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댕댕이 편파주의
이렇게 귀엽고 다정한 '개판'이라니. 올바른 '개판'의 정석을 보여준다. 반려인 1500만 명 시대, '도그데이즈'는 반려인과 반려견 사이 정의를 다시 짚고, '가족'이란 어떤 의미를 가진 단어가 돼야 하는지 올곧으면서도 다정하게 전한다. 무엇보다 귀엽다. '댕댕이'(개·강아지를 가리키는 신조어)들은 옳고, 댕댕이는 이 영화의 모든 것이자 면죄부가 되는 까닭이다.
깔끔한 성격의 계획형 싱글남 민상(유해진)은 자신의 건물을 개똥밭으로 만드는 세입자 수의사 진영(김서형) 때문에 매일 머리가 아프다. 진영과 티격태격하던 민상은 동물병원에서 세계적 건축가 민서(윤여정)를 만난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위해 민서의 도움이 절실한 민상은 민서에게 잘 보이기 위해 진영과 그가 돌보는 유기견 차장님(와와)을 공략하기 시작한다.
민서는 갑자기 길에서 쓰러지게 되고, 유일한 가족인 반려견 완다(완다)를 잃어버린다. 동네에 살고 있는 케이팝 작곡가 선용(정성화)과 정아(김윤진) 가족이 완다를 보살피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민서는 자신을 구해준 MZ 배달 라이더 진우(탕준상)와 함께 완다를 찾아 나선다.
한편 선용의 후배인 밴드 리더 현(이현우)은 자리를 비운 여자 친구의 반려견 스팅(플로이드)을 돌보던 중 스팅의 대디를 자청하며 나타난 여친의 전남친 다니엘(다니엘 헤니)의 등장에 기가 막힐 따름이다.
저마다 상처와 결핍을 가진 사람들을 하나로 모이고 만드는 중심에는 '개'가 있다. 반려견을 잃어버린 사람, 강아지를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는 사람, 떠나간 연인의 반려견을 맡게 된 사람 등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이 등장한다.
이들이 쉽게 드러낼 수 없었던 자신의 약한 모습은 결국 개를 통해 드러난다. 그렇게 개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낯선 이들은 가족이 되고, 자신과는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생명을 받아들이고, 결국 자기 자신을 보듬는다.
예를 들어 정아(김윤진)와 선용(정성화)이 아이를 입양하는 과정이 나오는데, 유기견 입양에도 대입할 수 있는 이야기가 거듭 나온다. 즉, 한 생명, 하나의 인생을 받아들여 가족이란 이름으로 묶이고 연결된다는 게 얼마나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이야기인지, 어떤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일인지 보여준다.
반려견 리조트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기업과 사람이 개를 대하는 태도, 유기견을 입양하려는 사람들이 주의하고 고민해야 할 점들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감독이 얼마나 반려견 문화를 이해하고 공부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진심인지가 드러난다.
민서 역시 완다의 생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마음으로 함께했지만, 협심증을 앓고 있는 자신의 남은 생조차 자기 마음대로 계획할 수 없다. 언제 어떻게 완다 곁을 떠날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은 자신이 한 차례 쓰러지고 완다를 잃어버림으로써 구체화됐다.
이에 민서는 고민 끝에 완다의 숨이 끝나는 날까지 사랑으로 보살펴 줄 수 있는 지유를 선택한 거다. 부모가 없다는 슬픔, 파양의 아픔을 경험한 지유는 완다에게 그 누구보다 좋은 가족이자 친구가 될 수 있을 테다.
생명을 살리는 의사가 생명을 앗아가는 행위를 한 데 대한 원망 섞인 민상의 말은 물론 두고두고 곱씹고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그 상황에 놓인 당사자가 아닌 이상 함부로 판단하기 어려운 일이다. 당사자와 관계자 역시 무수한 고민을 거쳐 모든 아픔과 상처를 자신이 떠안기로 하고 이뤄진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민상처럼 영화 속 인물들을 원망스럽게 바라볼 수 있지만, 그 이후 어떻게 해당 문제를 조금 더 다른 시각으로, 조금 더 넓고 깊게 볼 것인가는 우리에게 달렸다. 그게 아마도 '도그데이즈'가 한 발짝 더 나아가보길 관객에게 권하는 지점이리라.
'윤제균 사단' 혹은 'JK 사단'이라 부를 수 있는 배우들이 총출동한 '도그데이즈'는 완벽한 앙상블을 선보인다. 윤여정, 유해진, 김윤진, 김서형, 정성화, 이현우, 탕준상, 다니엘 헤니 등을 비롯해 특별출연 김고은까지 어디 하나 비는 곳 없이 뛰어난 연기력으로 러닝타임을 가득 채운다.
기본적으로 귀여움을 장착한 댕댕이 배우들은 견생의 희로애락을 눈빛 안에 한가득 담아내는 것은 물론 도로를 가로지르는 액션 연기 역시 열혈 뒤태로 완성해 냈다. '도그데이즈'라는 제목답게 이 영화의 8할은 플로이드, 완다, 와와를 비롯한 견공 배우들의 공이다. 댕댕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완벽하고 충분한 힐링이다. 그렇게 이 영화의 의미는 충족된다.
'도그데이즈'는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란 구호를 전면적으로 드러낸다. 부디 차장님과 같은 유기견이 당연하지 않은 세상이 되도록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구호가 극장을 넘어 현실로 이어지길 바랄 뿐이다.
120분 상영, 2월 7일 개봉,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