 재조정합니다.
파격적인 증원 규모에 의대 증원에 찬성해온 병원 단체도 "증원 규모를 재고해달라"고 난색을 보였습니다. 이날 대한병원협회 등 7개 협회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공동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협회는 "병원계는 미래 의료와 인구 감소, 이공계열 및 기초과학 분야의 인재 이탈 등 다양한 사회적 영향과 의료 환경의 변화를 고려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단계적 의대 증원 확대에 찬성해왔다"면서도 "정부가 발표한 수준은 의료계 내에서 큰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의학교육의 질이 충분히 담보될 수 있는 수준인지 전문가의 의견을 더욱 경청하여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며 재고를 촉구했습니다.
의사 출신 정치인들도 비판에 가세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7일 MBN 뉴스와이드에 출연해 "의사가 늘어나야 한다는 것에는 찬성하는 입장"이라면서도 "증원만 하고 (필수의료 기피) 문제에 대해 해결하지 않으면 10년 후에는 매년 서울에서 2천 개의 피부과가 만들어 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의대 증원만으로 비인기 과로의 유인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료를 정치도구로 활용하고 의대 입시 만능주의 포퓰리즘 정책을 설명절 밥상에 올려 이슈 전환을 시도하는 행태"라고 같은 날 자신의 SNS를 통해 비판했습니다.
신 의원은 과도한 증원으로 의과대학 교육의 질이 저하될 것을 우려했습니다. 그는 "시체 해부용 시신이 제대로 수급되지 않아 해부학 실습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대학이 지금도 존재한다"며 "40개 의과대학마다 편차가 심한 병리학, 미생물학, 생화학 등 기초의학 교수들은 수급도 어려워 부실한 기초교육 시스템은 더욱 악화될 것이 눈에 뻔하게 보인다"고 꼬집었습니다.
아울러 "보건의료인력 추계에 대한 제대로 된 근거체계 마련도 하지 않은 채 부르는 게 값이 되는 방식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결정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의사들의 모임(공의모) 역시 정부 정책의 근거가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공의모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을 상대로 5일 민사소송을 제기하며 "최근 정부나 정치권에서 의대 증원 증가가 타당하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 중 하나로 보사연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고 있으나 보사연의 연구에 다수의 계산 오류가 존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연구진이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근거가 되는 데이터를 자의적으로 설정해 추산하거나 불필요한 가정을 동원하는 방식으로 예측 방법을 의도적으로 왜곡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보사연은 '전문과목별 의사 인력 수급 추계 연구'에서 "의사 1인당 업무량이 2019년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2035년에는 의사가 2만 7천여 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공계 인재 블랙홀 현상과 사교육 열풍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6일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전투기는 누가 만들고 원자력은 누가 연구하며, 반도체 설계는 누가 하느냐"고 지적했습니다.
이 대표는 "2030년이 되면 30만 명대로 대학 신입생 수가 떨어지는데, 이과 비율이 60%라 가정하면 18만 명 중 5천 명이 의대를 간다"며 "실제 과학기술 분야에는 최상위권 인재들이 가기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학원가에서는 당장 새 학기부터 내년 의대 진학을 노리고 대학 등록을 포기하는 수험생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온라인상에는 직장인들의 의대 입학 문의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30대 서울특별시 소속 공무원은 "의대 정원 대폭 늘린다길래 도전하고 싶은데 2~3년 잡고서 공부하는 거 어떻게 생각해?"라고 문의했고, 한 직장인은 자신의 과거 수능 성적을 공개하며 수능 관련 조언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의대 정원 규모를 놓고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무리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6일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보정심 종료 직후 열린 브리핑에서 "교육부에서 직접 '2천 명 증원은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교원·교사·교지·수익용 기본재산 등 4대 교육여건을 충분히 준수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고 했습니다.
교육 질 저하에 대해서는 "소규모 의대의 경우 정원확대로 오히려 교육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의대 쏠림현상에 대해서는 "의사 인력에 대한 추가 수요가 해소됨에 따라 타 분야와 균형 잡힌 기대 소득이 전망되며 장기적으로 의대 쏠림이 크게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시원하게 결정 잘했다", "의사 많아지면 지방에서 근무할 의사도 생길 것" 등의 환영과 "단계적으로 늘려야 하는데 증원 규모가 지나치다", "이공계 사망선고 아닌가" 등의 걱정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정부의 발표에 의료계는 총파업 돌입 태세에 돌입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의 이른바 '빅5 병원(서울대·서울아산·삼성서울·세브란스·서울성모병원)'은 총파업 참여 찬반 투표를 진행 중입니다. 서울아산병원은 전공의들의 찬성률이 높아 가결됐고, 삼성서울병원은 찬성 쪽으로 기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의과대학 정원 2천 명 확대,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자세한 의견은 댓글로도 환영합니다.
※투표 참여는 노컷뉴스 홈페이지에서 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