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시민덕희' 빛낸 캐릭터 연대…참 '어른'을 담다

영화 '시민덕희' 박영주 감독. ㈜쇼박스 제공
※ 스포일러 주의
 
덕희(라미란)는 평범한 시민이다. 운영하던 세탁소 화재로 인해 곤경에 빠진 덕희는 설상가상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된다. 이후 자신을 속인 손 대리(공명)의 SOS 전화에 덕희는 봉림(염혜란)과 함께 박 형사(박병은)도 어찌하지 못한 총책(이무생) 잡기에 나선다.
 
사기 피해자와 발신자의 특별한 동맹, 평범한 시민이 평범한 시민과 연대해 나서는 총책 잡기에 나서는 '시민덕희'가 관객들의 호평을 받는 데 큰 역할을 한 건 바로 배우들이다. 라미란, 염혜란, 공명, 박병은, 이무생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열연은 현실과 코미디, 범죄 드라마를 오가는 복잡한 추적극을 완벽한 호흡으로 완성해 냈다.

박영주 감독이 완성한 탄탄한 토대 위에서 각 캐릭터를 스크린에 살아 숨쉬게 만든 배우 라미란, 염혜란, 공명, 이무생, 박병은은 어떻게 '시민덕희'를 통해 하나로 모였을까.

영화 '시민덕희' 스틸컷. ㈜쇼박스 제공

'팀 덕희' 덕희, 봉림 그리고 재민

 
▷ 영화의 주인공 덕희와 그를 돕는 일등공신 봉림, 그리고 보이스피싱 가해자이자 피해자였던 재민을 연기한 라미란과 염혜란, 공명의 연기가 뛰어났다. 라미란, 염혜란, 공명이란 배우가 가진 어떤 점이 각각 덕희, 봉림, 재민을 완성해 줄 거라 생각했는지 궁금하다.
 
일단 시나리오를 구상할 때부터 라미란 배우를 유념하고 썼다. 친근한 이미지, 옆집에 살 거 같은 언니 같고 친구 같은 이미지가 굉장히 좋았다. 라미란 배우가 '응답하라 1988'에서 자연스러우면서도 유머러스한 연기를 잘 해주셨기에 연기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오히려 이 캐릭터와 잘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덕희라는 캐릭터 자체가 어려움 속에서도 웃을 수 있는 재치를 가진 인물이라 싱크로율이 높아서 잘 맞을 거라 생각했다.
 

영화 '시민덕희' 스틸컷. ㈜쇼박스 제공
봉림은 덕희와 티키타카를 잘 이뤄야 하고, 덕희를 단단히 받쳐주면서 의지할 수 있는 친구여야 했다. 염혜란 배우를 볼 때 그런 느낌을 받았다. '아이 캔 스피크'에서 염혜란 배우가 나문희 선생님에게 서운하다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 배우가 가진 진심이 잘 전달된다고 생각해서 그때부터 팬이었다. 그리고 봉림은 중국어도 그렇고 배워야 할 게 워낙 많은 캐릭터인데, 정말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완벽주의자라서 정말 수업도, 현장에서도 많이 노력했다.
 

영화 '시민덕희' 스틸컷. ㈜쇼박스 제공
그리고 재민이라는 캐릭터는 설정 자체가 단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 '조직 안에 있는데 갑자기 왜 전화를 해?' 이렇게 느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인물 자체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치고, 자기 안에 정의로움을 가진 캐릭터여야 덕희한테 전화했을 때 이상하지 않고 받아들여진다고 생각했다. 그때 공명 배우를 떠올렸다. 데뷔작부터 얼굴이 깨끗하고 연기도 깨끗하게 한다고 생각해서 여러 색을 입혀보고 싶었다. 재민은 가해자와 피해자 등 여러 얼굴을 갖고 있다. 공명 배우의 보지 못했던 얼굴이 나올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함께하게 됐다.

영화 '시민덕희' 스틸컷. ㈜쇼박스 제공
 

반성 없는 총책 그리고 반성하는 경찰


▷ 총책 역은 요즘 '이무생로랑'으로 불리며 인기몰이 중인 이무생이 맡았다. 그가 맡은 총책이 등장할 때는 분위기 자체가 달라진다.
 
덕희만큼 고민인 캐릭터가 총책이었다. 어떤 배우가 하면 좋을지 바로 감이 잘 안 오더라. 배우를 발견하면 해결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무생 배우는 보는 순간 '아! 총책은 이 사람일 수 있겠다'며 바로 해결됐다.
 
우연히 '봄밤'이란 드라마를 봤는데, 이무생 배우를 보고 '저 나쁜 XX!'라고 했다. (웃음) 한 번 저 배우를 만나 봐야겠다고 마음먹고 미팅을 했는데, 배우 자체의 아우라가 있더라. 워낙 키도 크고 덩치도 있고 무표정에서 나오는 카리스마가 있다 보니, 올려볼 때 위압감 같은 게 있겠더라. 그런 부분이 되게 좋았다. 그리고 일상에서는 멀쩡한 얼굴이지만 마치 소시오패스 같은, 그런 걸 잘 살려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부탁했다. 배우가 굉장히 임팩트 있게 해줬다.

영화 '시민덕희' 스틸컷. ㈜쇼박스 제공
 
▷ 어떻게 보면 '시민덕희' 속 가장 영화적인 각색이 된 부분이 박 형사로 대변되는 경찰이 아닌가 싶다. 실화가 된 사건에서 경찰은 박 형사와는 다른 길을 갔다. 그러나 영화 속 형사는 처음에는 몰라도 후에는 총책 검거를 위해 적극적으로 덕희를 돕고 나선다. 박 형사 캐릭터는 어떻게 구축해 나갔으며, 또 어떤 역할을 해주는 캐릭터가 되길 기대했나?
 
박 형사 캐릭터도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실화 그대로 한다면 그게 의미가 있을까? 각색한다면 어떤 식으로 각색해야 할까? 실제 사건에서 경찰의 대응은 좋지 않았지만, 모든 경찰이 그렇다고 말할 수 없는 거다. 이런 부분에서 박 형사를 어떤 포지션으로 놔야 할 지가 가장 고민이었다.
 
내가 여러 경찰을 만나봤는데, 만나다 보니 지능범죄수사팀이 처한 현실적인 문제를 알게 됐다. 그래서 변화하는 인물로 그리고 싶었다. 앞으로 경찰이 이렇게 바뀌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을 담아서 캐릭터를 바꿨다. 박 형사는 매너리즘에 빠진 형사지만, 자신도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현실적인 벽에 부딪힌다. 그러다가 덕희를 만나서 변화하고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인물이다.
 
'어른'이란 건 고마울 때는 고맙다고 하고, 미안할 때는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경찰이든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든 미안할 때는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그리고 경찰이 뒤늦게라도 이렇게 해줬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지향점을 갖고 박 형사를 만들어 나갔다.
 
▷ 그런 박 형사를 박병은이 완급조절을 잘하면서 연기했다.
 
원래 박병은 배우 팬이기도 했고, 연기 스펙트럼이 넓다. 박병은 배우가 이 역할을 하면 어떻게 할까 궁금한 게 있었다. 그리고 어떻게든 해주실 거 같다는 생각에 캐스팅했는데, 이렇게까지 잘할지 몰랐다. 현장에서 많이 놀랐고, 캐릭터 해석도 생각지 못한 방향이라 너무 신선하고 재밌었다. 박 형사를 이렇게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배우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서 캐릭터를 같이 만들어 나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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