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전통적인 지지 텃밭이자 민주당의 심장으로 불리는 광주를 찾아 호남 민심 다지기에 나섰다.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등 지역 현안을 먼저 내세우면서 동시에 호남 시민을 향해 이번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을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李,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정부 여당에 촉구
이 대표는 이날 국립 5·18 민주묘지 참배를 시작으로 현장 최고위원회의와 시장 상인과의 간담회를 이어가며 현장을 파고드는 민생행보를 보였다.
이 대표는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정부 여당에 촉구했다. 그는 "5.18 헌법 전문 수록은 윤 대통령이 약속했고,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광주를 찾아서 찬성을 표명했다"며 "그런데 이 정권은 지난 2년 동안 헌법 전문 수록을 말로만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들은 (이러한) '공약 사기'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 여당은 구체적인 일정표를 제시하고 즉각 후속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후 광주 양동시장을 찾은 소상공인 간담회에서 윤석열 정부를 향한 비판의 수위를 한층 높였다. 이 대표는 "권한을 가진 정부·여당이 잘못된 국정 기조를 바꿀 것 같지 않다"며 "결국 죽비를 때려야 한다. 그 죽비가 바로 선거"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총선이 중요하다"며 "집권 여당이 이런 식으로 가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게 저희가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인들을 직접 만난 이 대표는 전과 떡, 반찬 등 음식을 맛보면서 시민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대표가 등장하자 지지자들은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사랑합니다"를 연호했다. 그를 둘러싼 취재진과 지지자, 유튜버로 시장은 발 디딜 틈이 없이 가득 찼다. 갑작스러운 인파로 현장이 급격히 혼잡해지자 몇몇 지지자들은 "이 대표를 지켜야 한다"며 "한 발짝씩만 뒤로 물러나 달라"고 외치기도 했다.
"지금까지 정부가 광주 발전 위해 한 일이 뭔가"…시민들 '부글'
이날 시장에선 이 대표를 응원하는 목소리와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쓴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이 대표의 방문 소식이 알려진 직후 직접 시장을 찾았다는 60대 남성 A씨는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반드시 뭉쳐야 한다"며 "윤석열 정권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다. 이번 총선에서 꼭 승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산부 카드 목걸이를 걸고 이 대표를 맞은 30대 여성 상인 B씨도 "이재명 대표를 응원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임신 4개월 차인데 일부러 목걸이를 차고 이 대표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양동시장을 찾은 70대 여성 C씨는 "지금까지 윤 정부가 광주 발전을 위해 한 일이 뭔가"라며 "농촌과 광주를 살려달라"고 당부했다.
선거유세를 위해 시장에 나온 지역 예비후보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이 대표를 추켜세우는 분위기였다. 이 대표의 정무특보임을 강조하며 시민들에게 명함을 건네는 예비후보가 있는가 하면, '이재명' 구호를 외칠 때 예비후보의 이름을 같이 연호해 달라고 요청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다만 일부 시민들은 이낙연 전 대표와 비이재명계 의원들의 탈당, 그리고 친문재인계와의 갈등까지 거론되는 현 민주당의 상황을 우려했다. 광주 서구에 거주하는 40대 남성 김모씨는 "광주는 결국 이 대표가 취임 후 당을 잘 이끌어왔는지 주인 의식을 갖고 냉철히 평가하게 될 것"이라면서 "총선 전까지 갈등을 봉합하지 않고 싸우는 모습을 보인다면 결국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